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6회 한민족 역사·문화 청소년 글짓기 논술대회에서 중등부 장려상을 받은 민푸름 학생(금천중 2)의 글. 국학운동시민연합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16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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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와 함께 중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어느 청소년 단체에서 주관하는 ‘고구려 문화 유적지 답사’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었는데, 버스를 아주 오래 타고 중국에 있는 우리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많은 유적지를 둘러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길림성 집안현 퉁거우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와 피라미드 형태의 ‘장수왕 무덤’ 그리고 압록강변의 ‘끊어진 철교’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다. 특히, 광활한 중국 땅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랑스럽게 서 있던 ‘광개토대왕비’를 보면서 여기가 한 때는 고구려의 수도였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가 없었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웬일인지, 광개토대왕비와 그 주변에 있는 왕릉 등 몇 개의 유적들은 보존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역사 문화재라면 당연히 받아야할 관리나 보존시설이 거의 없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역사적 유적들이 관리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이 의아하여 엄마께 여쭈어보니, ‘그동안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문화재 관리를 소홀하게 하였는데, 요즘에 와서야 정비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먼 중국 땅까지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가 새롭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머나먼 타국까지 영토를 넓히고 수도까지 세운 훌륭하고 대단한 우리의 역사가 왜 홀대를 받아야 하는 건지 의아했다. 다시 한 번 이렇게 넓은 우리나라 영토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이 2002년 5개년 계획으로 시작한 동북공정에 관한 자료들을 최근에서야 처음 접한 나는 오줌을 싸고도 보리차를 엎질렀다고 뻔 한 거짓말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다른 나라의 혼과 얼이 담긴 역사를 누가 들어도 뻔 한 거짓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국책사업으로까지 정해서 실현시키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무섭기까지 했다.

 아무리 역사가 힘 있는 자 위주로, 승자의 입장에서 정리되고 기록되는 것이라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역사마저 힘의 논리로 왜곡 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화가 나는 일이고 답답한 일이지만, 우리는 먼저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동북공정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사업인지 정확히 알고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 동북지역이 역사·문화적으로 중국의 영역이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2002년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국책 학술사업이다. 5년간 약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사업으로, 중국내에서 위험의 요소가 되고 있는 58개의 소수민족문제를 중화사상으로 통일시켜 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한 중국의 첫 번째 활동은 ‘백두산 공정’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북한과 협의도 없이 마구 개발하고, 길림성 동북쪽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어 한민족의 원한을 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백두산을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해 백두산에 서려있는 한민족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백두산을 중국에 편입하고 장차 남북한이 통일되었을 때 고구려에 속한 땅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맞설 근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구려에 이어 발해까지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이다. 중국은 고구려 유목민의 후예가 건립한 발해의 옛 수도에 대한 유적지 보호 조례를 만들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최근 러·일 전쟁 당시 일본이 약탈해간 발해 비석의 반환을 일본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한국과 북한의 문화역사까지 포함하는 대형 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섰는데, 이것도 동북공정 계획과 깊은 연관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와 같은 동북공정 중심지역이 북한과 마주한 중국 국경지대를 따라 이어지면서 북쪽에서 한반도를 압박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한국의 역사는 신라와 백제에서 시작되어 시간적으로는 5,000년에서 2,000년으로 축소되고, 공간적으로는 만주와 한반도에서 한강(漢江) 이남지역으로 축소되게 되어 한국사의 근원이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진시황제와 공자에 대한 재평가 작업 역시 동북공정에 대한 정당성과 합리성을 찾고 세계에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즉, 중국이 세계무대로 진출하여 강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 내부에서 소수민족이 통합되고 민족문제에 대한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조작에 따른 일련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 왜곡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참으로 끈질기고 철저하다. 중국 사회가 개방된 1980대부터 그들은 역사서를 뒤지고 역사의 현장을 파헤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모든 자료를 수집해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자기들의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고 더욱 강한 힘을 갖기 위해 은밀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역사 왜곡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중국은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가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이러한 역사적 인식이 부족하고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우리는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 공부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 일부 학계나 종교계에서는 고조선의 건국신화 즉,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과 고구려사를 부정하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조차 우리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고 있으니 중국이 좋아라 하면서 ‘너희의 역사가 아닌 우리 변방의 역사를 우리가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중국의 동북공정 홍보 문구에 한국에서 어느 기독교인이 단군상 흉상을 잘라버린 사진을 크게 게재하였는데, 이런 사소한 일들이 그들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역사 정립은 보잘 것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제로부터 해방 된 이후에야 ‘고조선은 단군이 건국했다.’라고 정부가 공식 발표하여 단군이 우리의 역사에 정식 등장했을 정도이며, 이후에도 역사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한 예로, 월드컵 당시 한국응원팀의 이름은 붉은악마였고, 그 이미지로 고조선 이전의 국가 ‘배달국’의 치우천황의 모습을 그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즉 고조선 이전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 치우천황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삼아 숭배하고 있다.

