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뇌구조' 그림

요즘 뜨는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를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000의 뇌구조'라는 그림이다. 사람의 옆얼굴에서 뇌부분에 빈 칸을 그리고 그 안에 그 인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려넣는 식이다. 언뜻보면 재미나 심심풀이로 만든 것이지만 그만큼 네티즌들이 뇌에 대한 친근함과 공감대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뇌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주된 배경에 한 몫한 것이 바로 매년 3월 3째주에 열리는 '세계뇌주간' 행사이다.

 

 

뇌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세계뇌주간행사’, 세계 60여 개국에서 열려

'세계뇌주간(World Brain Awareness Week) 행사는 일반인에게 뇌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1992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그 이후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매년 3월 동시에 열리고 있다. 뇌 관련 연구원, 병원, 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뇌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행사가 마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뇌학회, 대한뇌기능매핑학회, 한국뇌신경과학회, 한국인지과학회 등 4개의 학회가 주관하여 2002년부터 시행해왔다. 그리고 뇌교육의 글로벌 중추기구인 국제뇌교육협회와 지역뇌교육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유아청소년 뇌교육 인증기관인 (주)BR뇌교육이 주관하는 행사도 대중 세미나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 '세계뇌주간' 행사에서는 뇌의 질환과 치료 등 과학적, 전문적인 강의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 '우울증은 왜 걸릴까?'와 같이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이 늘어나면서 일반인들도 편하고 재밌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올해 한국뇌학회에서는‘뇌를 쉽게 알려 드립니다’, 국제뇌교육협회에서는 최근 학교폭력 및 정신건강 하락 등 사회 현실을 비춘 ‘비폭력, 정서 그리고 명상’을 각각 주제로 내걸었다. 이들 강의는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 교육관계자들에게 뇌과학에 기반한 의미있는 지식을 제공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

전문가들, 뇌를 활성화시키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명상에 주목

특히 올해 강의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명상'을 뇌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소개하였다. BR집중력클리닉 전열정 원장은 인천에서 개최한 '학업성취의 키워드 집중력' 강의에서 "집중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명상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2011년 세계적인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에 실린 브레인명상(뇌파진동)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브레인명상을 한 사람들은 내측전전두엽의 활성도가 더 높았다. 이 부분의 활성도가 낮을 때 우울증이나 치매, 감정조절장애가 일어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해답으로 명상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는 1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뇌주간 행사에서 "우울증 환자의 가족 중 아무런 증상이 없는 청소년에게서도 우울증 환자의 뇌 이상과 유사한 변화가 관찰된다. 우울증 부모의 자녀를 검사해보면,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의 뇌와 같이 오른쪽 전두엽의 피질두께와 해마의 부피가 감소했다. 신경섬유다발이 지나가는 백질도 촘촘하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주목받는 '명상'의 효과를 제시하며, "명상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명상을 시작한 사람을 비교해보면 명상그룹은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일부분에서 피질 두께가 더 커진 것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운동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우울증, 치매, 스트레스 질환 등 정신건강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흥미롭게 풀이한 강좌들이 많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현강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호르몬이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전했다. 서울대 연건캠퍼스와 아주대, 전북 원광대 등에서는 치매의 진단과 치료해 대한 내용을 강의하였다.

그 외에도 한양대의 ‘뇌의 신비를 푸는 열쇠, 뇌공학’,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21C 뇌융합기술의 시대 도래’, 카이스트의 ‘뇌와 컴퓨터 인터페이스 상용화’ 등 융합과학기술에 대한 강의도 있었다.

브레인엑스포와 드라마 등으로 이어지는 관심, 뇌의 주인이 되어야...

3월 '세계뇌주간' 행사가 끝났지만, '뇌'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에는 국내 최초로 두뇌박람회인 '브레인엑스포 2012'가 상반기, 하반기 두번에 걸쳐 열린다. 유엔공보국(UN-DPI) 정식지위 NGO기관인 국제뇌교육협회와 창립 15주년을 맞이하는 전자신문이 각각 행사를 여는 것이다. 국제뇌교육협회는 4월 21일(토)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될 ‘브레인엑스포(BrainExpo): 국제뇌교육컨퍼런스 & 두뇌체험전’를 연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라이베리아 등지에서 도입되어 정서적 안정의 효과를 보인 뇌교육을 깊이있게 체험할 기회이다. 전자신문은 오는 8월 9일(목)부터 12일(일)까지 나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두뇌 기반 교육에 대한 모든 것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연다.

 행사만이 아니다. 방송가에서의 '뇌' 열기도 뜨겁다. 앞서 언급한 KBS2의 인기드라마 '브레인'이 종영하기가 무섭게 종합편성채널 JTBC 역시 신경외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드롬'을 편성했다. 이들 작품은 배우들의 열연과 의학드라마의 스릴, 그리고 뇌에 대한 관심으로 힘입어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 더 흥미롭고 구체적인 접근을 한 '세계뇌주간행사', 2번의 브레인엑스포와 2번의 신경외과 소재의 드라마. 이런 것들이 이제 '뇌'가 우리 생활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뇌'라는 소재 하나로 이렇게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 감정 등이 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활, 학문,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통섭'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은 ‘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다. 최근 미국에서는 '뇌과학을 통한 과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뇌가 융합의 중심, 21세기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 그리고 그 각각이 이루는 수천 개의 시냅스. 우주의 별보다도 많은 숫자라고 하니 그야말로 ‘무한’한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은 정보를 처리하고 소통하고 창조하는 인간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뇌, 1.4kg의 이 작은 기관에 인류 미래의 희망이 있다. 그것이 오늘날 전세계가 뇌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이제 뇌를 과학자나 의사의 손에 맡겨두지 말고, 뇌를 가진 주인으로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그 중심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 그 가치를 기준으로 뇌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한 사람의 뇌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 ‘당신의 뇌구조’는 어떤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