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학운동시민연합 주최로 개최된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한중 국제학술회의"

세계4대 문명인 황하문명보다 최소 1,000년 이상 앞선 요하유역의 홍산문명은 한민족의 기원을 밝혀줄 보물인 동시에 한·중간 첨예한 역사대립의 핵이기도 하다.

국학운동시민연합은 동북아역사재단의 후원으로 지난해 12월27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한·중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역사전쟁으로 대변되는 동북아지역의 역사관과 민족관의 평화정착을 위한 이번 행사는 논문발표의 학술회의와 언론과 시민단체의 눈에 비친 동북공정을 토론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심포지엄이었다.

김호일 국학학술원 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공식행사는 김용덕 동북아 역사재단 이사장, 이택휘 사단법인 국학원 원장, 이갑성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이사장의 축사 등으로 이어졌다. 김 원장은 개회사에서 “동북아지역에서 활동했던 주인공은 분명 동이족이다. 황화문명과 그 성격을 달리하고 기원이 오래된 인류최고의 홍산문명의 실상을 밝히는 것이 한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자 한·중 양국의 역사 갈등을 해소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우리민족의 기원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


김위현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학술회의에서 유병호 중국 대련대 한국학연구원 부원장은 ‘요하유역에서 기원한 고대문명의 현재적 의의’에서 홍산문명의 발견은 중국이 전통적으로 동북지역은 문화가 없는 변방으로 보는 황하문화 중심설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며 “고조선의 정확한 위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요하문명과 한민족의 선조가 적어도 같은 문화권이었음은 틀림없다. 한민족의 기원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로 불원간 한민족의 문화와 요하고대문명의 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또 “요하 고대문명은 인류의 공동 문화유산으로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이미 역사에서 사라진 고대 동북지역의 민족들도 해당될 것이다. 민족화합에 기초한 동북아평화를 위해 대민족주의나 협애한 민족주의사관을 버리고 역사와 현실, 학문과 정치가 구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은 중국의 상징, 홍산문화는 중국문화” 주장


설지강 중국 대련대 교수는 “중국문화의 형성과 발전에서 홍산문화가 차지하는 특수한 지위와 영향”이란 주제에서 홍산유적에서 나온 대형 벽옥조룡(碧玉雕龍)을 중화제일룡(中華第一龍)이라고 규정하면서 중화문명과 중국기원을 약 9,000년 전까지 끌어올렸다고 했다. 또한 중국이 옥과 용을 숭배하고 조상을 숭배하는 것은 서요하유역 선사시대문화가 주류를 이룬 홍산제문화에서부터 이어 받은 것으로, 하가점 하층문화를 통해 하(夏), 상(商), 주(周) 삼대에 전래되고  천지를 숭배하고 조상과 왕권, 옥(玉)숭배나  용봉(龍鳳)숭배로 발전하여 지금의 중국문화의 핵심을 이뤘다고 했다. 아울러 한자의 발단과  발전과정도 서요하유역의 강, 양안 암벽에 홍산제문화시기의 부호 옥(王), 전(田), 포(圃), 상(桑) 글자에서 탐색하면 풀 수 있으며 연구 과제중의 하나라고 했다.

토론자에 나선  김희찬교수(경희대)가 독자적 성격의 홍산문화가 중원문명의 모체라고 하는 근거를 묻자 설 교수는 “물론 홍산문화가 소연하, 하가점 하층문화를 거쳐 하, 상, 주로 연결된 흐름이 분명치 않지만 고고학 발굴을 통하여 해결될 것이다. 용이 있는 곳에 반드시 중국인이 있듯, 용은 중화민족의 상징인 만큼 용유물이 많은 홍산문화는 중국문화가 틀림없다”고 했다.


우하량홍산문화유적지 여신묘에서
상고시대 제사문화의 전형 발견


중국 내몽고 자치구 문물고고연구소의 곽치중 연구원은 ‘우하량 유적에 나타난 여왕국의 실체’란 논문발표에서 홍산문명의 최대유적지 우하량의 여신묘 등 유적지에서 나온 다량의 거북, 용 등 옥기장식품과 동물조각상 그리고 옥패(玉牌), 수면장식품(獸面裝飾品) 등 제사도구와  여신상을 소개했다. 선사시대임에도 제사문화가 발달한 홍산문화는 후세 봉건시대 제왕과 천지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전통으로 이어져 중화문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의 일부라고 했다.


언론에 비춰진 중국의 한국고대사 왜곡의 진실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역사를 의식하고 역사가 현실이고 정치이며 국제정치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고 했다.

중국은 요서·요동지역의 홍산문화와 하가점 하층문화를 자기역사로 끌어들이며 고조선과 그 이전 역사 모두를 중국사라고 주장한다며 우리는 고조선뿐만 아니라 후대로 오면서 발해의 거취가 끊기고 주변국간에 갈려 나간 동족과의 얽힌 이해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은 우리 국사교과서는 물론, 동북공정에도 대응하지 못한 우리 사학계의 방임과 태만을 지적했다.

그는 또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갈등을 만들지 않아야 할 실정에서 “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국학을 진작시켜 민족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지적하고 중국과 사실을 토대로 황하문명과 완연히 다른, 홍산문명이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검증하고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올바른 길은 민족 정체성회복


유임현 국학운동 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중국의 한국 고대사왜곡에 대한 시민단체의 대응’이란 주제를 놓고 “동북공정은 한민족의 유래를 기자조선에 두고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영토를 한강 유역까지 확대시키며 오히려 신라·고려·조선이 중국 땅을 침범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며 동북공정 발발 후,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학계와 시민들이 대응해 온 경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어 “고구려에 관한 한국학자들의 논문은 수십 년 전의 것 그대로다. 이대로 중국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한 동포사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동북공정의 원인제공은 고조선을 우리역사에서 밀어내고 고구려와 발해마저도 우리역사로 자리매김 시키지 못한, 우리 스스로의 불찰이다. 진정으로 민족과 국가를 염려하는 시민단체 활동으로 우리역사와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50여명의 참석자들은 홍산문명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열띤 질문공세를 펼쳐 이번 주제에 관한 큰 관심을 나타내고 동북아지역의 홍산문명에 대한 한·중간 견해차이가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민족의 상고사 정립과 민족정체성 확립이 절실하고 앞으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유물 유적연구 및 상호 학술교류의 필요성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