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6회 한민족 역사·문화 청소년 글짓기 논술대회에서 고등부 장려상을 받은 김양지 학생(김해대청고 2)의 글. 국학운동시민연합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16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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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최고의 예언이다.’라는 말은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되돌아 볼 때 나에게 많은 생각을 주는 글귀이다. 많은 사람들은 보다 나은 현재를 위해 어제를 돌이켜보고, 현재보다 발전된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개개인이 이처럼 과거를 반성하듯이 우리 인류도 걸어온 발자취인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성찰해야한다. 다시 말하면 과거가 튼튼하게 바로 서야 염원하는 미래가 도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마치 이솝우화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둘째의 위태로운 통나무집처럼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논란에 휩싸여있다. 그 중 하나가 중국, 일본과의 역사 갈등 문제인데 나는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역사 갈등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되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역사는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개인이 판단할 수 없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체감 형성을 위해서는 역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논제라는 명목 아래 안일하게 두고 볼 수만 없는 문제이다.

 동북아시아의 역사는 역동적이고 화려했으며 또한 그 무엇보다 복잡하고 모순된 기억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그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역사 문제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적 갈등을 겪고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이다. 중국 동북공정의 목적은 소수민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 한국 정부가 간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점은 바로 중국이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와 발해가 우리나라의 정통 역사라고 여기며 배우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고구려와 발해가 그들의 변방 국가였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중국은 고구려사와 발해사뿐만 아니라 고조선의 역사까지도 한국사의 영역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한국사가 시간적으로는 2000년, 공간적으로는 한강 이남에 국한되어 우리 역사체계와 민족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중국의 동북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에는 200만 명에 달하는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중국의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 동요하거나 이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중국 정부차원에서 동북공정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가 개인적인 단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동북공정은 더욱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역사 갈등을 겪는 나라는 중국 뿐 만이 아니다. 일본은 독도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역사 갈등·분쟁이라고 하면 대개 일본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나는 학생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있는 목적은 자신들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잘못을 감추고 학생들에게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일본 영토교육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역사왜곡 문제로 입방아에 오른 교과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후쇼사 교과서인데 임나일본부설과 한국 강제병합, 임진왜란과 한국사 폄하문제 그리고 군대 위안부와 독도 등의 많은 부분에서 왜곡된 내용을 싣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 부분들에 대한 정당한 근거를 제시해 수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되는 교과서는 국가가 이상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제시하는 이데올로기의 집약체이다. 따라서 사회와 그 구성원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문제보다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는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시급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에 따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 3국 간의 공동 역사 교과서를 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역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길이 바른 역사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며 민족의 주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2005년 처음으로 통합 근현대사 교과서인 ‘미래를 여는 역사’가 발간이 되었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채택되지 않아 활용도가 낮았기 때문에 그 교과서가 발간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년에 두 번째 3국 통합교과서인 ‘세계 속의 동아시아 조명’이 출간된다. 3개국 언어는 물론 영어판으로도 출간될 예정이기 때문에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미래를 선도해 나갈 청소년들은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간혹 이런 사회문제들을 볼 때마다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인데 우리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인식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역사 갈등은 소화불량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한·중·일 3국의 불신과 반목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가 도래될 수 없다. 당장 해답을 강구하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다. 대책이 아니라 이 어려운 물음을 공유하여 현재의 상황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전되는 데 도움이 되자는 말이다.

 역사 갈등 해소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북아시아의 공동발전’이다. 사실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독도 문제나 동북공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다른 나라의 주장과 입장은 고려해보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처했었다. 하지만 바른 역사를 알기 위해 책을 읽고 서울대 리더십 컨퍼런스라는 캠프에 참가해 이런 동북아시아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 입장만을 고수하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다른 나라의 견해를 수용하고 합의점을 찾고 타협을 이루어 함께 발전해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 발 또 한 발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에서도 위대한 역사를 가진 창대한 동북아시아로 뿌리내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