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지 장단 연구 프로젝트Ⅰ‘금산농악’, 지역 농악 문화가 지닌 고유한 가치 재조명
지역 농악 문화가 지닌 고유한 가치 재조명 11월 9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서 공연
‘박안지 장단 연구 프로젝트Ⅰ〈금산농악〉’이 지난 11월 9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박안지는 1988년 창단한 사단법인 사물광대의 동인으로, 1994년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으며, 박안지 연희 컴퍼니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전통과 창작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제작, 타악 연희 레퍼토리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타악연희단 단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박안지 장단 연구 프로젝트Ⅰ <금산농악>’은 202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한국 전통 연희의 장단과 가락에 대한 박안지 교수의 오랜 연구와 탐구를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자 준비한 작업이다.
금산농악은 충청남도 무형유산으로, 산악 분지 문화권에서 형성・발달한 민속 농악이다. 좌도 농악의 원형을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으며, 1980년대 복원과 부흥기를 거치며 젊은 세대의 참여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재조명되어왔다.
박안지 교수는 금산농악의 장단, 악기, 리듬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서양 타악기의 구조적 논리 및 감각과 비교・교감함으로써 새로운 타악 앙상블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총 5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서는 금산농악에서 연행되는 특정 장단을 비롯해 다양한 금산의 장단을 해체·재조립하여 현대적 감각의 사운드로 재탄생시키는 무대를 선보였다. 서양 수도원의 엄숙한 성가와 한국 전통음악의 곡조를 융합한 찬가 〈기원의 숨〉, 금산농악의 장단 구조를 바탕으로 꽹과리의 역할과 연행 방식을 중심에 두어 새로운 음향을 모색한 〈금산 마치〉, 금산의 ‘개삼터’ 전설을 모티브로 금산농악의 장단을 교차하여 음악과 춤으로 되살린 〈개삼터 살풀이〉 등 3곡의 개작 초연곡을 무대에 올렸다.
또한, 박안지 교수가 처음 꽹과리를 잡았던 금산농업고등학교의 지번 주소를 제목으로 삼아 그 시절의 풍경을 소리로 직조한 〈금산읍 진악로 1003〉, 금산군 진악산에서 비롯된 금산농악의 정신과 신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진악〉 2곡의 위촉 초연곡으로 구성한 이번 무대는 금산농악의 고유성과 동시대적 음악 어법이 조화를 만나볼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황호준 작곡의 <금산읍 진악로 1003>은 박안지 교수가 처음 농악을 시작했던 10대 시절의 금산읍 풍경이 무대 위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는 평과 지금의 박안지를 만든 금산농악의 정신과 원형, 금산농악의 다채로운 장단 및 가락이 담긴 박천지 작곡의 <진악>에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연출과 작곡을 맡은 황호준의 재치있는 공연 해설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핵심 타악 솔리스트인 연제호와 이승호,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원 서수복의 완성도 높은 타악 앙상블, 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 이수자 이동주의 금산농악 소고놀음, 재즈 피아니스트 송지훈, 바리톤 유영도(천안시립합창단 상임단원), 국립무용단 단원 박지은이 가득 채운 무대의 열기가 작품에 다채로운 음악적·무대적 색채를 더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금산에서 함께 예술적 교감을 쌓아온 음악 동료이자 동생인 박천지 동국대학교 교수가 음악감독 및 작곡으로 함께 참여하며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안지 교수는 국악이 지닌 전통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함께 조명하고, 국악 타악과 서양 타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연희 트렌드를 제시하며 세대와 장르를 넘어 소통하는 예술의 장을 만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