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그랜드캐년(Grand Canyon). 지구의 원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고 있다.

세도나의 본디 주인공은 인디언들

장장 길이 350여 km, 너비 6~30km, 협곡의 깊이만 1천600여 m에 이르는 장엄한 그랜드 캐니언의 콜로라도 강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에 빠지게 한다. 여러 지역을 흘러가겠지만 특히 애리조나주를 가로지르면서 장엄한 대자연의 역사를 말해준다. 그 깊디깊은 협곡에도 하바수파이족 보호구역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원의 지평선에 나바호나 카이바브, 후아르파이족 같은 종족들이 들소를 잡으면서 살고 있었다.

인디언들의 주거지는 특별하다. 세도나를 중심으로 한 몇 개의 시나구아 Sinagua 주거지를 소개해본다. 시나구아족은 선사시대로부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 스페인 말로 ‘물이 없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매우 오래전부터 건조한 지대에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투지고트 Tuzigoot를 찾아가는 길. 세도나시내에서 북쪽으로는 플래그스태프Flagstaff를 거쳐서 그랜드 캐니언으로 가는 길이고, 남서쪽 붉은 바위 Red Rock에서 89번 도로로 달리다 보면 코튼우드 Cottonwood가 나온다. 이어서 조그마한 시내를 거치면 곧이어 투지고트에 당도한다. 투지고트는 제롬 Jerome 탄광 유적지 옆에 위치한다. 제롬은 서부개척 시대에 탄광 붐이 불던 곳이며 최초로 기차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수지고트는 1125~1400년에 건설된 마을이다. 버디 Verde 계곡의 120ft(약 37m) 정상에 위치하여 계곡을 굽어보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에 살던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77개의 방이 있는 2층 높이의 집을 지었다. 대개의 집들은 문이 없으며 천장의 구멍을 통하여 연결되게끔 설계되었다. 아직도 집들의 흔적이 완연하며 집단 거주지 초입에 박물관이 있어 발굴된 유물을 매우 온전하게 보관·전시하고 있다.

높은 절벽위 아파트식 건물같은 거대한 성채유적 남아

높은 적벽 위 거대한 성채같은 건물 유적, 몬테즈마 캐슬

몬테즈마 캐슬 Montezuma Castle이라고 ‘성’이란 이름이 붙여진 유적지도 찾아가보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성이다. 거대한 절벽, 정확히 말하자면 그랜드 캐니언 같은 협곡 상부에 굴을 파거나 자연적인 동굴 등을 이용하여 거대한 성채를 건설하였다. 높은 절벽에 매달려 있어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12세기에 인디언 농부들이 지은 5층짜리 아파트식 건물로 방이 50여 개에 달했다. 바로 옆의 평지에도 건축물들이 즐비한데 모조리 파괴되어 흔적만 남았다. 캐슬의 바로 앞에는 강이 흐르고 기름진 평지가 펼쳐져 있어 농사짓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몬테즈마 웰 Montezuma Well은 글자 그대로 ‘우물’이다. 조그마한 구릉을 오르면 갑자기 유리처럼 푸른 물이 그득찬 자그마한 호수가 나타난다. 그 호수의 벽면에 동굴처럼 석회암을 파낸 아파트식의 집들이 서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호수의 낭떠러지 벽면에 집들이 매달려 있는 형상이다. 석회암 지대의 호수에서 솟구치는 물이 석회암을 관통하여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덕분에 150~200여 명의 인디언들이 주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갔다.

이상의 세 군데 인디언 유적지를 찾아가보았다. 공통점은? 그네들은 참으로 신비롭게도 흔적도 없이 외래 백인들이 오기 전에 이미 이들 유적지를 떠나버렸다는 점이다. 그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세도나 일대의 원 주인공들이 그네들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고학적으로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인디언 성지로 여겨져온 이곳에 그네들이 남긴 집과 바위 그림, 도예와 생활도구 등은 지금도 그들의 역사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