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와 전문가들이 학생의 멘토로 참여하는 ‘멘토링’ 시스템이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관심사에 따라 멘토를 선택하고, 멘토는 학생들이 꿈을 찾는 것, 직업 체험하는 것, 벤자민 프로젝트 등에 관한 멘토링을 해준다.

지난 18일 한국뇌과학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이자 벤자민학교 1기 조민영 학생의 멘토인 장래혁 씨를 만났다. 그는 뇌전문 잡지 <브레인>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 벤자민학교의 멘토인 한국뇌과학연구원 장래혁 선임연구원

장래혁 멘토는 먼저 학창시절 멘토가 되어주셨던 수학선생님과 선배들과의 추억을 되살렸다. 수학선생님을 중심으로 수학 동아리반이 생기고 동아리 학생들과 선후배간 멘토링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서 활발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가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을 중심으로 한 스터디 동아리가 있었죠. 수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이루어졌는데 선생님과 학생, 선후배 간에 굉장히 다양한 코칭과 멘토가 이루어졌어요. 대학이나 직장에 간 선배와는 1년에 한 두 번 정도 만났고, 1,2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주 모임이 있었죠. 한참 학창시절에 공부에 대해서 물어보고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는 멘토 제안을 받으면서 조민영 학생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

“조민영 학생을 만났는데 뇌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고, 미디어 언론 쪽에도 관심이 있는 듯 했어요. 하지만 아직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모르는 걸 인정하고 손을 내미는 게 좋아보였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하면 방황하는데, 방황보다는 열정을 먼저 내는 타입이었습니다. 해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그는 조민영 학생을 연구원에 초청해서 뇌파 측정을 해보고 상담을 받도록 했다. <브레인> 잡지의 편집장으로서 자신의 체험이 담긴 성장스토리를 직접 기사로 작성해보라고도 권했다. “뭐라도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자신도 찾고 있으니까 나도 찾을 수 있게 하나씩 기회를 주는 게 맞겠다 싶었죠.”

열정이 많은 조민영 양은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경험과 시도를 해보았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의 전통무예인 단무도다. 단무도는 민영 양이 심신을 바로 잡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몸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면서 무대 공연도 몇 번 해보고,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벤자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한 가지 프로젝트를 정해서 발표하는 벤자민프로젝트가 있다. 민영 양은 벤자민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는데도 멘토님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제 프로젝트는 전통 무예인 단무도와 무용을 섞어서 공연 작품을 올리는 거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고민이 되어서 멘토님께 여쭤봤어요. 멘토님이 프로젝트의 방향과 구심점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 장래혁 멘토와 벤자민학교 1기생 조민영 멘티

장래혁 멘토는 공연장에도 찾아가 민영 양의 무대 공연을 응원해주었다.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항상 새롭게 도전하는 벤자민학교의 교육시스템을 그는 '틀을 깨는 교육'이라 말했다

“벤자민학교의 교육과 다른 교육과의 제일 큰 차이점은 틀을 형성하는 교육과 틀을 깨는 교육, 답이 있는 교육과 답이 없는 교육입니다. 짜여진 커리큘럼 대로 똑같은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거죠. 어떤 친구들이 답이 없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낼까. 어떤 친구들이 틀을 깨는 도전을 할까. 여기서 창조성이 나온다고 봅니다.”

그는 벤자민학교는 학생들이 재능과 열정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창의적 환경을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찾아가는 10대에게 멘토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멘티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 저의 멘토가 되어주셨던 수학선생님이 항상 강조했던 것은 치열함과 성실함, 그리고 인성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치열하게 몰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뇌가 유연하게 발달하는 시기에 그 변화의 촉매제역할을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멘토는 뭔가를 알려주는 존재는 아닙니다. 멘티가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가능성을 느끼고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그게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도움을 주었지만, 짧은 시기에 놀랍게 성장하는 멘티를 보면서 그는 더 큰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멘티인 조민영 양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어보았다.

“10대는 자신의 가능성을 맘껏 일깨우는 시기입니다. 시간이 있으니까 충분히 더 맛보라고 하고 싶어요. '젊음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후회를 남기지 않는 엄청난 몰입, 그걸 겪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여유있게 멀리 볼 수 있으니까요.”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 사진. 한국뇌과학연구원 장래혁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