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불꽃이 잦아든 것은 이미 60년 전의 일이다. 당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세계인들의 원조를 받았던 대한민국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제는 세계 각국에 인적, 물적 원조를 제공하는 지위에 올라섰다. 전쟁의 상흔은 어느새 초고층 빌딩과 대형 구조물로 탈바꿈했다.

 60년 전 이 땅에서 한 민족 간에 일어난 참혹한 전쟁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의 52.7%, 심지어 성인의 35.8%는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땅에서 일어난 이 민족의 역사지만, 안타깝게도 그 것을 제대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6∙25 전쟁을 겪은 사람이 760만 명, 겪지 않은 사람이 4,040만 명이다. 역사를 기억하려는 국가와 민간의 노력, 정책이 없다면 6∙25 전쟁은 이대로 잊혀진 기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세도나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 준공식'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이 공원 한켠에 마련된 '한국의 변천사 사진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세도나 한인회]

 
 지난 6월 14일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의 한 도시, '세도나(Sedona)'에서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도나 한인회가 미 해병대 전우회와 세도나 시(市)와 손 잡고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을 만들고 기념비를 세웠다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도나 한인회 명예회장인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이 세도나 지역에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념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그해 5월부터 세도나 한인회를 움직였다. 애리조나 주 정부와 세도나 시, 미 해병대 전우회, 애리조나 참전용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한국의 국가보훈처와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 실내에 마련된 전시물. 한반도를 바탕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나라의 국기가 어우러져있다.


 세도나 한인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단체들이 힘을 모은 공원 준공은 기금 모금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세도나 시는 시가 약 3억 2,500만 원(28만 달러) 상당의 공원 부지를 기증했다. 세도나 한인회는 '음력 설 행사' '켄 베넷 애리조나 상원의원 초청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세도나 주민들로부터 약 1억 원(8만 5천 달러)을 모금했다. 여기에 미 해병대 전우회에서 약 3,000만 원(2만 5천 달러), 세도나 한인회 성금 1,160만 원(1만 달러)가 모였다. 그리고 한국의 국가보훈처가 1,800만 원(1만 5천 달러)을 보조했다.

 이렇게 모인 1억 3천만 원(11만 달러)으로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6∙25 전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공원이 만들어졌다. 4년의 시간을 한 마음으로 여러 단체가 달려온 결과 한국전 정전 60주년이 되는 2013년 6월 기념공원의 문을 열게 되었다.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은 그랜드캐니언과 볼텍스 등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유명한 세도나를 관통하는 도로 89A 선상에 약 500평(16,000제곱피트)의 너른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 세도나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 준공식에 참석한 세도나 청소년 해병대 회원들. 미국은 6∙25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참전한 베테랑(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평화와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다음 세대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준공식이 열린 6월 14일에는 롭 아담스 세도나 시장, 다이앤 존스 커튼우드 시장을 비롯해 미국 애리조나 한국전 참전용사 연합회, 미 해병대 전우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여기에 방기선 LA부총영사, 미주한인총연합회 유진철 회장, 서남부연합회 이정오 회장이 축하차 참석했다. 보조금을 지원한 한국의 국가보훈처 전홍범 광주지청장도 자리했다. 이들 외에도 150여 명의 세도나 주민과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013년은 6∙25 전쟁 발발 63주년,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도 60주년이 되었다. 1950년 미국은 이름도 낯선 아시아의 나라 '대한민국'에 178만 9천 명의 젊은이를 보냈다. 그 날의 그 청년들은 지금 머리에 은빛 세월의 흔적이 내려 앉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청년이었다.
 

▲ 세도나 해병대 전우회 댄 윌릿츠 사령관

 가장 마지막으로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세도나 해병대 전우회 댄 윌릿츠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6∙25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전쟁입니다. 여기 세워진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바로 우리의 역사, 우리 기억의 증거입니다."


 우리의 기억 속 6∙25 전쟁은 어떤가. 역사는 후손이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후손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세도나에 만들어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 준공식에 참석한 '청소년 해병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