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알도 탐벨리니의 작업 세계 국내 최초로 조망 ⟪Beyond Black: Light, Time, Memory (블랙을 넘어: 빛, 시간 그리고 기억)⟫
강원도 원주 빙하미술관, 9월 27일 ~ 2026년 3월 29일 개최
카민 르차이프라싯의 삶과 죽음,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성찰
이이남의 고향 지역에 대한 아픔을 재해석한 작품과 시가 된 폭포
빙하미술관은 오는 9월 27일부터 2026년 3월 29일까지 공식 개관 전 ⟪Beyond Black: Light, Time, Memory (블랙을 넘어: 빛, 시간 그리고 기억)⟫을 개최한다.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알도 탐벨리니(Aldo Tambellini, 1930~2020)의 급진적 예술세계를 중심으로, 태국의 카민 르차이프라싯(Kamin Lertchaiprasert)과 한국의 아티스트 이이남(Lee Lee Nam)의 실감형 미디어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탐벨리니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모든 색의 총합인 ‘블랙’의 철학과 전위적 실험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동시에, 동시대 예술가들이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열어가는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탐구하는 장을 마련한다.
알도 탐벨리니는 뉴욕 출생의 전위적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로 실험 영화, 비디오 아트 및 퍼포먼스 분야의 선구자이다. 평생에 걸쳐 ‘일렉트로 미디어’와 검은색을 예술적, 과학적으로 탐구하며 예술 매체의 경계를 확장했다. 탐벨리니는 실험 영화,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 전반에 걸쳐 매체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현대 기술의 진보와 인간 정신의 진화를 연결 지어 사유한 작가이다.
‘We are the Primitives of a New Era’는 2020년 작품으로 작고한 작가의 유작으로서 현대 기술 발전과 인류의 정신적 진화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기술의 발전이 이끄는 새로운 원시 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가 생전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탐구했던 인간성과 기술, 문명과 원시성의 관계를 집약하고 있으며, 이 작품에서 탐밸리니는 문명 속에서 되살아나는 ‘새로운 원시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문명화된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의 본질, 감각, 창의성에 대한 회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감 예술로 재탄생된 디지털 미디어와 원시적 형태를 융합시켜 제작된 그의 작품 속에서는 관람자가 현대 문명 속 새로운 원시인이 되어 변화와 가능성을 직접 체험하고 성찰하도록 이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그의 방대한 작업 세계를 조망하며, 드로잉과 회화, 설치,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그의 급진적 실험과 철학을 전시장 전반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입구에 설치된 루마그램(Lumagram : 손으로 그린 슬라이드 필름)에서 시작해 대형 벽면을 가득 메운 비디오그램(Videogram)까지, 관람객은 탐벨리니가 전통적 매체를 넘어 빛과 영상, 소리의 영역으로 예술을 확장해 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사운드룸은 명상적 사운드와 빛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감각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고요한 사유의 흐름에 잠기게 한다.
실감형 전시장에서는 탐벨리니의 작품과 더불어 카민 르차이 프라싯과 이이남의 미디어 작업이 교차 상영된다. 카민은 불교 철학과 명상에서 영감을 받아 삶과 죽음의 본질을 다뤄온 작가로, ‘After Death Before Next Birth’은 언리얼 엔진과 공간 오디오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이끈다. 이 몰입형 환경은 관람자가 자신의 존재와 유한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도록 하며, 실감형 미디어의 기술적 잠재력과 철학적 깊이를 극대화한다.
한편, 이이남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고전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작가로, ‘꿈속의 광주’에서 유년 시절의 기억과 5·18 민주 항쟁을 초현실적으로 재구성한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정원’을 결합한 이 작품은 동서양의 초현실적 공간을 융합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우화적 이미지로 전환하며, 관람객이 개인적 차원과 보편적 차원에서 광주의 아픔을 공감하도록 이끈다. 더불어 6미터 높이의 대형 설치작품 ‘시가 된 폭포Waterfall turned into a poem’에서는 5,300여 권의 고서에서 추출한 문자 데이터가 흰 포말로 쏟아져 내린다. 이는 문자와 이미지,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흘러 인간 정신과 문명의 역사를 웅장한 시적 풍경으로 펼쳐낸다.
탐벨리니가 남긴 말,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시인이다”라는 이번 전시의 정신을 압축하고 있다. 관람객은 탐벨리니의 급진적 실험과 카민, 이이남의 동시대적 해석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층적 감각 속에서, 개인과 집단, 기술과 감정, 침묵과 목소리 사이를 오가며 예술이 던지는 근원적 질문에 스스로 응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번에 개관한 빙하미술관(Glacier Museum of Art)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 한마음에너지의 이경남 회장과 심형금 관장의 오랜 문화예술에 대한 헌신 속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그린희망문화재단을 통해 예술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며 문화예술 진흥과 사회 환원의 가치를 실천해왔다.
미술관은 이름처럼 ‘빙하’의 조형미를 건축에 구현했다. 수공간 위에 떠 있는 부유형 구조와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로 이루어진 외벽은 자연의 빛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며, 관람객에게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건축과 예술,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사유의 장소를 지향한다.
빙하미술관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 공간은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며, 특히 공중에 설치된 V자형 보행 통로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뷰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마치 빙하 속을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 외에도 예술마당, 산책로, 아트숍, 카페, 컨벤션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은 자연 속에서 예술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