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들, 다양한 이해들을 종합할 수 있는 공통의 이해는 무엇일까? 또 이 모든 가치들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중심 가치는 무엇일까? 이 땅에 인류평화를 실현해야 할 우리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그 '하나'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을 중심 고리로 했을 때 모든 인류를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지구이다. 지구는 단지 우리가 발을 딛고 서도록 주어진 하나의 땅덩어리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가치들의 토대이고, 우리 삶의 뿌리이며, 우리의 생명 그 자체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나 어떤 진리도 지구의 존재를 전제로 했을 때만 성립할 수 있다. 오로지 지구만이 모든 인류의 의식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중심가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중심가치, 절대적 가치로서 지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가 인식하고 체험할 수 있는 범위에 비해 지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서 물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너무 크고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다른 물고기와 경쟁하며 먹이를 다투는 물고기는 오로지 눈앞의 먹이만이 자기 생명의 근원인 듯 여긴다. 몸담고 있는 대양이 자기 존재의 근거임에도 너무나 거대하고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유지시켜 준다고 믿는 가치들을 절대시하고, 그 가치들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다투는 동안 우리는 진정한 자기 존재의 근원을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모든 가치들의 출발점이며 절대적인 가치인 지구야말로 우리 존재의 가장 확실한 근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구를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보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지구평화로 가는 길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지구의 존재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그 동안 우리가 절대적 가치라고 믿어온 종교나 국가는 상대적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얼룩지게 했던 수많은 분쟁은 절대적 가치의 지위에 오르고자 하는 상대적 가치들 간의 경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상대적 가치인데, 절대적 가치의 지위를 가지려다보니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표방하는 가치가 평화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하나의 종교와 하나의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평화는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서로의 중심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평화가 서로 갈등하고 싸우게 된다.

 지구를 중심 가치로 인식하고 모든 종교, 사상, 국가가 상대적 가치의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참다운 평화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모든 가치 평가의 기준은 자신의 인격이나 관념, 사상, 종교, 민족이 아니라 바로 지구이다.

 지구평화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구심점으로서의 중심 가치는 지구이다. 그리고 지구평화시스템의 작동원리는 바로 평화학의 원리로서 공전과 자전의 원리, 구심력과 원심력의 원리, 공평과 평등의 원리이다. 이 법칙들은 한 개의 원자에서부터 인류사회와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체가 한 무리를 이루어 돌아갈 때, 모든 구성 요소들이 지켜야 할 행동의 룰이다. 이 룰이 제대로 지켜질 때 전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중심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궤도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것과 충돌하게 되고(공전과 자전), 자신의 속도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궤도를 벗어나게 되고(구심력과 원심력), 차이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없으면 균형과 조화를 유지할 수 없다(공평과 평등). 우리가 지구를 중심에 놓고 공전과 자전, 구심력과 원심력, 공평과 평등의 법칙들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다. 이러한 법칙을 지키지 않는 어떤 운동도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이러한 삶의 철학을 선택하고, 그 철학의 기본원칙을 실천하는 사람이 지구인이다. 깨달은 사람, 지구인이 원하는 것은 홍익이고 삶의 목적은 영혼의 완성이다. 영적인 완성은 근원적인 하나와 일체가 되는 것으로서, 자신의 영혼과 지구의 영혼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지구인으로 인식할 때 그동안 자신을 지배해 온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사상적 편견과 관념을 극복할 수 있다. 지구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홍익의 철학과 비전을 가질 때 작은 욕심과 이기심을 넘어설 수 있다.

 지구인으로서 정체성과 지구평화의 실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양심에 따라 정직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사는 것, 그것이 영적 완성에 이르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지구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이 하나임을 아는 것'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생각하던 '나'에서 실제의 참'나'로 바뀌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지배적 세계관이었던 대립적인 이원론을 극복하는 길은 바로 이러한 자각을 통해서이다. 또한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민족, 종교, 사상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자각을 통해서이다. 지금 여기에 살아 숨 쉬는 자기 자신, 그리고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 하나이고, 결국은 그것이 지구라는 사실을 앎으로써 민족과 사상과 종교와 문화라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