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의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 5
 

최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백제왕궁전’ 특별전시회가 있었다.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백제유물이라고 하는데 그 상징체계가 고조선의 문양을 표현하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2천 년 전의 백제 역사를 빛내기 위한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잊혀진 서울의 고대 역사 및 문화와 그 의미를 되새기며, 그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만나는 고대국가 백제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고구려가 대륙국가라면 백제는 해양국가 이다. 그래서 일찍이 해양문화가 발달했고, 백제인들은 바다를 통해 세계를 만났다. 이러한 해양 교류사는 백제 사람을 백제 사람답게 만들었다. 그래서 백제인들의 개방성과 다문화 성향이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백제인들은 조상이 다르고 문화 전통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백제인으로 받아들였다. 대륙에서는 고구려가 대제국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해양에서는 백제가 대제국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백제인들은 대통합의 리더였고 그러한 전통은 단군조선이래로 이어져 온 것이었다.
 

그러한 뿌리의식이 드러나는 유물이 옛 백제왕성 터에서 발굴되었다는 것이다. 풍납토성에서 출토되는 백제유물은 서기전 1세기 전후의 것들이다. 시기적으로 마한 것인지 백제 것인지 불분명해도 모두 단군조선을 승계한 것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거기서 발굴되는 유물은 직간접적으로 고조선에 대한 뿌리의식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래는 조(朝)의 고대 한자(金文)이다. 조(朝)는 ‘아침’ 이라는 의미보다는 ‘조선(朝鮮)’이라는 고대 국가를 표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문자이다.

 

▲ [ 朝의 고대한자 ] <사진 출처 : http://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43100>
                                                                         
위의 고대 한자를 풀어보면 日 +山 +川 , 고조선의 산천을 태양이 밝게 비춰주고 있는 형상이다. 밝고 환한 태양이 미치는 범위가 다 고조선의 땅이었다. 朝의 고대한자를 형상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사진= 민성욱>

 

 ▲사진=한성백제박물관.

위의 고대한자는 물가에 사는 조선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고대한자 중에 이와 같은 뜻을 가진 문자가 바로 이(夷)다.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이(夷)는 우리 민족을 뜻하는 동이(東夷)와 말갈(靺鞨)과도 연결된다. 말갈이 순수 우리말로 풀어 보면 크다(大) + 칼(刀) or 활(弓)로, 이는 큰 칼이나 큰 활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로 주로 물가에서 문명을 이루었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백제 유물이 되었든 마한의 유물이 되었든 모두 그 뿌리가 고조선에 있으며, 그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기와 무늬에 고조선 문양을 넣어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렇듯 백제 혹은 마한의 뿌리의식이 드러나는 유물을 통해 고조선의 상징체계와 그 상징체계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

고조선인들은 세상을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보았다. 이러한 천지를 형상화한 것이 원방각(〇□△) 이다. 원방각을 기초로 한 천지인(天地人)사상과 천지인 사상을 토대로 홍익인간 이념이 나왔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고조선이 건국되었다. 고조선 이후에도 단절없이 역사는 전개되었고 이러한 홍익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발현된 과정이 우리의 역사였으며, 우리 역사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있다. 예를 들면 강화도 참성단, 태백산 천제단, 한글의 제자 원리, 경복궁 내에도 존재한다. 경회루의 받침돌 하나에도, 인공 연못 향원지도, 심지어는 일종의 우물인 열상진원(洌上眞原)에도 천지인 사상과 홍익의 가치가 발현되었다. 특히, 열상진원은 맑고 차가운 물을 한번 쉬어가게 만들어 연못에 사는 생명을 보호하고 향원지에 비춰지는 정자와 꽃나무의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의 첫 출발점이 고조선이고, 그러한 역사를 최초로 설계하신 분이 단군왕검이셨던 것이다. 이것이 어찌 개천(開天)이 아니겠는가. 우리 역사의 뿌리이자 문화의 원형이 바로 고조선이자 단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대의 역사와는 다르게 인식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비파형동검도 원방각, 즉 천지인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조선 문양과 상징체계를 통해 단군조선의 개천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모두가 하나라는 의식이 곧 홍익정신이고 고조선 문양과 상징체계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홍익하라” 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선조들의 뿌리의식과 삶 속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역사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게 된다. 이렇듯 오래된 역사인 고조선의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 이러한 문양과 상징체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 앞으로 우리 역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며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역사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민성욱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