 그들은 이처럼 고구려와 고조선, 그 이전의 우리의 역사마저도 자신들의 역사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사실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국책사업으로 동북공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이상,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방법으로 동북공정을 비판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오줌을 싸고 보리차를 엎지른 것이라 거짓말을 한 나에게 구체적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 밝히시던 우리 엄마처럼 우리도 오랜 시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준비해 온 중국에 맞서려면 객관적이고 정확한 역사적 자료가 필요하다.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라고 보아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하는 견해를 계속적으로 주장하기 위해 ‘고이’라는 역사서를 증거로 내밀고 있는데, 이 ‘고이’라는 책은 내용상 오류가 많아 중국의 학자들도 사용하지 않는 역사서라고 한다.

 또한 고구려가 중국의 영토에서 건립된 국가라는 이유로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데, 현재의 영토와 역사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고구려는 중국의 민족들을 격퇴시키고 중국 땅을 차지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우리민족은 한족 문화권과는 구별되는 동방 문화권을 이룩한 별개의 민족이며 이것은 중국의 정사에서도 고구려 건국 주체 세력을 예맥족으로 기술되어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구려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속국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조공은 외교 형식에 불과할 뿐이며, 광개토 대왕비에 나타나는 천하관은 고구려의 독자성을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또 백제, 신라, 일본도 조공 관계였음에도 고구려만 중국 지방정권이라고 주장 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다. 만약 정말 고구려가 중국에 예속된 국가였다면, 중국의 사신들이 고구려로 보내져서 간섭을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하는데, 그런 증거는 전혀 없다.

 그리고 수나라와 당나라 그리고 고구려의 전쟁이 중국 통일의 한 과정이었다는 주장하는데, 수․당과의 전쟁은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실시한 북진정책과 충돌한 국제전이었다. 또, 고구려와 전쟁을 치를 때의 수․당은 위진남북조시대를 갓 통일한 나라로서 정치적, 민족적 통합이 불가피 할 때였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고구려 유민이 중국에 귀속됐다고 주장하는데, 자진해서 신라로 내려온 고구려 유민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고려는 국호에서부터 고구려를 계승하려 하였으며, 빼앗긴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나와 있듯이 고구려에 대한 역사의식은 고려만 갖고 있었다는 것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역사는 한번 기록되면 바꾸기 어렵다. 중국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리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반박과 비판을 받아도 결국 100년쯤 뒤에는 사실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중국이 내세우는 역사적 근거와 논리의 허점을 정확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다간 자국의 역사도 바로 지키지 못하는 어리석은 국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의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를 침해하는 것이며, 한국 역사의 정체성을 뿌리까지 흔드는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뿌리가 없으면 줄기도 잎도 열매도 없겠지만,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는 아무리 거친 비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온 아시아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해도 우리가 먼저 역사적 인식을 똑바로 하고, 국민 모두가 ‘역사지킴이’가 된다면 그들의 꿈은 헛된 꿈이 될 것이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우리 국민들 모두가 ‘역사지킴이’가 되어 역사적 인식을 바로 갖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중국의 역사적 횡포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 정부와 학계와 종교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나라와 나라사이의 문제로만 생각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모른 척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발 벗고 조금씩 노력해나간다면 우리는 당당히 고구려와 고조선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한 때이다. 또한, 종교계와 학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옹다옹 싸워가며 분열하지 말고, 통일되고 정립된 역사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다. 역사는 어느 한쪽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센 힘을 가진 소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의 역사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지난 역사 속에서의 실수는 되풀이 되지 않게 노력하고, 잘난 점은 더 발전시켜 현재의 그 나라를 더 빛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벌써 중국은 우리나라의 혼과 얼이 담긴 역사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으며 우리는 그동안 그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역사의 뿌리를 굳게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특히, 동북공정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논리로 박차를 가한다면 유서 깊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는 지켜질 것이다.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몰아친다 해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그 역사 위에서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