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본 서울, 서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12일 오전 서울시인재개발원 뒤편 우면산 솔밭 숲, 숲속 강의실에서 서울시민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양대 서현 교수가 ‘서울의 건축을 말하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서 교수는 ‘건축’을 소재로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풀어냈다. 이를테면 집에 반드시 있는 ‘방’과 서양의 ‘룸’(Room)을 비교하여 한국인들이 방을 어떻게 쓰는지, 그것이 주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 익숙해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대목을 짚어준다.

▲ 서울연구원과 서울시인재개발원이 주최한 제3회 도시인문학 강의 '서울 : 숲에서 책을 만나다'에서 서현 한양대 교수가 '서울의 건축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룸은 벽으로 규정되고 앞에 용도를 의미하는 말이 붙는다. 리빙룸(living room) 식으로. 방은 바닥이 중요하다. 방에 올라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는다. 방은 용도보다는 사용주체를 중시한다. 아들 방, 딸 방. 그리고 방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고 공부하고, 잠을 잔다. 룸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방과 룸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외국에는 없는 신발장이라는 것이 생긴다. 교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서 교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귀성차량, 세배, 성묘, 향우회 모임을 알리는 펼침막, 합격이나 승진을 알리는 펼침막,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널어놓은 벼, 도로를 점유한 상품, 결혼식장, 장례식장, 결혼 청첩장 사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이면에 숨겨진 한국인의 심성을 보여주었다. 그의 강연을 들으니 지금 한국인들은 아직도 씨족사회에서 못 벗어난 듯하다. 혈족이 아닌 사람에게도 ‘오빠’ ‘언니’ ‘형님’이라고 부르는 데서 이 사회가 씨족공동체의 사회적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 교수는 올해 펴낸 책 ‘빨간 도시’에서 ‘분열된 씨족의 사회’라는 제목으로 상세히 다루었다. 

▲ 강연 후 서현 교수(사진 왼쪽)가 참가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이렇게 건축으로 보는 사회사, 생활사를 솔바람이 부는 숲속에서 들었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시인재개발원이 주최하고 서울도서관과 레몬트리가 협찬한 2014 도시인문학 강의 ‘서울 : 숲에서 책을 만나다’ 프로그램이다. 이번이 세 번째 강의로 “서현, ‘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이었다.

이 강의는 서울의 시간, 공간, 사람의 주제를 다룬 책 저자를 숲에서 만나는 자리다. 지난 해 숲 속 강의에 이어 올해 도시에 관해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자 서울연구원, 서울시 인재개발원, 서울도서관, 레몬트리가 도시인문학 강의를 개최한다.
서울의 도시 공간, 건축, 역사, 철학, 생태를 담으며 그 가운데 도시인문학을 찾아하는 강좌다.
이후 강좌는 다음과 같다.

4강(7월) 권기봉(작가) 다시, 서울을 걷다
5강(7월) 김정후(건축가)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6강(8월) 이현군(지리학자) 서울, 성 밖을 나서다

7강(9월) 고미숙(문화평론가)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8강(10월) 오병훈(한국수생식물연구소 대표) 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