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인형과 배우의 신체 행동으로 극화, 연극 ‘아Q정전’
공연창작소 숨, 11월 27일 ~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서 공연
공연 제작사 공연창작소 숨이 2023년 초연 당시 소설 《아Q정전》을 각색해 하이브리드 인형과 배우의 신체 행동으로 무대화한 파격적인 작품이 다시 돌아왔다. 중국 신해혁명을 전후한 농촌을 배경으로, 최하층의 날품팔이 농민인 아Q의 비극적 생애를 다루며 격변기를 지나는 인물과 시대를 통해 2025년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고 새롭게 고찰한다.
소설 《아Q정전》은 현대 중국 문학을 상징하는 루쉰(본명은 주수인. 1881~1936)의 대표작이다. 아큐라는 인물은 신해혁명 당시 몽매한 민중과 관습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대국 의식의 허상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연극〈아Q정전〉(각색 이주영, 연출 정욱현)>은 이렇게 진행된다.
성도 이름도 없이, 웨이좡이라는 농촌에서 날품팔이 일을 하는 하층민 아큐! 머리에 몇 군데 부스럼 자국이 있는 그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매번 업신여김을 당하고도 미련하게 허세를 부린다. 멸시에 굴하지 않고 마을 지주댁 하녀에게 동침을 요구하다 날품팔이 일이 끊기게 된 아큐는 웨이좡 성에 다녀온 이후 돈을 벌었다고 으스대고 다닌다. 한동안 선생 소리까지 들으며 거드름을 피우지만 얼마 안 가 그의 물건들은 도둑들과 어울려 얻은 것임이 드러나는데...! 신해혁명으로 혼란한 시기에 농촌 마을까지 혁명당이 입성하자 아큐는 시류에 편승하고자 안달이 나고,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혁명당의 일원을 자처하며 의미도 모르는 모반을 소리 높여 외친다. 민중은 “총살당한 것은 곧 그가 나빴다는 증거야”로 희희덕거린다. 총살형을 앞둔 아큐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까막눈임을 들킬까 봐 필사적으로 붓을 쥔다.
공연창작소 숨은 연극〈아Q정전〉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아큐의 삶은 비루함 자체다.
툭하면 맞고 조롱당하며, 명백한 패배 앞에서도
저열하게 펼치는 ‘정신 승리법’은 낯 뜨거울 만큼 한심하다.
아큐를 비웃는 것은 마땅한가.
나는 아큐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는 오만이야말로
아큐가 가진 자기방어 기제가 아니던가!
아큐는 아둔한 패배자가 아니라, 시대를 표류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하이브리드 인형을 통해 아큐를 본다.
배우와 결합된 인형은
온전한 인간도, 단순한 도구도 아닌,
결속된 듯 보이지만 해체의 위험을 안은 현대인을 표상한다.
당신은 아큐를 비하하면서도, 그의 비극에 통감할 것이다.
아큐를 만들어낸 냉혹한 사회 구조와
여전히 비슷한 시스템에 순응해 온 나 자신을 보면서 말이다.
세상은 아큐를 비난하는 동시에 새로운 아큐를 끊임없이 빚어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아큐를 조종하는가, 아니면 이미 조종당하는 아큐인가!
'아(阿)'는 친근감을 주기 위해 사람의 성이나 이름 앞에 붙는 접두어이고, 'Q'는 청나라 말 중국인들의 변발한 머리 모습을 상징하는 말이며 동시에 'QUESTION'에서 따온 '알 수 없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토록 본적과 거처뿐만 아니라 정체성마저도 분명치 않은 모호한 가상의 인물을 통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어쩌면 권력과 억압적 분위기에 굴종하는 이 시대의 인간 역시 아큐(阿Q)가 아닐까? 그마저도 아큐의 아류(亞流)일지도!
불온한 삶에 드리워진 얄궂은 파국, 그의 행적을 점철지은 것은 무엇인가
연극 <아Q정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다.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민일홍: 아큐, 전신영: 애송이·수재, 윤지홍: 노름꾼·자오나리, 김산: 털보·자경단원, 유은주: 우어멈·죄수, 박민석: 영감·자경단원, 서율: 비구니·군중, 남유리: 건달·자오마님, 박민정 : 자경단장·자오하녀.
공연창작소 숨는 연극 <아Q정전>을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