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설 연휴동안 기름진 명절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먹다가, 연휴가 끝난 후 늘어난 몸무게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이런 경우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결국엔 작심삼일로 머무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왔던 기존 습관이 변화하려는 나의 의식을 인지하고, 생리적이든 정신적이든 방해공작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충격을 받은 후의 결심이 아니라면, 두뇌에 깊숙이 자극을 주지 않아 기존의 형성된 습관들이 미루거나 합리화를 시켜 기존의 모습을 보존하고자 한다.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기존의 습관들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경험을 통해 고착된 나의 활동 패턴, 습관, 버릇은 모두 내가 만들고 있는 두뇌 구조와 관련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뇌는 전문인들만 연구하는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였다. 그러나 두뇌 발달에 관한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요즘은 인터넷 서점만 둘러봐도 ‘뇌’에 대한 교양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뇌 발달이라는 주제가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로봇이나 컴퓨터의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처리과정을 부러워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기간을 정해놓고 오로지 계획한 것에만 몰두하고 싶지만, 중간 중간 수많은 생각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심과 잡념이 떠오르고, 100% 몰두하지 못하여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의 두뇌는 로봇처럼 깔끔하게 조직화된 시스템이 아니다. 두뇌는 천 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무성한 정글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각 뉴런들의 연결은 100조 개에 이른다. 이 뉴런들은 환경이나 경험을 통해 계속 연결을 바꾸며 이리저리 얽혀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들보다 두뇌 신경이 연결이 가능한 경우의 수가 더 많다. 바로 이 하나의 연결이 우리의 몸과 행동을 이끌고, 그 연결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바꾸기 힘든 고착된 습관이 형성된다. 결국 우리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뉴런 간의 연결회로를 먼저 바꾸어야 된다. 두뇌에서 형성된 신경통로를 지날 때마다, 그 행동이 나오고, 우리는 이를 습관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형화된 신경패턴도 우리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생각이나 행동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환경이나 경험을 통해 수많은 뉴런의 연결은 재구성될 수 있는 가소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두뇌는 근육과 같다. 쓰면 쓸수록 강해지고, 안 쓰면 퇴화되어 없어져버린다. 내가 갖고 있는 강한 습관들은 그런 행동을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에, 그 뉴런 간의 연결고리가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변화고자 하는 모습의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새로운 뉴런 연결고리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항상 두뇌를 재구성할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기술에 대한 배선 구조를 바꾸려면, 그 기술과 관련 있으면서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 단순히 같은 활동을 반복하는 것은 이미 생성된 연결을 계속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쉴 새 없이 간식을 입에 넣고 있다면, 이미 나의 두뇌 신경세포가 군것질에 대한 강력한 회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이 회로를 약화시키고 내가 변화고자 하는 모습을 생각하고 행동해보자. 내가 원하는 모습의 새로운 회로가 점점 연결되기 시작한다. 간식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기 위한 뇌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귀찮고 힘들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올바른 것인지 끊임없는 의심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회로가 강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과정이다. 원하는 새로운 습관을 고착시키는 데에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로켓의 운항과정 중 대부분의 에너지가 지표면에서 중력을 이겨내는 대기권에서 쓰인다. 우주에서는 아무런 힘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나아간다. 우리의 뇌도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습관이 고착될 때까지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힘이 들어 지치고, 합리화의 유혹이 가장 거셀 때일수록, 원하는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기존의 습관, 연결회로보다 새로운 회로가 더 강해지기 시작할 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원하는 모습을 위해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간 두뇌의 놀라운 가소성은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 경험, 사고, 행동을 통해 가능하다. 기존에는 두뇌의 가소성 기능이 어린아이들에게만 국한되었다고 생각했다. 뇌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두뇌의 가소성'이 상식보다 큰 범위를 관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근육과 마찬가지고 두뇌 운동으로 신경통로를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기본 원칙은 매 한가지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나의 두뇌를 알고 이를 관리할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모습도 만들 수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의 뇌를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뇌를 알고, 잘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