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사서들에서는 삼국시대 중국의 유·불·도 삼교가 들어오기 이전의 고유문화를 ‘선도, 풍류도, 현묘지도, 화랑도’ 등으로기록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전통에서 나온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제천祭天’을 든다. 후대에는 부여 영고제, 고구려 동맹제, 예 무천제 등의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단군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제천단이자 소도였던 마니산 참성단을 위시하여 현재에 이르 기까지 많은 소도 유적지가 남아 전한다.

 


상고 이래 역력한 제천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오늘날의 현실은 안타깝기조차하다. 그 이유는 한국이나 중국의 많은 사서들에서 고대의 대표적 국중대회로 제천 을 꼽으면서도, 피상적 관찰에 머물러 그 본질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가령 대부분 의 사서들에서는 제천을 ‘귀신에 대한 제사로 천군 天君을 매개로 소도에서 이루어지며, 연일 음주 가무하는’ 정도로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풍년을 기원하고 농경공동체의 단합 을 위한 농경축제 정도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 이었다. 제천에 대한 오해는 ‘선도’나 ‘풍류도’에 대한 오해 에서 비롯한다.


‘풍류風流’ 라는 호칭에서 명확하게 제시된 바, 이는 우주를 ‘바람風’, 곧 ‘氣에너지’의 ‘흐름 流’으 로 바라보고 기에너지의 흐름을 타고 노니는 과정에서 기에너지의 온전한 질서를 터득하고자 하는 태초의 ‘놀이문화’, 또는 ‘수행문화’에 다름 아니었다.

전통적인 선도 이론에서는 기에너지의 3대 요소 를 천·지·인으로 이야기하는데, 현대의 단학에 이르러서는 좀 더 쉽고 평이하게 ‘빛光, 소리音, 파동波’으로 해석하곤 한다. 사람도 기에너지의 집합체이기에 사람속에 기 에너지의 3대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머리의 상단전에는 빛, 가슴의 중단전에는 소리, 배의 하단 전에는 파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머리 상단전의 빛이 밝아지는 것을 ‘신명神明’, 가슴 중 단전의 소리가 충만해지는 것을 ‘기장氣壯’, 배 하 단전의 힘이 흘러 넘치는 것을 ‘정충精充’으로 표현 하기도 한다.

눈을 감고 내면의 기에너지에 집중해 보면, 기 에너지의 3대요소인 빛·소리·파동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우주의 대파노라마가 내속에서 흘러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면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밝고 가벼워지면서(신명) 나도 모르게 ‘아 ~, 음~, 우~’ 등 길게 소리를 내게 되고 이는 노래 로 이어진다(기장). 노래가 깊어지다 보면 자연 스럽게 손과 발이 움직이면서 춤사위가 어우러 진다(정충). 내면의 빛은 소리를 만들고 소리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 바 선도수행의 핵심 원리인 ‘신명, 기장, 정충’의 실체 이다.


빛·소리·움직임이 어우러져 더할 수 없이 밝고 가벼워진 상태를 우리 선조들은 ‘신명神明난다’ 고 표현해 왔다. 상·중·하단전의 빛·소리· 파동의 움직임이 극도로 활성화되면 상단전 머릿 속이 크게 밝아지면서 깨우침이 일어나는 것, 이 것이 ‘신명나는’ 상태이다. 이렇게 풍류의 실체는 ‘노래와 춤을 통해 크게 밝고 가벼워지는 것, 곧 ‘신명나게 되는 것’이다.


선가서『삼일신고』중에 이른 바 ‘하느님을 구하여 소리도 내어보고 기도도 해보지만 만나뵙지 못 하리라. 그러나 네 자신 속에서 구해보면 이미 너의 뇌속에 내려와 계시리라’의 정확한 의미 이기도 하다.  


풍류의 최고봉인 제천 또한 그 본질은 ‘노래하고 춤추는’ 제대로 된 ‘놀이’의 과정이며, 그 결과 ‘신 명’이 나는 것, 곧 ‘밝은 깨우침을 얻게 되는 것’ 에 다름아니었다. 상고 이래 그 오랜 세월동안 언제나 변함이 없었던 10월 제천을 다시금 맞이하면서, 풍류수행 으로서 제천의 진면모가 이 시대에 다시 되살아나 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