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국학원 전문위원·강사)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때가 1446년이므로 올해가 564주년이 된다. 한글은 우리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을 대표하는 우리문화재다. 한글은 사실 세종대왕이 만든 것이 아니다. 조선왕조 실록에 보면 세종대왕 스스로 옛글을 본떠서 만들었다 하였고, 한글 창체에 반대한 최만리의 상소문에도 "이미 있는 옛글을 모방하였기에 새로운 글이 아니다" 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신경준이 지은 <훈민정음 운해>(1750년)에는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사용하던 속용문자가 있었다"고 하였으니, 한문 외에도 민간에서 사용되던 문자가 있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반갑다는 말, 타인 존중과 홍익의 뜻 있어

위와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왜곡하고 폄하시키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조선시대 기득권층의 사대주의에 가려져 사라질 뻔한 우리 말글을 재정립한 공로는 우리 역사에서 한글의 탄생보다 더 가치있는 업적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세종대왕께 감사드려야 하고 '한글 = 세종대왕'은 길이 기억되어야 할 일이다.

위에서 말한 옛글은 과연 무엇일까? 한글의 원형은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대 단군 왕검, 2대 단군 부루를 거쳐 3대 단군 가륵대에 만들어진 '가림토'라는 문자가 바로 한글의 원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식민사학의 영향을 받은 일부 강단사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사실이 기록된 한단고기의 별자리, 일식, 월식, 기상 등의 천문기록의 정확성으로 볼 때 지금의 상식으로도 결코 꾸며낸 이야기라 할 수 없다.

우리 한글은 그 역사가 세계 그 어떤 언어보다 오래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다양하고도 깊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쓰는 인사인 '반갑습니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풀어보면 '반'과 '같습니다' 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반'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반'이라고 하는 것은 크다, 밝다, 중심, 근원, 하늘을 뜻한다. 그러하기에 '당신을 만나서 반과 같다'는 말은 당신안에 크고 밝은 중심의 근원인 하늘을 품고 있는 매우 고귀한 존재라는 극존대의 인사말이 되는 것이다. 미국인을 만나도 반갑고, 일본인을 만나도, 아프리카 사람을 만나도 우리에겐 다 '반'과 같은 사람들이다. '반갑다'는 말 속에 나 아닌 남을 존중하고 이롭게 하는 '홍익'이 스며 있고, 크고 밝은 근원의 하늘을 섬겨오던 '천손문화'가 들어있다.

한글날 맞아 인사에 담긴 귀한 뜻 기억해야

여기서 쓰이는 '반'이라는 것은 인사말 이외에도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 '반'이 들어가서 '반듯하다', '반'이 어떤 짓을 한 것 같다 하여 '반질반질'하다 등등이다.

이 '반'이라는 말과 글의 의미가 주변국으로 건너가 '칸'이 되고 '킹'이 되어 최고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극존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우리말의 변화에 대해서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조선상고사에 보면 매우 잘 나타나 있다. "고리국, 구려국, 고려국 등 모두 같은 것을 칭하는 것이지만 그 지방의 발음상의, 그리고 비슷한 음의 다른글 예컨대 한자 등을 차용하여 우리발음을 기록하다보니 읽어내는 발음 문제로 조금씩 바뀌었다."

올해 564주년을 맞는 한글날, 하지만 우리 한글의 역사는 그보다 몇천 년을 앞선다는 것과 '반갑습니다'라는 인사에 담긴 귀한 뜻을 우리 모두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지면을 통해 뵙는 경남도민일보 독자 여러분! 늘 "반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