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일까? 스티브 잡스는 마지막으로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남겼다. 지난 6일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직접 참여한 유일한 공식 전기가 10월 24일, 전세계 동시 출간되었다.

(주)민음사 10월 24일 펴냄

정사각 본체에 오직 하나의 버튼만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더이상 뺄것없이 완벽한 제품은 그의 일생을 대변한다. 제품에도 불필요한 것을 더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다. "죽음은 삶의 최고가는 발명품이다."라고 말할만큼 삶에 대한 통찰도 깊었다.

평생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완벽한 제품을 추구해왔던 그는  자신의 생애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전기를 구상했다. 40회가 넘는 만남으로 '스티브 잡스' 전기를 작성한 월터 아이작슨은 책에 대해 "완벽에 대한 열정과 맹렬한 추진력으로 혁명을 일으킨 창의적인 기업가의 롤러코스터 인생과 그의 불같이 격렬한 성격"을 담았다고 전했다.

잡스의 인생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어릴 적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며 '버림받음'과 '선택받음'에 대한 느낌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이 사실은 그가 생부모에게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상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깊이 품었다. 유능한 기계공이었던 아버지처럼 뭐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완벽함은 주위를 감화시킬 정도로 뜨거웠다.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시일을 미뤘고, 2000개의 베이지색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투병 생활 중에도 마스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이 고르겠다고 할만큼 디자인에 집착했다. 그의 주위 사람들은 '버려짐'과 '특별함'이라는 인식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저자인 월터는 잡스의 전기(傳記)에 모두를 빨아들이는 매력을 가진 그의 열정을 묘사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잡스는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내 열정의 대상은 사람들이 동기에 충만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 최고의 동기 부여였다.”라고 말했다.

"항상 배고파하라, 바보가 되어라 (Stay hungry, stay fooloish)"라고 했던 그의 목소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정을 불태울 것을 강조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갈구하고 현실로 만들어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가 꿈꾸던 대로 세상을 놀래킬 혁신을 이루어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라는 애플의 광고는 사실 자신의 신념이기도 한 것이다.

 하단은 잡스의 젊은 시절 모습(下)
▲ 잡스가 아내 헬렌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1991)

잡스는 괴팍하고 괴짜였다고 알려져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세계와 마음의 평화를 추구했던 수행자였다. 그가 선불교에 심취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7개월을 보낸 후 그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직시했다. 명상을 하면서 직관을 깨우고 세상을 더 명료하게 바라보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현재의 순간이 한없이 확장되는 게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며,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돈을 많이 벌면 큰 차와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려는 직원들에게 '돈이 인생을 망치게 하는 정신나간 짓'이라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여느 CEO들과 같은 경호원이 없었고 가구를 들이는 데에도 8년 동안의 토론을 할 정도였다.

그는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에 종속되지 않았고 스스로에 대해 특별하게 인식했다.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다가 경찰에게 딱지를 떼이고도 다시 160킬로미터로 달리는가하면, 그의 메르세데스 자가용에는 여전히 번호판이 없었고, 회사 정문 옆의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웠으며, 가끔은 두 칸에 걸쳐 주차할 때도 있었다. 직원들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애플의 광고를 패러디하여 “다른 곳에 주차하라.(Park Different.)”라고 적힌 표지판을 만들기도 했다.

21세기가 놀랄만큼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자신의 뇌를 경영한 CEO 스티브 잡스. 그의 전기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유산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세상에 남아 또 다른 혁신을 일으킬 인류에게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