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7회 한글날인 10월 9일을 맞아 곳곳에서 경축행사를 연다. 23년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이를 기념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새롭게 다져보자는 의미이다. 이런 경사스런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뜻을 알고, 한글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근래에 한류 열풍이 지구촌을 휩쓸면서 한글과 한국어, 한국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 가요나 연속극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호기심에 한국어를 배우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작정을 하고 배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세종학당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세종학당은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기관이다.  2007년 3개국 13개소로 출발한 세종학당은 올해 말 120개소로 확대하고 2017년까지 20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 수요가 분수처럼 치솟아 오르기 때문이다. 세종학당이 들어선 국가도  금년말 51개국으로 늘어나게 돼, 한국어 학습 열풍을 지구촌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한류를 타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국제화, 세계화로 나아가고 있는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알고 그에 따른 대책도 끊임없이 마련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영어 교육 문제이다. 특히 우리는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 영어 교육을 강화해왔다. 영어를 익히기 위해 초등학생들도 외국 유학을 떠나 '기러기 아빠'가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또 국내 대학에서 무리하게 영어로 강의를 하여, 강의 수준과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반성도 나왔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우리말을 놔놓고 영어를 즐겨 쓴다. 로드맵,  스타트업 등등. 또 거리에 나가면 외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한국이 아니라 외국 도시의 거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을 '영어 광풍' '영어 숭배'라고 빗대어 부르기까지 하지만, 여전히 영어 공부, 영어 사용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즐겨 쓸수록 한글과 한국어의 위상은 낮아진다. 우리부터 한국어를 외면하는데 누가 한국어를 소중히 여길 것인가. 국제화 시대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좋아하는 사이, 우리 스스로 한국어의 위상을 허물고 있지 않은지, 한글날을 맞이하여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말에 없는 단어, 우리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말 따위는 받아들여 사용해도 된다. 그러한 말들은 우리말을 풍요롭게 하고 다양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 그 말 대신 생경한 외국어를 가져다 쓰는 것은 결국 우리말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제화 시대에 한국어와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영어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익혀야 한다. 또 한국어도 아끼고 사랑하여 한국어의 국제화도 크게 진척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게 모순된 일이 아니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뒤집어 말한다면 한국어에 서툰 사람은 외국어도 서툴다고 말할 수 있다.

영어가 처음부터 국제어로 높은 위상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영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학자뿐만 아니라 저술가, 문학가,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영어권 사람들은 영어를 사랑하고 애용했던 것이다. 한국어가 지금의 영어와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하려면 그들이 했던 노력에 비해 두세 배는 더 쏟아야 한다.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한글보다 더 위대한 문자는 세계에 없다고 외국인 교수는 말한다.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것이다. 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