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의 내면 탐구, 연극 ‘인형의 가’ 초연

극단 이구아구, 11월 26일 ~ 12월 7일 서울 대학로 씨어터 꿈에서 공연

2025-11-11     정유철 기자
연극 '인형의 가' 포스터. 이미지 극단 이구아구

극단 이구아구의 신작 연극 〈인형의 가〉는  미술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로 관객을 초대한다. 이 작품은 미술작가 조현동 군산대 서양학과 교수와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이자 연출가 정재호(한국연출가협회 이사장)가 함께 만들어낸 “그림이 연극이 되고, 연극이 공간이 되는” 새로운 형식의 무대다. 공연장은 전통적인 무대 구조를 벗어나 하나의 갤러리처럼 재구성되며, 관객은 살아있는 회화 작품 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삶을 모티브로 한다. 예술가이자 여성으로, 또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결핍을 탐구하며, “나는 사람이 되고저”라 외쳤던 나혜석의 목소리를 무대 위로 다시 불러낸다. 이 작품은 나혜석의 못다 한 이야기를 파고드는 인물 ‘장민호(주호성, 서광재 더블캐스트)’의 심리와 행동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환영 속에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나혜석’(임은연 분)을 만나곤 하는 그를 후배인 ‘이상인(배찬태 분)’은 안타까워한다. 급기야 ‘장민호’는 ‘나혜석’의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집착하게 되고, 점점 현실과 멀어지면서도 그가 찾아 헤매는 것이 무엇인지 ‘이상인’은 관객들과 함께 고민한다.

연극 <인형의 가>는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권위와 부딪쳤던 나혜석의 아픈 인생을 ‘소통의 부재’로 읽는다. ‘신여성’도 ‘구여성’도 어떤 성별을 가진 사람도 결국 소통을 통해 사회와 타협하고 살아갈 수 있다. 개인과 개인 역시 마찬가지로, 극 중 ‘장민호’는 어머니와의 소통을 힘들어했던 과거가 있고, 이는 계속해서 어긋나는 ‘이상인’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불가능성과 필요성을 동시에 지니는 특별한 단어 ‘소통’을 연극적으로 탐구한다.

극본은 다년간 꾸준히 희곡을 집필해 온 국민성 작가의 신작으로,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내면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연출은 정재호 사단법인 한국연출가협회 이사장 겸 도봉연극협회 회장이 맡았다. 정재호 이사장은 자신이 이끄는 극단의 신작 <인형의 가> 연출을 직접 맡아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작품에는 원로배우 주호성이 출연한다. 주호성 배우는 극단 원의 대표이자 <듀오>, <농촌총각> 등의 작품들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김용선, 서광재, 손선근, 임은연, 윤상현, 배찬태 등 극단 이구아구의 단원들 및 장기간 신뢰를 쌓아온 객원들이 출연한다. 특히 임은연 배우는 40년 연기 인생의 결실을 보여주는 과감한 노출 연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자유를 표현하며, 단순한 파격을 넘어선 예술적 진정성을 드러낸다. 김용선 배우는 단 3분의 출연을 위해 실제 삭발을 감행했으며 여무영, 이일섭, 이태훈, 김진태가 단 1분의 특별출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다. 짧지만 강렬한 등장으로 연극에 대한 세대적 헌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단 이구아구는 연극 <인형의 가>를 11월 26일(수)부터 12월 7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 쿰에서 공연한다. 월요일도 쉬지 않고 공연한다. 11월 16일(일)까지 조기 예매 시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