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음식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기후위기 문제가 인류의 식량부족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일어나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는 넘쳐나는 음식쓰레기와, 식량부족이라는 상반된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1. 버려지기 위해 생산되는 8억 톤 이상의 식량들
현재 지구에는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약 40억 톤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3분의 1은 먹지도 않고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의 경제적 가치는 약 1,100조원 입니다. 전 세계 8억 명이 굶주리는 시대에 20억 명 분이 넘는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버려지는 식량의 생산을 위해 지구환경은 계속 파괴되는 중입니다.
- 기후위기의 주범, 메탄 가스
음식쓰레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합니다. 음식쓰레기의 매립, 퇴비화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8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가스가 대량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 자원 고갈과 생명 파괴
버려질 음식의 생산을 위해 중국보다 넓은 면적의 땅이 사용되고, 연간 250조 리터의 물이 낭비됩니다. 또한, 아마존과 함께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의 열대우림이 팜유 생산을 위해 불타고 있습니다. 무심코 소비되는 식품 뒤에 숲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과 생명들의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음식이 많이 버려질수록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늘어갈 것이고 그것은 식량가격 폭등의 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굶는 사람들은 더 늘게 됩니다.
2. 국내 음식쓰레기의 50%는 가정에서 발생
국내 음식쓰레기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 유통 과정의 '식품 손실'
국내 농식품 폐기물의 57%는 유통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대형 마트들은 '초신선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았거나, 포장재가 살짝 손상된 멀쩡한 식품들을 매일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킵니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남아있는 냉동식품도 납품기한 임박의 이유로 버려집니다.
다행히 정부는 식품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 대신 실제 섭취 가능 기간을 표기하는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실험 결과, 유통기한 임박 식품과 갓 생산된 식품 사이에 품질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소비기한 제도가 정착되면 연간 수천억 원의 경제적 편익과 환경적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가정의 '식품 폐기'
국내 음식쓰레기의 50%는 가정에서 발생합니다. 폐기물의 가장 큰 원산지가 바로 집입니다. 먹다 남은 잔반 뿐 아니라,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는 식재료의 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 음식쓰레기의 퇴비화가 오히려 메탄가스 발생의 주범
몇 해 전 음식물 쓰레기 수백 톤이 농촌에 불법적으로 매립되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유발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의 97%를 사료나 퇴비로 '자원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귀한 노동력과 비용을 들여 만든 퇴비는 무료로 나누어 주려 해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선호하지 않아 안타깝게도 대부분 버려진다고 합니다.
게다가 음식쓰레기의 비료화 과정은 오히려 매립보다도 더 많은 메탄가스가 발생한다는 실험결과까지 나왔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국내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이 많아 사료/비료가 되는 것은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의 처리 비용이 산업 폐수보다 10배나 비싼 고농도 '음폐수'로 남아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 주방용 오물 분쇄기, 무책임한 편리함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는 주방용 오물 분쇄기는 법적으로 음식물의 20%만 하수도로 흘려보내고 80%는 따로 걸러 버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규정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오염 농도를 급격히 증가하여 수질 오염을 악화하고, 결국 우리의 식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법적으로 허용된 20%의 음식물 또한 염분과 유분이 많으며 유기물의 농도가 다른 폐수에 비해 10배나 높아 침출수 처리공장에서 처리할 수 없습니다. 즉, 하천방류기준에 맞게 제대로 정화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은 가정에서 오물 분쇄기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신축 아파트에서 주방시설에 처음부터 오물 분쇄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식품시스템의 정책변화에 관심을 갖자
음식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 시스템 차원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 정책적 모범 사례 (프랑스)
프랑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대형 마트가 팔다 남은 재고 식품을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구호 단체에 의무적으로 기부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소비기한 도입과 함께 이러한 선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속적인 설득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 메탄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음식쓰레기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기술은 메탄 가스를 오히려 흡수하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도시가스나 난방용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스템의 바이오가스화 전환이 시급합니다.
- 유통기한 임박상품의 할인
'라스트 오더(Last Order)'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폐기물을 줄이고 판매자에게도 이득이 되는 '착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4. 우리집부터 ‘이로운 음식 생활’ 실천하기
위에 언급했듯이 국내 음식쓰레기 발생량의 50%는 가정에서 나옵니다. 각자의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쓰레기를 해결하면 절반을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냉장고 파먹기’ 실천
새로운 식재료를 계속 사들여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행위를 멈추고, 현재 가진 식재료를 먼저 소진하는 계획적인 소비를 생활화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
유통기한은 시중에 식품이 유통될 수 있는 기한으로, 식품의 변질기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유통기한이 지난 후 7일~20일까지 다양했습니다. 달걀은 20일 후, 우유와 두부 요거트는 7일 후까지 변질되지 않았습니다.
- 음식은 먹을 만큼 조리하고 남기지 않기
식사 준비 시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식당에서는 '음식 남기지 않기'를 기본 생활 습관으로 만듭니다. 그것은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됩니다.
- 오물분쇄기 사용하지 않기
음식 조리량을 조절하면 그만큼 음식쓰레기가 줄어듭니다. 음식물 종량제봉투를 쓰는 것이 당장은 불편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앞으로 다가올 음폐수 처리 비용문제와 하천오염의 문제에 비하면 아주 작은 노력에 불과합니다.
- ‘초신선' 마케팅에 속지 않기
생산 날짜가 짧은 제품이 더 우수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품질에 문제가 없는 제품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됩니다. 오히려 '라스트 오더'와 같은 앱을 이용해 폐기 위기에 놓인 식품을 구매하는 것은 개인 비용 절약과 지구환경 보호의 2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어릴 적 밥을 남기면 부모님께 혼이 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농사짓는 분들이 한 해 동안 피땀 흘려 지은 것이니 밥 한 톨도, 음식도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고 하셨던 학교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습니다. 당시엔 누군가의 귀한 정성과 노력을 함부로 해선 안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될 만큼 절대적인 것이 된 것 같습니다.
지구환경을 지킬 수 있는 첫번째는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겸손’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