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옥구 한자와한글교육문화원 원장 ,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민족운동의 하나로 우리 역사 찾기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역사 사료의 부족이었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없는 한계에서 한자는 그야말로 우리 역사를 충원해 줄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무궁하다.

한자가 뜻글이라 음의 의미가 없고 한글은 소리글이라 모양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머릿속의 생각을 말(소리)로 표현하고 그 말을 담은 그릇이 글자(모양)인데 한자에서 소리가 의미 없고 한글에서 모양이 의미 없다면 이는 온전한 글자가 아니다. 한자의 음은 어떤 형태든 모양과 연결되며 한글과도 뗄 수 없는 관계로 모양과 소리, 의미가 두루 함축되어 있다.

예로 狗(강아지 구) 駒(망아지 구) 佝(꼽추 구) 牛+句(송아지 후) 女+句(할미 후)의 공통은 句(글귀 구)이나 글귀란 뜻으로는 무엇을 나타내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비슷한 勾(굽을 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句를 파자한 勹(쌀 포)를 알면 가능하다. ‘口’나 ‘厶’를 감싸려면 부드럽고 구부러져야 하듯 句에는 우리말 ‘구부러지다’와 ‘어리다’는 숨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口’(하늘을 뜻하는 ‘ㅇ’의 변형) ‘厶’(사사로운 사)는 하늘에서 내려온 자신만의 고유한 성품을 뜻한다.

이때 '구'와 '후'로 발음이 달라지는데 'ㄱ'과 'ㅎ'으로 변하는 것은 한글과 밀접하게 일정한 질서와 체계를 이룬다. 한자를 깊이 연구해 보면 한자의 음이 놀랍게도 한글사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말 ‘목’ ‘손목’ ‘발목’ ‘길목’ 등에서 알 수 있듯 ‘목’은 우리말로 ‘이어주다’는 의미가 있다. 나무 木(목)은 옛 고어( )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하늘과 땅의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눈 목(目)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즉 내면과 외면과의 연결을 뜻한다. 이렇듯 한자의 발음은 한글이라서 우리말 발음 ‘목’이 나무, 눈 등 두루 쓰이니 한글을 모르면 한자의 해석이 제대로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읽을 낼 수도 없다.

천부경은 한자와 한글의 설계도

한글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 정신에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천지인 정신은 옛날부터 조상대대 구전되어 온 ‘천부경’의 핵심사상이다. 한글은 ○(하늘)□(땅)△(사람)을 뜻하는 원방각(圓方角) 모양을 이용한 자음과 ․ (하늘) ― (땅) ⼁(사람)을 뜻하는 모음이 기본이다. 하늘(天, ○)의 속성을 가진 자음이 ᄒ, ᅙ, ㅇ이고 땅(地, □)의 속성을 가진 자음이 ᄇ, ᄑ, ᄆ이며, 인(人, △)이 속성을 가진 것이 ᄎ, ᄌ, ᄉ이다. 그런데 한자에서 ᄒ, ᅙ, ㅇ으로 소리 나는 것은 모두 하늘과 관계가 있다. 이처럼 한자와 한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 천지인 정신으로 구성된 한글의 구성체계

 

하늘의 속성을 가진 자음 ᄒ, ᅙ, ㅇ을 또다시 천지인으로 세부적으로 나누면 하늘의 天 속성을 가진 것이 ᄒ , 하늘의 地 속성을 가진 것이 ᅙ, 하늘의 人 속성을 가진 것이 ㅇ이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땅의 속성을 가진 자음도 地의 하늘 땅 사람의 속성에 따라 ᄇ, ᄑ, ᄆ이 되고 人의 하늘 땅 사람의 속성에 따라 ᄎ, ᄌ, ᄉ이 된다.

그러나 ᄀ, ᄂ, ᄃ, ᄅ은 체계가 조금 다르다. 상형문자로 모양 자체가 중요하다. 한자 ‘一’이 위에 있으면 하늘, 아래 있으면 땅을 의미하는데 ‘ᄀ’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의미이다. ‘ㄱ’의 하늘(天)의 속성을 나타내는 것이 ᄃ, 땅(地)의 속성을 나타내는 것이 ᄂ, 사람(人)의 속성을 나타내는 것이 ᄅ이다. ᄃ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준다는 의미로 ‘단군의 ㄷ’ ‘제단의 ㄷ’을 예로 들 수 있다. ᄂ은 ‘땅에 내려온 하늘’이란 의미로 ‘나, 너’와 같은 단어가 있다. 즉 ‘나와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란 뜻으로 천손을 의미한다. 한글과 한자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자의 음을 통해 한글의 질서를 알 수 있다.

천부경의 천지인 정신을 반영한 한자를 예로 들면 '影(그림자 영)'이다. 빛(日, 해)과 사물(京)이 있어야 그림자(彡)가 만들어지듯 글자를 만들 때도 천(日), 지(京), 인(彡)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 있다. 모든 한자는 이런 철학이 스며 있다.

또한 천부경은 天의 속성, 한자는 地의 속성, 한글은 人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천부경과 한자, 한글이 하나의 몸을 이룬다. 한자와 한글을 함께 사용하면 모든 뜻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듯 한자나 한글은 천부경의 경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글자라고 본다. 따라서 한자와 한글을 모두 정확하게 사용하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으므로 이 글을 만든 사람은 천부경 정신으로 살아온 우리 조상이 틀림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