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일본 ‘아트컬래버레이션 교토(ACK)’ 참가
이배, 김택상, 이광호, 보스코 소디 작품 전시 11월 14일 ~ 16일 교토 국제컨퍼런스센터서 개최
조현화랑은 오는 11월 1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4일부터 16일까지 일본 교토 국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리는 Art Collaboration Kyoto(아트컬래버레이션 교토, ACK)에 참가한다. 이번 ACK에서 조현화랑은 ‘교토와 관련이 국내외 아티스트와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 ‘교토미팅’(Kyoto Meeting)에서 이배, 김택상, 이광호 작가를 통해 한국 현대회화가 구축해온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조명하고, 더불어 일본의 전통적 미학인 와비사비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멕시코 출신의 작가 보스코 소디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배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 숯이라는 재료를 통해 동양적 사유와 서양적 추상의 만남을 탐구해왔다. 그는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의 에너지를 숯의 물질성을 통해 드러내며, 회화와 조각, 설치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작가는 숯을 이용해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해오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캔버스 위에 절단한 숯 조각들을 빽빽하게 놓고 접합한 후 표면을 연마해낸 이슈드푸(Issu du feu), 숯가루를 짓이겨 미디엄을 사용해 화면에 두껍게 안착시킨 풍경(Landscape), 목탄에서 추출한 검은 안료로 캔버스 위에 형태를 그리고 밀랍 같은 두꺼운 재료를 여러 번 덮은 작업인 아크릴미디움(Acrylic medium), 숯가루가 섞인 먹물로 다양한 형태의 붓질 그대로를 보여주는 붓질(Brushstroke), 숯 자체 또는 브론즈로 보여주는 조각 시리즈 등이 있다. 그는 숯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 안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ACK에서는 대표 시리즈 〈Issu du Feu〉, 〈Brushstroke〉, 그리고 브론즈의 Brushstroke 조각을 선보인다. 특히 2003년작부터 2025년 신작에 이르는 일련의 작업들은 동양과 서양, 추상과 물질, 제스처와 기억의 교차점을 보여준다.
김택상 작가는 30여 년에 걸쳐 ‘물’이라는 매체를 통해 색의 번짐과 침착, 겹침을 실험해온 작가다. 바닥에 눕힌 캔버스 위에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붓고 말리는 반복적인 작업은 수행적이면서도 치유적인 ‘보살핌의 미학’을 드러낸다. 수십 차례의 층위를 쌓아가는 행위는 화면에 미세한 간극을 만들고, 빛을 산란하여 깊이와 밀도를 부여한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듯 은은하고 담백한 색감을 띤 그의 회화을 작가는 ‘맑을 담’ 자를 써서 ‘담화(淡畵)’라 명명한다.1990년대 초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에서 출발한 그는, 옐로스톤 화산 분화구의 물빛에 매혹되며 예술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자연의 구조—물, 공기, 빛, 중력—를 작업실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조형 방식을 구축하며 물질성과 감각, 개념과 자연을 잇는 회화 세계를 펼쳐왔다. 눈에 띄는 대비보다 분간하기 어려운 유사성과 떨림, 그리고 빛의 진동을 담는 그의 회화는 단색화의 계보 속에서 논의되면서도, 자연과 인간, 매체와 인식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색해온 독자적인 사유의 여정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Flows〉 시리즈를 통해 보다 빠른 리듬과 물질적 밀도를 선보인다. 캔버스 위에 안료를 푼 물을 반복적으로 붓고 말리는 수행적 과정 속에서 그는 자연과 인간, 매체와 인식의 경계를 사유한다. 김택상은 현재 주 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전시 〈Couleur de Corée〉에 참여 중이며, 이번 ACK에서는 신작 〈Flows〉 를 공개한다.
이광호 작가는 회화의 전통성과 현대적 감각을 아우르며, 감각과 지각, 서사의 경계를 탐구한다. 회화의 전통적 매체성과 현대적 감각을 넘나들며 감각, 지각, 서사의 경계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고전 회화 연구와 동시대적 실험을 병행했으며, 영화와 사진의 언어를 흡수한 감각적인 화면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2006년에는 현대 회화의 진보적 경향과 매체 간의 실험을 지지하는 카스텔론(Castellón) 국제회화 공모전(스페인)에서 후보자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 서울 창동레지던시에서 발표한 《Inter-View》 프로젝트는 인터뷰, 촬영, 회화를 결합한 작업으로,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며 회화 매체의 지평을 넓혔다. 이후 그는 선인장, 곶자왈, 사막, 야경, 습지 등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감각의 흐름과 지각의 층위를 탐색하며 회화적 공간을 실험해왔다. 특히 《Blow-Up》(2023~) 프로젝트에서는 뉴질랜드 습지를 분할된 캔버스로 구성하여 시선의 흐름과 장소성의 파편을 재조합하고, 촉지적 감각과 공간에 대한 사유를 회화로 전개하고있다.
최근 조현화랑 달맞이 공간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이광호는 이번 ACK에서 그의 대표적인 <선인장> 시리즈를 선보인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시선의 흐름과 공간의 촉각적 층위를 회화적으로 해석하는 그의 작업은 시각과 촉각이 교차하는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멕시코 출신 작가 보스코 소디는 안료, 톱밥, 목재 펄프, 천연 섬유질 등을 혼합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적으로 갈라지고 굳어지는 표면을 만드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회화와 조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본 와비사비 미학의 본질, 불완전함과 자연의 질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번 ACK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부조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기간 중 MtK Contemporary Art에서는 보스코 소디의 개인전도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조현화랑은 이번 ACK 참가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국제 무대에 선보이며,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적 실험과 확장을 교토라는 일본 미학의 역사적 공간 안에서 새롭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