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나. 다리를 꼬고 있는가. 아니면 의자에 푹 기댄 채로 앉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좋지 않은 자세다. 몸의 기본 골격인 척추와 골반에 균형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나쁜 자세가 몸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나쁜 자세로 인해 통증이 생기고 그 통증이 쌓여서 질병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2월 한 권의 책이 서점에 나왔다. 《자세만 고쳐도 통증은 사라진다》(한문화) 저자인 쿠보 게이이치 씨(久保敬一)는 지난 28년간 '정체원(整體院, 침구정골원)'을 운영하며 만났던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62가지 문답으로 책을 출판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실로 유용한 이 책을 쓴 쿠보 씨를 지난 3월 21일 서울에서 만났다.


- 우선 '정체원'이라는 것이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일본에는 약국보다 많은 것이 '정체원'이다. 정형외과와 물리치료의 가운데쯤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균형정체'이다. 몸의 밸런스, 균형의 정도가 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균형의 기준은 '척추'다.』

- 균형정체는 무엇인가.

『인생을 살면서 사람의 몸에는 오만가지 습관이 남게 된다. 다리를 꼬고 앉으면 골반이 삐뚤어진다. 골반이 삐뚤어지면 요추, 흉추, 경추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 자세가 반복되면 될수록 골반과 척추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몸에 통증이 생긴다. 이 통증은 내장으로도 이어져 신진대사에도 좋지 않게 된다.

 결국은 밸런스, 균형이다. 척추와 함께 그 주변의 근육을 제 위치로 돌려놓는다. 뼈대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 안의 오장육부도 편안해진다.』

《자세만 고쳐도 통증은 사라진다》는 몸에 어떤 뒤틀림, 왜곡이 생겼는지 체크할 수 있는 자가(自家) 진단법과 함께 목 허리 척추 골반 등 몸의 균형을 바로 잡는 체조법, 생활 방식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전화번호부처럼 지금 당장 책을 완독하지 않아도 좋다. 한 권을 집에 두고 생활 속에서 어떤 통증, 혹은 궁금증이 생겼을 때 이 책을 펼쳐 들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질문을 골라 읽으면 좋다.

- 잘못된 자세는 평생에 걸쳐서 만들어 온 것이다. 습관이나 버릇은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한두 번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몸이 건강해질까.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계속해서 병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가장 좋은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바른 자세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습관으로 자세가 흐트러지고 척추에 왜곡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미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때 도움이 필요하다.

 치료와 함께 강조하는 것이 바로 마음가짐이다. 치료를 받는 사람이 "선생님은 치료하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와 같이 무기력한 상태로는 치료 효과를 100% 얻을 수 없다. 환자의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자기관리, 멘탈관리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다.』


- 원래 공학도였다. 학교를 중퇴하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카이로프락틱이 쿠보 씨의 평생 천직이 되었다. 하루에 130명의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당시에 나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이럴 경우 일본에서는 보통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는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도 좀처럼 잘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당장 지인이 하고 있는 카이로프락틱 치료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정말 일이 너무 힘들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만 마음에 새기고 배웠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 다양한 강연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후진 양성에도 애쓰고 있다. 그런데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책이 번역되었다.

『지난해 말에 한국에서 이 책을 번역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전화에서는 표를 내지 않았지만, 전화를 끊고 너무 좋아서 춤을 추고 싶었을 정도다. 게다가 소녀시대와 카라가 있는 한국 아닌가. (웃음) 있다가 큰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직접 찾아볼 생각이다.

 지난 28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만남을 통해서 처음에는 통증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건강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전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쿠보 씨는 1년 반 전 일본에서 《자세만 고쳐도 통증은 사라진다》책을 먼저 발간했다. 그런데 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3월 11일 일본에는 사상 초유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일본대지진이다. 쿠보 씨는 이 책의 인세를 동일본대지진 복구를 위해 기부하였다.

- 언제 가장 행복한가.

『아, 뭔가 기습적인 질문이다. (웃음) 통증이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든 것인지. 그래서 나를 찾아온 환자가 치료를 받고 기쁘게 돌아갈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

-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이길 위에서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그 이상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사람의 신체의 균형을 통해 건강해지도록 돕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인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최근 일본은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도 아주 심각하다. 몸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건강도 함께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후진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카이로프락틱, 균형정체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 적극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전하고 싶다.』

▲ 이날 인터뷰에는 쿠보 씨와 그의 부인(가운데), 그리고 그의 출판을 이끈 출판사와 대행사에서 함께 자리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쿠보 씨에게 한국에 오기 전날 그가 남겼던 트위터 글에 대해 넌지시 물어봤다. "저…한국에서 장근석처럼 성형해서 돌아가겠다는 글을 남기셨던데…" 그러자 쿠보 씨가 크게 웃으며 "원래는 그랬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건 다음 기회에…(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