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인 5월이 지나면서 여름은 시작된다. 그 뜨거움의 상징이듯이 나라사랑 보훈의 달이 이어진다.

인간은 태어나자 마자 다섯 개의 집을 가진다. 첫째는 마음이 깃든 몸집이요, 둘째는 가족과 함께하는 가정이요, 셋째는 민족의 집인 국가(國家)요, 넷째는 사해일가(四海一家)의 지구요, 다섯째는 모든 존재가 담기는 우주이다. 자신이 다섯 개의 집을 모두 사랑하는 집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면 깨달은 사람이다. 다섯가지 집 사랑 중에서 현실로 느껴지는 것은 인간사랑, 나라사랑, 지구사랑이며 각각의 실천덕목을 효, 충, 도라 하니 바로 한민족의 국학이다.

5월이 효의 달이라면 6월은 충의 달이다. 다섯 개의 집 가운데 딱 중간인 나라 집을 사랑하는 마음을 충성(忠誠)이라 하니 충(忠)은 중심(中心)을 잘 아우르는 마음이다.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목숨으로 지켜 낸 분들은 어김없이 효자들이었다.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뿐만 아니라, 한 겨울 만주의 살인적인 추위를 홑겹의 옷으로 버티며 나라를 위해 사라져간 이름 없는 무명의 광복군들도 모두 효자가 아닌 분들이 없다.

그 뒤에는 그렇게 키운 어머니 아버지의 교육이 있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감옥에 있는 맏아들 안중근 의사에게 마지막 입고 갈 내의를 지어 보내면서 이렇게 전한다. “응칠아(안중근의 아명), 늙은 어미보다 일찍 죽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하여 항소를 하여 연명하지 마라. 너는 조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니 어서 죽어라. 그렇게 하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하시며 효와 충의 뜻을 분명하게 가르치신다. 일제도 시모시자(是母是子·그 어머니에 그 아들)라고 놀라며 존경하게 된다.

충신은 효자의 가문에서 배출 되고, 애국할 줄 알아야 지구사랑을 실천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국학정신이다. 나아가 모든 인간과 사물은 지구 어머니에 의지하여 살고 하늘 아버지(天父地母)의 법칙대로 사는 것을 깨우친 사람이 곧 도인(道人)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들어있으니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天符經)이다. 그러므로 옛 어른들은 효충도가 분리 되어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한 줄기로 이어져 있음을 가르치셨다.

그러나 그 찬란한 고대사의 정신은 고구려 중기 이후부터 외세의 침략과 정권만을 지키기 위한 사대주의 위정자들에 의하여 점차 의식이 낮아지더니 결국 국토도 작아지기 시작했다. 근근이 위기를 넘어 가던 중, 100년 전 경술국치에 이르러 결국 나라를 잃었다. 순수하게 나라를 지킨 몇몇의 관군을 빼면 이 나라를 지켜온 주인공들은 바로 자주 의식을 품은 백성들이었다. 일본은 성주가 패하면 백성은 전승자에게 자동으로 귀속되지만 우리 민족은 대를 이어 떨쳐 일어나 저항을 하니 침략자들에게는 불가사의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의병의 나라라고 하니 민초들의 굽히지 않는 정신 속에는 홍익의 크나 큰 철학이 중심철학으로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 한 일이었다. 올해부터 6월 1일이 ‘의병의 날’로 지정되어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1592년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다. 특히 충청인들의 호국정신은 대단하여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 배출된 의병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 가슴마다에 나라 집을 구할 맑은 기운이 중심을 잡고 있어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 바로 충청도이다. 달리 충청인(忠淸人)이겠는가?

(사)국학원 원장 (대) 및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