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0여 년간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역사를 비교하며 우리의 발자취를 찾으려 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지난 2001년 12월 23일, 지금의 아키히토 일본 천황은 68회 생일기념 공식기자회견에서 “내 몸속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간무(781 ~806)천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역사책<속일본기>에 쓰여 있어 한국과의 혈연을 느끼고 있다.”고 공언했다. 천손강림(天孫降臨)의 단군 자손임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일본 역사서 고사기(古事記 712년)는 백제인 안만려(安万呂)가 썼으며 도네리 신노(舍人親王)가 대표로 되어 있는 일본서기(日本書紀)도 실은 안만려가 쓴 것으로 일본은 그의 이름 앞에 ‘太’를 붙여 태안만려로 불렀다.

일본 민족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저명한 오카 마사오(岡 正雄)교수가 그의 저서 <일본민족의 기원(日本民族の起源)>에서 ‘일본의 개국신화는 한국 신화의 모방’이라고 단정했듯 단군신화에서의 3종 보기(寶器)가 일본에서는 3종 신기(神器, 옥·구리거울·검)로 나타난다.  일본사서에는 단군설화 이외에도 가야 구지봉 설화나 고구려의 주몽설화, 후백제의 견훤설화 등 고대 한국 신화가 많이 얽혀있다. 일본 민속학이나 역사학자들도 공공연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 강연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

일본 속에서 우리 흔적을 밝혀가는 와중에 기쁨에 겨워 눈물이 날만큼 놀라웠던 것은 8년 전, 일본 천왕궁에 들어가 제사를 전담하는 궁사 아베 스에마사를 만나서였다. 매년 11월 23일에 올리는 일본 천황가 신상제(新嘗齊)의 축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 황실에서 대대손손 카라카미(韓神 한신)에게 올리는 축문의 말미에 일본말 ‘おけ阿知女おおおおおけ(오게 아지매오오오오오게)’의 뿌리는 우리나라의 옛 이두식 표현인 동이어(東夷語)였던 것이다.

축문과 아악계보를 보고 축문을 읽는 소리까지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오게~ 아지매~ 오~오오오오게~’를 갈구하는 정성은 성스럽다 할 정도로 장중했다. 일본어로는 전혀 해석할 수 없어 무슨 뜻인지 모르고 불러댄 그 축문을 우리말로 풀면 “오소서! 아지매 어서 오소서!” 간단하다.

축문의 내용은 “미시마(三島) 무명 어깨에 걸치고(백제에서 생산된 무명을 바친다는 의미)…중략 … 나, 한(단군)을 모셔 오노라. 나, 한을 모셔 오노라. 오소서~”로 전개된다. 그 제례의식은 진지하고 엄숙하며 의식 때 입는 복장도, 고깔을 쓰고 삐죽이 나무를 든 모습도 우리나라 무당과 같다. 아지매가 일본 최고의 무당일수도 있겠지만 아베 스에마사 궁사는 아지매를 “천지인으로 인식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무(巫)를 비하하고 천시할 때 일본은 무를 최고의 신격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927년 왕실의 법도를 수록한 50여 권의 연희식(延喜式)목록에서 제일 먼저 ‘천황가 제사’가 쓰일 정도로 일본 황실에서 제일 중요한 일과는 제사다. 그 첫 대목에 한신이 등장한다. 천황이 등극하는 해에 한신께 고하는 대상제(大嘗齊)는 반드시 이세신궁에 가서 올린다. 이세신궁은 천조대신을 모시는 곳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조선의 단군신, 부여 영고의 신, 고구려 동맹의 신, 동예의 무천의 신, 삼한의 시월제의 신 등 우리 조상신을 모시는 곳이며 단군성조의 천부경 원리와 천지인정신도 완벽하게 들어있다.

대국주신을 모시는 일본 최초의 사당은 미와산(三輪山) 대신신사(大神神社)이고 미시마(三島)는 백제신을 모신다. 백제 응신천왕의 넷째 아들이 일본에 건너와 인덕천왕이 되었기에 축문에 ‘미시마 무명’을 바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 인덕천왕 묘지에서 마구와 칼(환두대도)이 발굴되었다. 이 칼은 명치유신이후 도굴로 미국 보스톤 박물관에 있는데 그 칼자루에는 삼족오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와 똑같은 칼이 1971년 우리나라 무령왕릉에서 발굴되었다.

일본열도는 고대로부터 남방의 미개인이 살던 곳에 기원전 3세기경 백제유민이 들어가 야요이 시대를 거쳐 고분시대에 나라를 세웠으므로 일본과 우리는 한 핏줄이다.  1995년 도쿄대 인류학교수 하니와라 카즈오 등 여러 학자가 고대 분묘의 뼈를 분석해서 연구한 결과 일본 인구 중 78~92%가 조선에서 건너간 도래인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