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이춘섭씨 송호진씨 손근민씨 김기한씨 / 사진=전은경 기자

 지난 12월 14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대학 강의실에 20대부터 50대까지 네 남자가 모였다. 일면식 없는 네 남자가 모이니 큰 형님도, 막내도 일단은 수줍은 미소만 지었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네 남자의 ‘2012년 대한민국 리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40대 대표 손근민 씨

40대 대표 손근민 씨 (이하 ‘40대 손’) / 집안에서는 정치적인 이야기 안 한다. 아버님 세대는 물론이고 형님만 해도 워낙 생각이 다르다. 각자 정치적 위치가 너무 분명하니까 피차 피곤해서 꺼리게 된다.

30대 대표 송호진 씨 (이하 ‘30대 송’) / 저희 부모님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한나라당’이신데, 나는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민노당이든 정치적인 취향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색하고 와 닿지 않는다.

 국민들은 지금 걸어 다니면서 인터넷하고 얼굴 보고 전화하는 최첨단인데, 정치권은 여전히 70년대 구태를 못 벗어난 것 같다. 권력싸움만 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당장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 굳이 정치적 취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까.

"최첨단 국민과 70년대에 멈춰 권력싸움만 하는 정치권…굳이 정치적 취향을 가져야 할까?"

20대 대표 김기한 씨 (이하 ‘20대 김’) / 개인적으로는 약간 진보적인 편인데, 정치에 대해 30대 대표분께서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매년 200여명의 대학생이 자살한다는 기사를 봤다. 엄청난 수의 20대가 생활고, 실업문제 때문에 목숨을 버린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해주겠다고 정치인들이 얼마나 말 많이 했나. 그런데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정치권은 이런 분노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이나 정부는 ‘내가 하는 말이 맞으니까 따라오라’고만 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MB(反이명박)’만 외치면 국민들이 다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 MB가 싫어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찬성하는 등 정치적인 색깔이 분명치 않다.

▲ 50대 대표 이춘섭 씨

50대 대표 이춘섭 씨 (이하 ‘50대 이’) / 우선 그동안 사회를 이끌어왔던 기성세대로서 우선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하다. 책임을 통감한다. 

 한국 정치권은 ‘노풍(盧風, 노무현 바람)’ ‘병풍(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의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처럼 바람에 크게 좌우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보인다. 국민들이 ‘안철수’라는 개인을 대통령 모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열망이 ‘안풍’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바람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바람이 분다고 해서 나무뿌리까지 뽑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바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바람이 분다고 나무뿌리까지 뽑히는 것은 아냐…바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사회자 / 어느 순간 국민들은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 실질적인 국민 생활이나 실업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2012년에는 큰 선거가 두 번이나 있다.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30대 송 / 국민은 선거를 통해 한 명의 영웅을 찾으려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5년 전에는 ‘경제대통령’이라고 나라 경제를 살릴 사람이라고 해서 뽑았는데, 지금 어떤가. 전혀 아니지 않나. 주변 친구들 생각도 그렇다. 선거 때는 ‘영웅’이었던 사람이 5년 동안 실망감만 안겨주고 안줏거리가 되어버렸다. 사실 ‘새로운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크다. 히어로를 기다리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한민국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50대 이 / 공감한다. 정책은 1-2년 시행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하나를 하더라도 적어도 5개년, 20개년 계획을 잡고 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임기 5년인 대통령이 전임자의 모든 것을 무시하고 새롭게 하려니 비용은 비용대로,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낭비된다. 조화로운 사람이 리더가 되어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찬찬히 보면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사람을 뽑아왔다. 그리고 또 엄청 후회를 했다. (전체 웃음) 결국 내 손으로 내가 뽑은 사람인데, 국민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국민이 정신 차려야 한다.

▲ 20대 대표 김기한 씨

20대 김 / 2012년 새로운 리더가 등장하기 어렵지 않을까. 정치권이 노력은 하는데, 20대가 바라는 속도로 바뀌는 것도 힘들 것 같고. 기본적으로 젊은 층은 정치에 대한 혐오가 커지는 것 같다. 여당의 쇄신도, 야당의 통합도 선거 승리를 위한 ‘쇼(Show)’ 같다. 새 인물에 열광하는 것도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뒤가 구리지 않고 깨끗한 이미지가 있어서라고 본다. 

 오늘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듯이, 세대와 세대, 진보와 보수가 모여 이야기하고 서로 생각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득권 밖에 있는 20대가 끊임없이 기성세대를 향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영웅 아닌 지도자가 필요"…"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니 국민들이 바꾸자는 것"


40대 손 / 국민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세대에 따라 당면한 문제가 다르고 견해가 다르다. 그런 것을 수집하고 해결방안을 만드는 것이 정당이 할 일 아닌가. 그러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서 정당에, 의원들에게 돈을 주는데 제 역할은 안 하고 엉뚱한 일이나 하고 있으니 바꾸자는 거다.

사회자 / 일부에서는 “현재 우리 정치 시스템은 유통기한이 다 되었다”며 “정당 밖에서 국민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정치권에 강력하게 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국민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말인데, 변화의 주체로써 국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20대 김 / 20대만 놓고서 보자면 힘들다. 저처럼 지방에서 올라오면 당장 집 문제부터 다음 학기 등록금, 그리고 졸업 후 취업까지, 끝이 안 보인다. 돈 없어서 병원 가는 걸 주저하고, 돈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상황에 놓인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20대다.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지금까지 젊은 세대들만 느껴왔다면, 차츰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니 바뀌지 않겠나.

50대 이 /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새로운 리더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크다. 특히 그런 열망이 젊은 세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희망이 있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열심히 했다. 다만, 국민들이 바라는 만큼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국민과 소통이 안 되었다. 그런데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소통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소통의 속도가 정치권으로도 빠르게 이어져 변화의 힘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국민이 바라는 바가 투영된 자리가 대통령…국민이 변화의 주체로 서게 될 것"

▲ 30대 대표 송호진 씨

30대 송 / 지금 하신 말씀이 정답인 것 같다.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철저하게 투영된 사람이 뽑혔던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함께 고민해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리더를 원한다. 다음 대통령은 소통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이 투영된 사람 아니겠나. 개인적인 소통 방법이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반드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치에 문외한이라 피부로 느낀 것을 말씀드리자면, 이런 자리 자체가 변화의 주체로써 국민의 가능성이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하루 24시간 살면서 다른 세대, 다른 환경,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엄청난 기회다. 소통을 통해 새로운 리더가 나올 것이라 본다.

40대 손 / 대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가. 국민이 대리인을 통해 국가 통치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대로 못 해주니까 소비자인 국민이 바꾸겠다는 거고. 정치권,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안 해주니까 우회적인 방법으로 서비스를 받으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과거 독재정권을 뒤집어 민주화를 이뤄냈다.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도 계속 목소리를 높이니까 정치권이 인지하고, 서울시립대가 시행하기도 했다. 알아서 해주면 좋겠지만, 서비스 받는 국민이 안 움직이면 안 들어준다.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2012명랑국민좌담회 참석자 설명

▲ 20대 대표 김기한 씨 / 26세.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재학 중

▲ 30대 대표 송호진 씨 / 32세. (주) 신안아이엔씨 차장

▲ 40대 대표 손근민 씨 / 42세. 손디자인 대표

▲ 40대 대표 이춘섭 씨 / 53세. 국토해양부 건설경제과 행정사무관


'코리안스피릿'은 매월 다양한 주제로 국민좌담회를 진행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