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다문화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개천절 기념 학술회의’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민족공동체연구소(소장 정영훈)와 한민족학회 주최로 2일 오후 1시 30분부터 동 대학원 강당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다문화주의를 언급하는 학술회의나 토론의 장이 자주 열리지만, 다문화주의에 대한 지지나 홍보의 담론이 지배할 뿐, 비판적 각도에서의 문제 제기나 균형 잡힌 토론은 전무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문화 담론 확산과 정부의 관련 정책이 다문화주의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낭만적 지구촌사상과 경제제일주의에 이끌려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 다문화 인구가 100만 명이 넘어선 가운데, 다문화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발표자의 논문을 미리 만나본다.

다문화라는 말 대신에 ‘다민족’으로 바꿔야!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다문화담론 및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다문화 열풍은 왜곡되고 지나치다. 그것은 한국의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서양 다문화사회의 담론과 이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외국인 유입을 부추기고 내국인을 차별하는 정책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 '다문화' 라는 말이 부정확하고 긍정적인 가치 편향의 말이다"고 지적하며 "더 정확하고 중립적인 '다민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과 같은 이민국가들과 수십 년 동안 외국노동자들을 받아들여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된 나라(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는 다른 1민족국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1민족 국가의 장점인 사회통합이나 안정성을 포기하고 다문화사회의 갈등과 불안을 선호해야 할 까닭이 없다. 서양 다문화사회에서도 이미 다문화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유입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하는데 지금 공론장에서는 이런 합의나 토론 과정이 생략된 채 일방적인 다문화 이념이 주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다수 대중이 이를 비판하나, 주류 공론장은 이를 외국인 혐오주의라고 매도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은 우리의 지나친 ‘개방 콤플렉스’ 때문이다. 다문화 정책으로의 지나친 경도는 여성가족부의 부처이기주의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형백 성결대학교 교수는 '유럽 다인종사회의 빛과 그림자: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험과 갈등'을 주제로 발표한다.

최근에 영국‧프랑스‧독일의 이주민 통합정책은 다문화주의 정책과 동화를 염두에 둔 통합정책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국적 취득에 있어서 이민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언어수준을 요구하고, 거기에 미달할 경우 비자거부와 추방도 가능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이는 결국 자신들에게 필요한 외국인 이주자만을 받아들이겠다는 ‘선택과 배제’를 사회통합의 중요한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문화담론은 21세기 탈민족담론 중의 하나!

이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주의가 근대 이후 한국사 속에서 존재했던 탈민족담론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사 속에서의 탈민족담론과 다문화주의'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탈민족담론’은 민족단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민족주의적 지향들을 거부하면서, 민족으로부터 이탈하거나 민족을 해체한 토대위에, 민족이 아닌 다른 정체성과 가치관에 입각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사조들을 가리킨다.

논문에 따르면 21세기에 들어 새로운 탈민족담론들이 대두되고 있는데, 실용주의(경제지상주의), 신자유주의나 뉴라이트사상, 여성주의, 포스트모니즘의 민족이론들, 다문화주의 등이 민족주의를 공격하는 주요 원천으로 활약 중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다문화주의가 낭만적 지구촌시민론과 경제제일주의-실용주의적 사조의 엄호하에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정 교수는 “다문화담론은 주장자들마다 인식과 대안에서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민족이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일구어온 한국의 사회와 국가 및 문화를 한민족중심의 사회(국가)로부터 다민족사회-국가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탈민족의 담론이 주장하는 대안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 질문에 대한 답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탈민족의 이론들이 제기하는 대안과 그가 수반할 결과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임형진 경희대 교수는 근대한국에서의 민족주의는 자기를 지키기 위한 힘든 투쟁의 역정을 걸어오면서도 배타적이거나 침략적이지 않았다며 조소앙의 삼균주의와 안재홍의 신민족주의가 갖고있는 세계일가사상에 대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주최 측은 "개천절이 한민족의 생일날로 비견되는 국경일로, 단순히 ‘노는 날’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민족이 민족적 차원에서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과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모색하며 결의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민족공동체 연구소와 한민족학회는 앞으로도 매년 개천절을 기하여, 민족적 차원에서 같이 생각해야할 주제들을 발굴하여 토론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발표에 대한 토론은 유명호 21세기민족주의포럼 운영위원, 임정빈 성결대 교수, 성보용 통일연구원 전문위원, 정지웅 (통일미래연구소 소장이 나선다.

문의) 011-2028-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