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두고 옛날 조상들은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 (『열양세시기』)라고 하였다.  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좋은 때에 산과 들에는 곡식과 온갖 과일이 익어가니 저절로 배가 부른다. 새 곡식과 햇과일로 조상께 차례 지내고 마을 사람들과 나눠어 먹으니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 

우리 조상들이 추석에 만들어 먹었던 음식으로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 토란국, 화양적이 있다.  조상들이 추석에 이런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살펴 보자.

 " 술집에서 햅쌀로 술을 빚는다. 떡집에서는 햅쌀로 송편을 만들고 또 무와 호박을 섞어 시루떡도 만든다. 또 찹쌀 가루를 쪄서 반죽하여 떡을 만들고 쌂은 검은 팥, 누런 콩 가루나 깨를 바른다. 이것을 인병(引餠, 인절미)이라 한다. 이것을 판다. 또 찹쌀 가루를 쪄서 계란같이 둥근 떡을 만들고 삶은 밤을 꿀에 개어 붙인다. 이것을 율단자(栗團子)라 한다. 또 토란단자도 있는데 율단자를 만드는 방법과 같이 한다. " (홍석모 편, 이석호 역『동국세시기』, 을유문화사, 1988, 을유문고 25. )

『농가월령가』에서는 신도주(新稻酒),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 등을 이때의 시절음식이라 하였다. 송편은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송편은 언제부터 먹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기록상으로는  1680년 『요록(要錄)』에 송편이 나온다.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 권4 '만물문(萬物門)'에서는 "떡 속에 콩가루 소를 넣고 솔잎으로 쪄서 만드는데 이는 송병이라는 것이다."고 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만드는 법이 들어 있다.

 "쌀가루를 곱게 하여 흰 떡을 골무떡보다 눅게 하여 쪄서 꽤 쳐 굵은 수단처럼 가루 묻히지 말고 비벼 그릇에 서려 담고 떼어 얇게 소가 비치게 파고, 거피팥꿀 달게 섞고 계피, 후추, 건강가루 넣어 빚는다. 너무 잘고 동글면 야하니 크기를 맞추어 버들잎같이 빚어 솔잎 격지 놓아 찌면 맛이 유난히 좋다."

송편은 쌀가루에 무엇을 첨가하느냐 또는 소로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멥쌀가루와 모싯잎으로 만든 모싯잎 송편, 송기를 넣은 송기송편, 깨를 넣은 깨송편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올벼로 만든 송편을 올벼송편, 오려송편이라 한다.

 송편을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다. 예부터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아이를 밴 여인이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였다. 음식 장만하는 수고를 덜고 음식에 정성을 들이게 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송편에서는 향긋한 솔내음이 일품이다. 추석을 앞두고 미리 연한 솔잎을 뜯어 깨끗하게 손질해 두었다가 송편을 찔 때 솥 바닥에 솔잎을 깔아 송편을 찐다. 그러면 떡에서 은은한 솔향이 풍기고 솔잎 자국이 송편에 찍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이렇게 솔을 아래에 깔아 쪄서 만들기에 송병(松餠), 송편이라 하였다. 송편은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까지 즐겁게 하는 음식이다.  

추석에 쓰는 술은 백주(白酒)이다.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 한다. 집집마다 술을 빚어 이웃을 서로 청하여 나누어 마셨다. 취하도록 마실 수 있게 많이 빚었다.

또 추석에는 토란국을 끓여 차례상에 올렸다. 토란국은 꽤 오래 전부터 두루 먹었던 음식이다.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시골에서 토란국을 끓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추석 절식으로 토란국이 자리잡았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령에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쉬어보세, 신도주, 올벼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라는 구절이 있다.  토란은 초가을에 걷어들이는데 추석 무렵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또 부은 종기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이고 해독에 효능이 있다.

 추석에는 화양적도 절식으로 차례상에 오른다.  햇버섯, 도라지, 쇠고기에 갖은 양념을 다하여 볶아 꼬챙이에 끼운 음식이다. 화양은 도라지를 의미한다. 요새 즐겨먹는 산적과 유사하다.

옛날에는 추석에 송이버섯 요리도 많이 하였다. 송이회, 송이전, 송이전골 등 모두 맛과 향이 뛰어난 음식이다. 추석 무렵에는 송이버섯의 향기가 유난히 좋다.

 또 추석 무렵에는 사과, 배, 대추, 밤 등등 온갖 과일이 익는다. 이런 과일을 차례상에 올려 조상께 감사하며 뿌리를 확인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어 정을 나누고 마음을 통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추석은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과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명절이다. 200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렇게 좋은 한가위.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맛좋은 음식이 많이 있다고 과식을 하게 되면 탈이 난다. 적당히 먹을 일이다. 성묘 후 음복하더라도 과음을 하지 말고 과음하였다면 운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오랫만에 한 자리에 모여 성묘를 한 후 음복을 하다 보면 한두 잔 권한 것에 취할 수 있다.

과음과 과식을 하지 않고 적당히 운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명절을 보내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