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하늘 인식은 하늘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든 생명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것, 사상적으로 홍익인간 이념이 바로 우리 민족의 천신문화다. 하늘을 섬기면서 인간 세상을 부정하거나 하늘에 종속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안동대 임재해 교수는 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국학원-한민족기념관 정기학술회의에서 우리 민족이 하늘에 대해 가져온 인식을 이렇게 정리했다. 서양이나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상(하늘)-하(인간)'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 안동대학교 임재해 교수

 임 교수가 가장 강조한 점은 바로 하늘과 인간의 관계였다.

 "한민족의 제천의식은 상고사, 고대사 속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후대까지 지속되어 왔다. 이는 사상적으로는 홍익인간 이념, 종교적으로는 천신신앙, 문화적으로는 제천문화라고 볼 수 있다.
 하늘을 귀하게 여기고 섬겼다는 점에서 (인간을 하늘의 하위개념으로 볼 수 있으므로) 모순된 듯하나 그렇지 않다. 우리 민족의 하늘은 인내천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곧 하늘, 하늘이 곧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늘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본 우리 민족의 인식은 단군의 고조선을 넘어 환웅의 신시배달국(임 교수는 이를 '신시고국'이라고 표현했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단사학에서는 환웅시대를 인정하지 않지만 하늘, 제천문화를 이야기하려면 '환웅'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환웅시대 때 이미 사회적으로 정착하여 농경문화생활을 했다. 천손강림, 홍익인간, 재세이화와 같은 개념들이 환웅천황이 펼친 것들이다.
 환인천제, 환웅천황에서 말하는 '환'은 우리말로 환하다, 밝다는 말이다. 한자 하늘 天(천)과 환은 그 개념이 일치한다. 환한 것이 하늘, 태양이라는 말이다. 환은 빛이 밝고 전망이 넓고 우주와 같은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민족 상고사에서 '하늘'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개천절' 그리고 '단군'이다. 학계에서는 단군을 우리 민족의 시조로 보고 있다. 그런데 임 교수는 왜 유독 단군에 앞선 환웅을 강조하는 것일까.

 "환웅 다음 세대가 단군이다. '환(桓)'과 '단(壇)'은 다르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것과 같다. '환'과 '단' 모두 밝음을 뜻하지만 그 밝음에 차이가 있다. 환이 더 큰 의미의 밝음을 뜻하면서 하늘을, 단은 그보다는 덜한 밝음으로 땅을 의미한다. 그래서 환인과 환웅이 하늘의 천신이자 태양의 기능을, 단군은 지상의 왕검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환웅은 천제의 아들로 종교적으로는 천자, 정치적으로는 천황이었다. 그가 다스리는 나라가 어떤 나라이겠는가. 천국이다. 천국이 이 땅에 세워졌으니 신의 나라, 곧 '환국'이다. 오늘날 '한국'의 명칭도 이 뜻이 내제되어 있다."

 민족의 역사 속 '하늘'은 환웅 이후에도 개국시조의 이름이나 탄생설화 등을 통해 항상 살아숨쉬고 있었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는 이름에서부터 '태양' 그 자체를 뜻한다고 한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탄생설화를 보면 '하늘에서 큰 자줏빛 달로 나타났다'고 한다. 임 교수는 이것이 곧 '붉은 해=태양'을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