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조조영화 한편을 골랐다. 성경왜곡 논란이 많아 평점이 극과 극을 달리는  ‘노아’와 잔잔한 감동을 줄 애니메이션 ‘초원의 왕 도제’. 결정은 ‘초원의 왕 도제’로...


인간의 영원한 친구인 개와 갑자기 초원에서 살게 된 도시소년 ‘텐진’의 우정과 신뢰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중국 소설 ‘사자 개(짱아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는 티베트의 아름다운 초원과 당당하고 아름다운 황금사자개 도제의 우정, 위기를 이겨낸 용기, 그리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티베트인의 삶이 담겨있었다.

▲ 초원의 왕 도제의 한 장면


그러나 아름다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무엇인가 불편함이 느껴졌다. 티베트를 다룬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거대자금을 들여 만든 중국. 중국은 순수한 의도로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까?


이 영화를 접한 전 세계의 어린이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이 영화는 ‘중국 소설’를 기반으로 만든 ‘중국 영화’인 것이다. 중국은 1950년 티베트를 침공하여 점령하고, 끊임없이 독립을 쟁취하려는 티베트인을 학살했다. 그리고 이들을 동화하고자 티베트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화하려는 서남공정을 전개했다. 무력보다 더 잔인한 역사왜곡을 전 세계인을 상대로 전개하는 것이다.


기황후, 도제 등 드라마, 영화 속 역사왜곡이 무서운 이유


잔잔한 휴먼스토리에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느껴질까? 중국이 ‘칭기즈칸’을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으로 다루면서 우리는 어느새 ‘칭기즈칸은 중국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부 역사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대로 중국인인 것이다. 현재 몽골이라는 엄연한 나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칭기즈칸이 원나라로서 중국을 지배했던 역사가 있다. 중국은 그 조차도 중국의 역사로 하고 이제는 약소국 몽골의 조상마저 중국인으로 둔갑시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왜곡이 무서운 것은 스며들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 속에 픽션(허구)가 들어있다고는 알지만 어느새 진실로 받아들인다. 역사 속 진실 내지 숨은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 글자로 쓰여진 역사를 말랑말랑한 인간의 이야기로 듣고 있다는 착각이 일어난다.

그래서 ‘기황후’가 드라마로 방영되었을 때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도 공연히 분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역사드라마가 제작될 때마다 끊이지 않는 왜곡에 대한 잡음. 서로 다른 역사관의 대립이 있는 것은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그 내용이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초원의 왕 도제’ 영화 속 내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하는 스토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애니메이션 속에 숨은 역사왜곡 의도를 꿰뚫어 보는 시각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