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물속에 담긴 삶의 여적을 더듬다
‘탑이 품은 칼’, ‘갖옷’ 특별전 열려
역사유물 속에 담긴 선인들의 삶의 여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익산박물관은 9월 24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국립익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을 개최한다. 경운박물관과 국립대구박물관은 2025년 공동기획전 ‘갖옷, 겨울을 건너다’를 오는 9월 25일부터 12월 27일까지 개최한다.
국립익산박물관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
국립익산박물관은 9월 24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국립익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2009년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에서 발견된 ‘미륵사지 손칼’을 최초로 공개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우리를 놀라게 한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 중 하나인 작은 손칼을 보존처리와 원형 재현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역사·문화적 사실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2009년 처음 발견된 손칼은 639년 석탑에 봉안된 이후 약 1천400여 년의 세월을 견디지 못해 원형을 알기 힘든 안타까운 모습으로 실물 공개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립박물관(익산·청주·김해)은 상호 협업을 통해 5년간의 과학적 분석과 보존처리, 그리고 심층 연구를 진행하고 이제 그 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손칼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주제다. 제1부는 손칼의 의미는 무엇일까로 시작된다. ‘작은 칼이 필요했던 일상’은 먼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쇠 손칼, 동물 뼈로 만든 칼 손잡이를 전시한다. 다음은 붓이 없는 시절 글을 쓰고, 지우개가 없던 시절 목간의 글자를 지우는 문자 생활의 도구인 칼의 또 다른 기능을 살펴보았다.
제2부는 손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로 이어진다. ‘흔적, 몰랐던 이야기’에서는 과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재현한 손칼의 내부 구조, 제작 재료, 봉안 시 감쌌던 직물 자수를 전시한다.
특히, 칼 손잡이는 국내 처음으로 3차원 X선 현미경 조사를 통해 외래 수종임이 확인됐다. 일부 손잡이는 단면 구조 분석을 통해 물소뿔로 추정됐다. 먼 나라에서 귀중한 재료를 구한 백제 문화의 국제성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나무로 만든 칼집은 금박을 얹어 화려함을 갖추고, 그 위에 바다거북의 등껍데기를 감싸 금박 손잡이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내구성을 겸비한 대모복채법이 적용됐다. 고대 동아시아 공예 기술 연구의 중요 자료로 평가받는 일본 나라(奈良) 정창원(正倉院)에도 대모복채법을 적용한 손칼 1점 전해지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되는 미륵사지 손칼은 이보다 약 100년 앞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백제의 높은 공예 수준을 입증함과 동시에, 국제 교류의 흐름을 조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제3부는 왜 손칼을 석탑에 넣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로 마무리된다. ‘꾸밈을 더하고, 마음을 담아’는 권위와 품격의 상징으로 무덤과 불교의 공양품으로 사용된 손칼을 소개한다. 귀하고 화려한 금과 은을 사용하여 수준 높은 금속공예 기술로 이룬 장식손칼의 아름다움을 통해 수준 높은 백제문화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익산박물관의 대표 문화유산인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가운데 하나인 손칼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칼에 담긴 염원과 정교한 장인의 기술을 통해 백제의 불교문화와 공예 수준, 그리고 국제 교류의 위상을 깊이 있게 체감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운박물관·국립대구박물관 공동기획전 ‘갖옷, 겨울을 건너다’
경운박물관과 국립대구박물관은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협의체 사업으로 2025년 공동기획전 ‘갖옷, 겨울을 건너다’를 오는 9월 25일부터 12월 27일까지 개최한다.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협의체 공동사업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했으며, 경운박물관과는 세 번째 협업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운박물관의 소장품 중 짐승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옷인 ‘갖옷(裘)’을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는 ‘프롤로그’, ‘제1부 갖저고리·털배자’, ‘제2부 털마고자·갖두루마기’, ‘제3부 난모·털토시·가죽신’, ‘제4부 모피의 확장’ 등 4부로 구성했다.
프롤로그에서 ‘송시열 초구(재현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유산이자 19세기 이전 유일한 털옷으로 남아 있는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입었던 담비털 저고리 재현품이 주목된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의 가죽옷과 가죽신 착용 기록부터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갖옷 기록 등을 통해 모피를 향유 해 온 발자취를 살펴본다.
제1부는 ‘갖저고리·털배자’를 통해 근대기 갖옷을 소개한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전해지는 갖옷 중 여성들이 많이 착용한 안에 양과 토끼털 등을 댄 갖저고리와 털배자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특히 갖저고리의 모피 안감과 함께 난모 및 털옷 숙련기술전수자의 제작도구도 전시해 일제강점기까지 가지가지의 털들을 갖추어 놓은 가게인 모물점(毛物店)이 활발했지만, 광복 이후 전쟁과 산업화로 사라진 갖옷의 역사적 배경과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제2부 ‘털마고자·갖두루마기’는 근대기에 탄생했거나 보편화된 마고자와 두루마기를 중심으로 갖옷을 살펴본다. 포(袍) 형태 중 1627년 정묘호란 당시 순절한 남이흥 장군의 사슴가죽으로 만든 네모난 깃의 재현품을 시작으로 근대기 등장한 신한복인 ‘마고자’와 의제개혁을 거치며 보편화된 좁은 소매의 ‘두루마기’에 주목했다.
제3부 ‘난모·털토시·가죽신’은 혹한의 계절 우리의 머리에서 손과 발까지 보호했던 각종 복식을 살펴본다. ‘모자의 나라’ 한국은 방한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난모(煖帽)를 착용했는데, 특별히 서양의 후드(Hood)처럼 어깨까지 덮었던 휘항(揮項)이 주목된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과 조선풍속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남바위·풍차·아얌 등이 전시된다. 또한 가죽신을 만드는 수선공을 ‘갖바치’라고 했는데, 가죽신 중 다양한 형태의 혜(鞋)를 함께 전시했다.
제4부 ‘모피의 확장’에서는 근현대에 사용된 모피 용품을 돌아본다. 1900년대 망토부터 근현대 남성의 모자와 가방, 여성들의 핸드백과 코트, 한복 디자이너의 갖옷 응용 작품까지 모피가 확장돼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내용을 담았다.
동물의 털을 써서 겨울옷을 짓되, 그 털을 겉으로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고 그 따뜻함만을 취했던 옛사람들의 옷 짓기의 미덕을 돌아보고, 갖옷에 담긴 지혜와 정성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삶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