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학수련을 하면서 내게는 또 하나의 큰 명절이 생겼다. 바로 개천절이다. 설, 추석에 못지 않게 중요한 명절이다. 그 전에는 국기 달고 하루 쉬는 날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시절 10월1일 국군의 날 쉬고 2일날 학교에 갔다 3일 개천절에 쉬고 9일 한글날 쉬고 24일 유엔의 날에 쉬었다. 학교에 가지 않고 노는 날이 많은 10월이 기다려졌다. 1999년 개천절 행사를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개천절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소중한 날인지 알게 되었다.

언젠가 서울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에 참석하고 개천절의 의미,  행사 내용,  느낀 바를 인터넷에 올렸더니 재일동포가 댓글을 달았다. 한국에서는 개천절 행사를 크게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그게 아니냐고 물었다. 아쉽게도 그렇지만 나라의 생일로 크게 기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서울, 천안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개천행사에 참여하면 기쁘고 가슴이 벅찼다.  아이들과 함께 이날은 개천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광주에서는 무등산에 있는 천제단에서 천제를 지내고 기념행사를 한다. 언론에서는 이곳에서 하는 제천행사를 보도하였다.

 광주국학원은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단군성전에서 개천절 기념행사를 한다. 상무대가 있던 곳인데 송요찬 전남 도지사 시절에 단군상을 모신 성전을 상무지구 여의산 정상에 세웠다고 한다.  규모가 적지만  단군성전이 있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이곳은 단군상을 볼 수 있도록 매월 3일 오전에 문을 열어둔다. 광주국학원이 개천절 기념행사를 매년 하면서 광주지역의 국조숭모회 등도 힘을 모았다.  광주부시장이 헌관으로 참여하고 시립국악단이 제례악을 연주하는 등 규모를 갖춰 가고 있다.

무등산 천제단에서 개천절 행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단군성전이 있는 곳에서 개천절 행사도 큰 의미가 있다. 국조 단군이 나라를 세우신 뜻,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러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 개천절을 쉬는 날로만 아는 시민들에게 개천절을 맞아 행사를 함으로써 개천절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시민들이 많이 오는 곳에서 개천절 행사를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개천절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서울이나 천안에서 개천절 행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 광주에서 개천절 행사를 할 때는 항상 참석하였다. 이날은 국경일이지만 신문사는 쉬지 않기 때문에 오전 행사를 참석하고 취재를 하고 오후에 기사로 보도하였다. 서울 행사 때는 휴가를 내서 참석했는데 2011년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를 잊지 못한다. 전국에서 10만여 명이 참가했고 나 자신도 버스를 인솔하여 참석했다. 뜨거운 볕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개천절 행사를 함께한 많은 사람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보인다.

나라의 생일이라고 흔히 말하는 데 미국의 독립기념일,  중국의 건국절보다 더 의미가 있는 날이다. 개천, 하늘이 열린 날, 하늘을 연 날. 왜 개국(開國)이라 하지 않고 개천이라 했을까.  개국은 황제가 나라를 세웠을 때 쓰는 용어이고 건국(建國)을 황제가 제후로 봉한 왕이 나라를 세웠을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뜻을 펴기 위해 세운 나라에서는 개국이나 건국은 어울리지 않는다. 개천이라야 맞다. 

개천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쳐 준 사람은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다. 이 총장은 "한웅천황께서 깨달음을 얻은 뒤에 아직도 어둠과 어리석음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가르침을 폈다. 이것이 바로 개천의 참된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개천은 눈에 보이는 하늘을 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 즉 사람의 마음을 어둠 속에서 건저 환하게 빛을 비추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늘을 열었다는 것은 인간 의식을 한 차원 진화시켰다는 뜻이다. 이것이 진정한 개천의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홍익인간의 이념이다. 하늘을 여는 것, 무지와 어리석음의 상태에서 인간의 의식을 한 차원 더 진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개천이고 개벽이다.

 개천절을 맞이할 때마다 이런 의미를 새기며 한 해 한 해 의식이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스스로 물어보곤 한다. 이런 국경일이 우리에게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또 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모른다. 개천절을 맞아 모두가 "내 의식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물어본다면 좀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승헌 총장은 또 개천절을 한민족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생국 미국이 독립기념일을 국가 축제로 성대하게 보내는 것처럼 우리 개천절도 온 국민이 국조단군과 홍익인간 정신을 기리는 민족 최대의 경축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성탄절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연인이나 친구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하는 날에도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데 민족의 생일날을 너무 소홀히 보낸다고 아쉬워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민족의 큰 생일 개천절을 국민의 축제로, 나아가 남과 북, 재외동포가 함께하는 한민의 축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늘날 급격한 국제화 속에서 외국에 가서 사는 한민족이 많고 국내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들도 많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을 하나로 묶어낸다면 그것은 바로 국조단군이요, 개천절이 아니겠는가.  개천절에 한민족이 이념과 종교를 넘어 하나가 되는 날,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이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