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자의 역사에 대한 왜곡이 국민 생활 전반에 불편을 끼치는 것은 물론, 생활 전체를 왜곡하는 현상에까지도 이를 수 있다.

  지나간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주로 써 왔던 문자는 한자였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한자에 대한 관심 부족과 소홀로 인하여, 한글 전용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회자되다가, 근자에 이르러 한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할머님들이 뒤늦게 손자들의 국어 교과서를 통해 ‘글자를 익힌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여기에서 ‘글자’란 것이 한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과연 몇이나 알고 있을까 의문이다.

  우리 민족을 일러 한민족이라 하는 그 의미 속에 우리 민족이 사용해 왔던 문자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다.  한에서 출발한 글을 ‘한글’이라고 하고, 한에서 출발한 자(字)를 ‘한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글자를 익힌다’는 의미 속에는 한글과 한자를 함께 모두 익히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한글 전용이니, 한글 한자 병용이니 시시콜콜한 편향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 최고 권위의 서예대전 대상 수상작에서 한자 2자를 잘못 쓴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서울대 규장각 웹사이트에 올려진 ‘일성록’(日省錄)에서는 사람 인(人)자가 들 입(入)으로, 온전할 전(全)자가 쇠 금(金), 들을 문(聞)이 사이 간(間)으로 잘못 적혀 있는 등 오자(誤字)가 수두룩하게 발견됐다.

    모두가 한자·한문을 제대로 몰라 빚어진 일이다. 일상생활에서도 한자어 뜻을 정확히 모르다 보니 나이가 80대인 소설가를 ‘중견작가’라고 부르는 촌극이 빚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날로 한자·한문을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글전용론자들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가 사교육 부담인데, 공교육에서 한자 공부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다 보니 사교육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200개 학부모와 교사 52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89.1%, 교사의 77.3%가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이 조사는 전직 국무총리 21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촉구하는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거세지면서 교과부 의뢰로 이뤄진 것이다. 교육개발원은 보고서에서 한자교육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혹은 교과서 정책에 포함해 명문화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에서 4년째 중국 관련 업무를 맡은 A과장은 “대부분 영어를 쓰면 업무가 가능하지만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중국어를 익히는 것은 필수”라며 “중국어에 간체자가 많긴 하지만 우리가 배운 번체자를 간소화한 것인 만큼 한자를 많이 알면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때 공인 한자능력자격 보유자에게 10∼20점의 가점을 주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두산그룹 등도 선발과정에서 자체 한자시험을 치른다. 동아제약은 문서에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고 승진시험에 한자과목을 포함하는 등 한자 사용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도 좌우의 날개짓을 통해 허공을 날아가듯, 생활속에서  뜻과 소리가 동시에  필요한 우리들에겐 뜻글자 한자와 소리글자 한글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