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를 알게 되면서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지구과학자들은 이대로 가면 지구문명의 수명이 수십 년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학자들이나 문화비평가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다.

현재 지구는 정원이 10억 명인 배에 70억 명이 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인구과잉 상태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93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0억에 가까운 인구는 현재의 지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숫자이다. 현재 전 세계인구의 20퍼센트인 14억 명이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10억 명이 기아나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그리고 매일 1만 8천명의 어린아이들이 기아와 그에 따른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유엔의 지구환경보고서에 의하면 이대로 가면 2025년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한다. 현재 8억 8천만 명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26억 명이 안전한 공중위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없고 숨도 마음 놓고 쉬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지구에서 살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무지와 무관심으로 혹은 오만으로 지구를 계속 학대해 왔다. 지구는 특유의 자정능력으로 인간의 오만을 견디며 생명을 길러 왔지만, 이미 물질적인 부와 생활의 편리를 추구하며 인간이 사용한 생태발자국의 지수는 지표면의 1.5배에 이르렀다. 2030년에는 2개의 지구, 2050년에는 3개의 지구만한 면적의 땅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지구가 넓고 자정작용을 활발히 한다고 하지만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그 징후를 고통스럽게 겪고 있다. 우리는 일을 하다가 힘이 들면 쉰다.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으면 잠을 잔다. 지구도 지금 너무 지쳐있기 때문에 언제 휴면기에 접어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평소에 몸을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호되게 앓고나면 그때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듯, 지구가 이곳저곳 병들고 나서야 인간은 뒤늦게 지구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종교나 국가는 선택할 수 있지만 지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아무리 큰 나라라 할지라도 지구보다는 작다. 아무리 오래된 종교나 민족이라 할지라도 지구의 역사보다 짧다. 국가와 민족, 종교는 생겼다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지구가 없어지면 생존할 수 있다.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세계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지구는 옛날보다 훨씬 더 작고 친숙하게 느껴지고 있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며 우주 공감에 떠 있는 수많은 별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지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지구를 떠나지 않고도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기 마을이 지구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구가 우주 공간에 위치한 둥글고 푸른 천체라는 것을 이제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와 가치들을 접하면서 자신이 절대시했던 것들이 사실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을 갖게 된 것은 3백만 년의 인류 역사에 비하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인류는 과학기술과 정보혁명이 가져다 준 경험을 통해 지구에 대한 인식이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었다. 인류는 이제 지구의식을 경험할 준비가 되었다.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제한된 공간과 의식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 어느 곳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저 멀리 푸른 지구가 보일 것이다. 그 지구 위에서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는 개인과 집단들이 보일 것이다. 철없는 아이들처럼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에 누구라도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낄 것이다.

지구에는 애초에 국경선이 없다. 국경은 인간이 정치적인 이유로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종교나 민족, 국가 등의 개념도 인간이 삶의 편리를 위해 창조해 낸 도구일 뿐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것도 아니다. 그 동안 인류는 최고의 가치를 작게는 개인이나 가정에, 크게는 국가나 민족, 종교 등에 두고 그것을 위해 기도하고 일해 왔다. 그러나 지구를 위해 기도하고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 평화는 단지 염원과 기도의 대상일 뿐 현실적인 힘을 갖지 못했다.

지구를 중심에 놓고 보면 국가와 민족과 종교의 갈등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다. 그동안 스스로를 절대적인 가치라고 주장해 온 종교나 국가는 상대적인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제한된 공간과 가치 속에 갇혀 있던 우리의 의식이 지구의식으로 크게 확장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지구가 중심가치가 되었을 때, 비로소 가정도 종교도 인류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다.

인류의 영혼은 한 개인이나 단체, 특정 종교나 민족, 국가를 중심으로 한 평화가 아니라 지구를 중심으로 한 큰 평화를 원하고 있다. 인류의 영혼은 더 이상의 대립과 분열,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지구를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보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지구평화로 가는 길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하나의 종교나 하나의 국가를 중심으로 한 평화는 서로 싸울 수밖에 없다. 서로의 중심이 다르기 때문에 평화가 서로 갈등하고, 평화가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지구를 중심 가치로 인식하고 모든 종교나 사상이나 국가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참다운 평화의 기초가 형성될 수 있다.

지구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다. 모든 생명을 다 키우고 거두는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구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아 왔다. 이제 지구는 인간에게 무엇을 베풀만한 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부모님이 늙고 병들었을 때 자녀가 부모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도리이듯이 이제 인간이 병들어가는 지구를 돕고 사랑할 때이다. 이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인류의 생명의 근원, 지구에게 사랑을 돌려주어야 할 때다.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될 때가 되었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뇌교육 창시자
국학원 설립자
한국인 최초 美 4대 일간지 베스트셀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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