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민종교협의회(회장 한양원)은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013 전통윷문화계승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양원 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날 사라져가는 윷문화를 복원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윷문화의 계승과 부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그 첫 번째 작업이다. 이것을 밑거름으로 삼아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 등재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축사자로 나선 역사학자 이이화 고문(한국윷문화연구소)은 “우리 겨레의 생활사 있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3대 발명이 있다. 바로 주택은 온돌, 음식은 김치, 놀이는 윷이다”라며 “윷은 퉁구스계에 속하는 동이족이 창작해 낸 놀이다. 학술발표회를 계기로 인류학, 천문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종합적이고 알찬 발표회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행사는 5명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중간에 안동내방가사보존회에서 준비한 윷푸리 가사 공연이 펼쳐졌다.

바둑, 장기는 중국이 기원…그렇다면 윷놀이는?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윷문화연구소장)은 ‘윷문화 계승의 당위성과 윷학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 지난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013 전통윷문화계승 학술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발표하고 있는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민족종교협의회)

임 교수는 “최근에 중국 갑골骨角문자 및 암각화 연구의 권위자 유봉군劉鳳君 교수(중국 산동대학 미술고고 연구소)에게 한국의 윷과 윷판 그리고 암각화 윷판을 보여주며 중국에도 이런 놀이나 암각화가 있는지, 이와 유사한 도형이라도 있는지 문의한 적이 있다. 중국 전역에 산재한 암각화와 고대의 골각화 골각문자를 샅샅이 조사한 그는 전연 본 바가 없다고 대답한 바 있다. 바둑 장기 등 대부분 민속놀이가 중국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윷놀이만은 중국에서 전연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특이성과 독자성을 지닌다.”라고 말했다.

윷놀이는 중국, 일본, 동북아시아, 유럽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윷놀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임 교수에 따르면 멕시코 인디오들이 매년 2월 2일 그들의 새해에 모여 노는 전통놀이 꾸일리치, 아즈텍문명의 파톨 리가 네 개의 작은 윷가락을 가지고 윷말판과 비슷한 도형을 가지고서 논다고 밝혔다.

미국의 스코키 소재 미첼 박물관에는 우리의 윷과 거의 유사한 인디언 윷을 보관하고 있다. 일부 남미지역에서는 발음도 ‘윷’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임 교수는 “윷은 단순한 정초의 놀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만 년 전 한반도에서 피어났던 천문학과 세계관이 결집된 고대 문명의 상징”이라며 “윷놀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놀이문화이자 고대 한반도문명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정립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 지난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013 전통윷문화계승 학술대회'가 열린 가운데 안동내방가사보존회의 윷푸리 가사 공연(=한국민족종교협의회)

윷판 제작시기, 윷판형 암각화 등 다양한 발표 이어져

송화섭 전주대 교수는 ‘윷판형 암각의 종교적 성격’을 주제로 윷판도가 삼국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송 교수는 “고구려 벽화고분의 석재와 익산 미륵사지와 황룡사지 주초석에 등장하는 윷판의 구도와 위치가 너무나 흡사하여 삼국시대 북신묘견신앙이 불교에 차용되었고, 그 도상을 사찰의 주초석에 새긴 것이 발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고려시대는 별을 보고 제사를 지내는 행위 초제(醮祭)를 윷판도의 제작과 연관했다. 이어 조선시대에는 도학자들이 선경의 세계를 꿈꾸며 윷판을 조각했고, 일제강점기로 나라가 위기를 겪으면서 풍요롭고 화평한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윷판을 조각한 것이라고 송 교수는 주장했다.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은 한국 암각화 중에서 윷판형 암각화라는 도형암각화를 소개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암각화는 기원전 4-3세기 고인돌문화의 막바지 즈음에서 그 성립과 제작이 시작된 것이다.

윷판이 고인돌 개석상, 구릉지 바위가 아닌 건축물의 주초석에 새겨진 이유에 대해 “북극성 중심의 천문 상에서 질서 있게 주천하는 북쪽하늘의 상징성은 동시에 지상에서도 그대로 구현되어야 한다.”라며 “인간의 건축물에 그대로 치환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주초석 위에 윷판을 새기게 되었다.”라고 이 소장은 밝혔다.

한재훈 연세대 교수는 ‘윷판에 투영된 갱정유도의 도수관‘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갱정유도에서는 윷판을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일월(日月) 또는 음양(陰陽)으로 대표되는 영허도수(盈虛度數)가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영허’란 채움[盈]과 비움[虛]을 뜻하는 것으로, 천체의 운행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도수’란 그러한 현상의 궤적을 일컫는 표현이거나, 혹은 그러한 궤적을 가늠하는 일종의 지표다.

이때 1부터 10까지의 수 중에서 홀수의 합인 스물다섯[二十五]과 짝수의 합인 서른[三十]은 역리적 도수의 기본 틀이 된다. 이런 견지에서 영신당주는 ‘들고 나는 구멍 다섯’ 즉, 윷판에서 네 방위의 거점이 되는 점과 정중앙의 점을 빼면 스물다섯이 되고, 그것들까지 합하면 서른이 된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스물다섯과 서른은 곧 홀수(양)와 짝수(음)의 영허작용을 상징한다.

임병학 충남대 교수는 ‘윷과 정역’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임 교수는 “윷은 우주 만물의 생장성生長成의 변화와 인간 삶의 흥망성쇠가 농축되어 있는 원리를 표상하는 우리의 전통놀이로 ‘정역’이 표상하는 역도 표상체계를 통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라며 “윷과 ‘정역‘는 모두 근본적으로 수리체계數理體系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윷놀이 자체로 역학적 의미를 온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