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어때요? 인상이 좋아요? 예전에는 얼굴이 차갑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무슨 좋은 일 있느냐고, 신수가 훤~ 하다고 그럽디다."

지난해 더위가 저물고 가을빛이 곱게 익어갈 무렵, 김기자 씨의 얼굴에는 행복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다는 가족들 때문이라던데…. 김 씨의 마음속엔 어떤 행복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김기자 씨(65)를 단월드 서부센터에서 만난 건 지난주 광주에서 멘탈헬스 강연회가 있던 다음날 13일이었다. 매주 각 지역을 순회하며 만나게 되는 멘탈헬스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기자는 오늘 또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 남편 이인옥 씨(왼쪽)와 김기자 씨(오른쪽)

"내가 먼저 살아야제. 누가 날 살릴 것이여?"

"2006년 봄에 시작했으니까 한 7년 전쯤이었을 거에요.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그때는 제가 몸도 마음도 많이 안 좋은 상태였어요. 신경이 예민한 편인데다 집안 경제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불안증에 신경성 위장병, 불면증까지 겹쳐서 많이 힘들었었지요."

김 씨는 수련을 시작했던 날을 찾아 더듬더듬 머릿속 기억을 되짚어 올라갔다. 그 당시 김 씨의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흔히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세가 기울면 당연히 돈 벌 궁리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마련인데, 그는 어려운 경제사정보다 건강부터 먼저 단단히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돈이 아예 바닥난 상태가 되다 보니 돈 걱정보다는 우선 내가 건강해져서 살아야겠단 생각이 듭디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야 돈도 다시 벌 수 있는 거고요."

김 씨는 친구 소개로 단월드 일일 무료수련 체험을 해본 뒤 자신과 잘 맞는 운동이란 생각에 그 자리에서 바로 한 달을 등록했다. 건강해질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던 때였다.

"평생 건강 지킬 자리 하나 만든 것이랑께"

김 씨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깐깐하고 단단한 느낌, 힘든 시간을 이겨온 내공이 느껴졌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수련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던 그의 노력 덕분일까?

"원장님이 수련을 강하게 시켰어요. 누워서 다리를 들고 호흡에 집중하는 연단수련(한 동작을 10분 이상 유지한 채 호흡에 집중하여 몸의 경락을 열고 단전을 강화하는 수련법)을 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내릴라치면 원장님께서 죽비로 탁탁 소리를 내며 해이해지는 마음을 깨우셨지요. 늙어서 몸 힘들다고 다리 내리지 않았어요. 끝까지 했지요."

김 씨는 뱃심이 없어 늘 구부정했던 자세가 저절로 곧게 세워지며 교정되는 것을 보고 몸이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집으로 가는 경사진 언덕길도 이제는 힘들이지 않고 가뿐하게 걸어 올라간다.

하루하루 몸이 건강해지는 소리에 마음도 건강해졌다. 불안증과 불면증으로 우울하던 마음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원래 한 달만 바짝 배워 집에서 혼자 하려고 계획했던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돈이 없으니까 딱 한 달만 배운 뒤에 나 혼자 집에서 해도 안 되겠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일주일 해보니까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대요. 센터 가면 그냥 웃고 손뼉 치고 같이 즐겁게 체조하고. 누가 잘 사네 돈이 많네 격을 따지지도 않아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고요.

이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해야 제맛인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이 수련을 해야겠단 마음을 먹었지요."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적용된 것일까. 김 씨의 마음을 알았는지 김 씨를 단월드로 이끌어준 친구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김 씨를 믿은 친구가 김 씨를 평생회원으로 등록시켜 준 것이었다.

김 씨는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파트너처럼 그렇게 단월드와 단단한 인연의 고리를 맺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몸의 건강도 마음의 행복도 모두 얻으리라 되뇌고 되뇌었다.

▲ 시동생 이재동 씨(왼쪽)와 아들 이동환 씨(오른쪽)

"함께 건강해질 때 진정 행복해지는 것 아니겄어?"

김 씨는 본인의 건강이 좋아지자 가족의 건강이 눈에 밟혔다. 제 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반평생을 함께 한 남편 건강부터 챙기기로 했다.

같이 하자고 해도 듣지 않던 남편에게 3년간 공을 들였다. 원장님께 제 남편 좀 잘 끌어주십사 부탁도 많이 했다. 그 정성을 느낀 걸까. 남편 이인옥 씨(68)가 작년 8월 31일 수련을 시작했다.

이 씨는 옛날부터 합기도나 헬스 같은 운동을 많이 했었기에 본인에게 이 수련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허리 디스크, 두통, 가슴 쓰림 등으로 매일 약 6~7가지를 먹어야 할 만큼 건강상태가 안 좋아졌다.

"한 달 수련하고 나니까 혈압이 내려오면서 두통이 사라졌어요. 허리 아픈 것도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니까 가슴 쓰린 것도 낫고요. 지난해 9월부터는 약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약은 다 끊었어요. 정말 내가 경험을 하고 나니까 수련을 권했던 아내 마음이 이해가 되더군요. 요즘은 내가 주위 사람에게 이 수련을 소개하고 다녀요."

김 씨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꼬박꼬박 수련하는 남편 이 씨를 보며 자기보다 더 열혈팬이 됐다고 웃었다.

김 씨의 가족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동생이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김 씨는 남편 이 씨와 상의해 시동생 이재동(64) 씨를 센터에 데려오기로 했다.

"시동생에게 처음 말을 꺼냈을 때 반응이 남편과 똑같았어요. 뭔 운동을 하느냐며 시큰둥하게 반응하고는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밖에 바람 쐬러 드라이브 나가자고 거짓말하고는 운전해서 센터로 데리고 와버렸어요."

작년 11월부터 수련을 시작한 시동생 이 씨도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처음 수련할 때는 힘들어서 숨 끊어질 소리가 날 정도였다. 요즘은 힘이 생겨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뱃살도 빠져 몸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김 씨의 아들 이동환 씨(36)도 작년 9월부터 함께 수련하고 있다. 직장일이 바빠도 한 번씩 센터에 나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푼다고 했다.

이동환 씨는 "부모님께서 단월드 수련으로 본인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시니까 자식 된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고 안심이 된다"며 "올해부터 자신도 부모님을 본받아 수련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 씨는 지난주 금요일 남편 이 씨 권유로 시누이가 수련을 시작했다며 내심 기쁜 표정을 지었다. 현재 김 씨를 따라 수련을 시작한 가족들은 김 씨 본인처럼 모두 평생회원이다. 그는 가족이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커졌다며,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함께 책임지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나만 몸이 좋아지고 말면 안 되지요. 식구들이 다 좋아져야 나도 좋아지는 거에요. 가족이 아픈 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서로 건강해야 가정에 평화와 행복도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