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6회 한민족 역사·문화 청소년 글짓기 논술대회에서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최원영 학생(동지고 2)의 글. 국학운동시민연합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16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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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TV뉴스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일본이 소위 '한일해저터널'을 사전 탐사한다는 명분하에 규슈섬에 가라쓰에서 한국방향을 향해 500m나 건설했다는 것이다. '한일해저터널'이란 부산과 일본 규슈섬을 잇는 해저터널을 말하는 것으로서, 아직 양국 간의 협의도 되지 않은 사항이다. 당시 건설 사업소장인 겐지는 한국기자가 요청한 인터뷰에서 아직 일본과 한국과의 역사적 문제가 있지만, 해저터널을 통해 양국이 융화되고 우정을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밝혔다. 일본의 한국을 향한 야욕을 또 다시 양국의 화해의 장으로 화려하게 포장해버렸다.

 나는 D포털 사이트의 토론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한일해저터널에 관한 자료와 함께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반대의견을 모으는 온라인 서명을 실시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내 의견에 호응해주었고, 목표 인원인 1만 명을 서명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서명에 여러 반대의견이 달렸다. 더 이상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에 얽매여서, 국가의 이익을 보지 못하면 안 된다. 일본은 정치적·경제적 동반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한일해저터널이 경제적으로 이익의 득과 실을 비교하는 것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한일해저터널은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 근현대사를 조금 깊이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일해저터널은 근래에 시작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제가 한반도를 전초기지로 삼은 채, 전 아시아 대륙을 육상으로 점령하기 위해 세운 일본의 군국주의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이 야욕은 바탕은 이미 조선시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패전으로 인해 잠깐 그 의욕을 접었을 뿐, 다시 그 의욕을 불태우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시아의 공영을 위해 지어진다는 한일해저터널은 지극히 자국을 위해 지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 대해서 사과하지도 않은 일본이 한일해저터널을 통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역사(歷史)는 이렇듯 한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고, 안내해주고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통시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역사는 한 국가의 과거 이상의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발맞춰서 우리나라 역시 보폭을 크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올해 11월 G20 세계 정상회의를 의장국으로서, 서울에서 회의를 개최한다. 세계를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랑스러운 일이 분명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계화란 큰 조류 때문에 자칫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할 수 있다. 어디로 가야할 지, 어느 것을 준비해야 할 지 우리는 혼란스럽다. 그 때,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인간중심의 홍익인간(弘益人間)정신, 넓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진취적이었던 광개토대왕의 대외활동, 무엇보다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셨던 백범 선생의 말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분명히 설정할 수 있다.

 한 국가를 나무에 비유해보자. 국가의 현재가 나무 몸통이라고 한다면, 뻗어나가는 가지, 앞으로 맺을 열매는 국가의 미래가 된다. 그리고 국가의 역사는 나무의 뿌리가 된다. 나무의 크기, 나뭇가지 수, 나무의 잎, 꽃과 열매 모두 뿌리로부터 결정된다. 뿌리가 깊이 뻗을수록 나무는 더욱더 크고 튼실하게 자랄 수 있다. 뿌리가 없는 나무란 있을 수 없고, 뿌리가 약한 거목은 자랄 수 없다. 우리가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배워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뿌리를 알아야만 우리의 현재를 깨닫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지만, 우리나라는 바람에 많이 흔들린다. 일본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독도 강탈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방향을 잡은 반면, 우리나라와 국민들은 일시적이고 산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소식이 전해져서야 성명소식 발표에 급급하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상당수 진행되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어서야 중국 대사를 통해 표면적인 항의만 할 뿐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역사의식이 없다. 역사적으로 반복된 실수를 재순환하는 것 같다. 과거의 사례에서 우리의 것이 강탈당한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이 있음에도 아직도 미온적이다. 우리가 먼저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역사의식 마찬가지이다. 한일해저터널이 역사적으로 왜 진행되어서는 안 되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경제적 타산성만 계산기로 두드릴 뿐이다. 왜 정신대 할머니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을 찾는지 잘 모른다. 국민들이 역사의식이 없으면 근시안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에서만 세상을 볼 것이다. 반면에 국민들에게 역사의식이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역경에도 쓰러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다. 나라가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들을 공부 시키고, 투자를 해줘도 영혼 없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역사의식이 있어야만 개인적으로 미래에 대한 소망, 나아가서는 나라와 사회에 대한 사랑과 의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역사의식이 부족한 탓이다. 역사의식은 나라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것이다. 역사의식이 풍부할수록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행동거지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법은 반드시 지키며,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역사의식이 없으므로 우리 민족을 스스로 폄하하고, 강대국에 대한 막연한 사대주의가 생기는 것이다. 조선 후기, 어부라는 신분으로서 당당하게 독도를 지킨 안용복 장군이 지금 세대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조선의 작은 섬을 지키기 위해 일개의 몸으로 일본까지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들의 역사의식이 부족해진 것에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서 역사 공부가 죽었다는 것이다. 수업이 줄고, 과목의 비중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역사수업 때, 역사가 살아 숨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복절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광복절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가 더 중요하다. 역사적 배경이 무엇이며, 왜 해야만 했으며, 했음으로 역사적 의의와 그 후에 영향은 어떠했는가. 우리나라의 광복은 다른 나라의 광복과는 어떤 점이 나은가는 고찰하지 않는다. 그저 광복절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산만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런 수업에서 배우는 사람들이 역사의식이 성장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과 같다. 수업이 배우는 학생으로 하여금 보다 생각을 하게 만들고, 토론을 하며, 역사의식을 키우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역사의식을 느낄만한 문화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동북공정이 일었을 때, 우리나라 방송계에서 택한 것은 '고구려' 드라마의 제작이었다.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등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단연 고구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역시 고구려 드라마의 제작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금은 방영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 국민의 관심은 식어버렸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는데도 말이다. 일시적으로 드라마 제작이나 단순히 관련 관광지의 개발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국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역사 관련 문화행사 및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가 주는 살아 숨 쉬는 교훈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분명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역사는 흐른다. 하지만, 우리가 반성하지 않은 역사는 또 다시 우리 앞에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흐르고 반복되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되짚기가 아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쓰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미래를 향해 한 보 더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나침반이 된다. 암울하고 참혹했던 일제 강점기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또, 반드시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게 역사를 안다는 것은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