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체험한다

‘덕수궁 접견례’, ‘국악가요’, 가무악극 ‘처용’ 등 선보여

2025-09-23     설성현 기자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오는 10월 18-19일, 25-26일 오후 3시 덕수궁에서 고종 황제가 외국공사를 접견하는 의례와 연회를 재현한 공연 ‘2025년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를 개최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10월 2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국악가요’를 선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 신화적 존재들이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남산국악당에서 한 무대에 선다.

관객 몰입형 공연으로 재탄생한 덕수궁 접견례

‘2025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포스터. 이미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오는 10월 18-19일, 25-26일 오후 3시 덕수궁(서울 중구)에서 고종 황제가 외국공사를 접견하는 의례와 연회를 재현한 공연 ‘2025년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를 개최한다.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는 지난 2010년부터 진행된 궁궐 활용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1년간의 휴식 기간을 거쳐, 올해 관객 몰입형 체험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개편해 운영된다.

지난 1900년(광무 4년)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고종 황제가 미국공사 알렌과 러시아공사 파블로프를 덕수궁에서 접견한 내용을 이동형 공연으로 구성했으며, 광명문·함녕전·정관헌에서는 연극이, 준명당·즉조당 앞마당에서는 군악대와 검무·사자춤 등의 전통예술 공연이 진행된다.

특히 이번 개편을 통해, 역사 기록을 반영해 접견장소를 기존의 정관헌에서 실제 외국공사를 접견한 함녕전으로 변경하고, 한성판윤 이채연(1861-1900년)이 등장해 수도 한성의 근대화 노력을 알리는 등 대한제국과 덕수궁의 역사성을 보다 깊이 반영했다.

공연을 사전 예약한 관객은 ‘기자단’이 되어 접견례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취재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짧은 기사를 작성하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사전 예약은 오는 9월 29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에서 선착순(회차당 25명)으로 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1588-7890)로도 예매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을 확인하거나, 궁능 활용프로그램 전화 상담실(1522-2295)로 문의하면 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국악가요’ 선보인다

‘국악가요’ 포스터. 이미지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10월 2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국악가요’를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1970-1980년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국악가요를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려, 국악의 대중화와 동시대적 확장을 동시에 모색하는 자리다.

국악가요는 1970년대 후반 등장해 1980년대에 특히 인기를 끌었던 장르로, 전통 장단과 가락에 대중가요의 감성을 결합한 민요풍 창작가요를 지칭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특유의 감성이 어우러져 큰 호응을 얻었다. 

창작국악연주그룹 ‘슬기둥’을 비롯해 강호중, 주병선 등의 가수가 대학가요제 및 각종 방송 무대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음악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 대중의 기억 속에 잊혔으나, 오늘날 트로트와 성인가요에서도 특징과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국악가요’는 국악가요에 반영된 시대상과 변화의 흐름을 국악관현악과 함께 본격적으로 재조명한다. 이와 더불어 잊힌 장르로 여겨졌던 국악가요의 문화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도 새롭게 고찰한다. 지휘와 해설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이 맡는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국악가요의 전성기를 거쳐온 당사자로서 국악가요의 역사와 특유의 매력을 풍성한 국악관현악 사운드로 풀어낸다.

프로그램은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국악가요의 대표곡과 신규 창작곡까지 총 12곡으로 구성됐다. 첫 곡은 국악관현악을 위한 ‘찬란함 속으로’로 문을 연다. 이 곡은 채치성이 작곡한 대표곡 ‘꽃분네야’를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 손다혜가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작‧편곡한 작품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김영동의 ‘어디로 갈거나’, 조광재의 ‘산도깨비’, 채치성의 ‘독도아리랑’과 ‘타버린 사랑’, 박범훈의 ‘배 띄워라’ 등 익숙한 국악가요 히트곡을 대규모 국악관현악 편성으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80년대 이후 창작된 ‘아버지의 노래’ ‘가시버시 사랑’도 만날 수 있다. 국악가요가 시대마다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됐는지 확인할 기회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02-2280-4114)

가무악극 ‘처용, 바다를 건너다’, 10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려

‘처용, 바다를 건너다’ 포스터. 이미지 아우프윈드.

한국과 일본의 전통 신화적 존재들이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남산국악당에서 한 무대에 선다. ‘처용, 바다를 건너다’는 한국의 처용, 일본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설 속 하고로모의 천녀를 오늘의 시공간에 불러내어, 인간과 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식(儀式)으로 재현한다. 

이 작품에서 가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신화적 정체성의 상징이며, 배우가 가면을 쓰는 순간 신적 존재의 위상과 정서가 현재로 소환된다. 처용무의 역동적인 춤사위, 오키나의 절제된 동작, 하고로모의 유려한 춤은 각자의 형식과 상징을 지니고 무대 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관객은 그 여정을 통해 기억과 치유, 공동체적 위로라는 메시지를 체험하게 된다.

공연은 시인 김언희의 시 ‘트렁크’에서 출발한다. 트렁크 속에 담긴 ‘반송된 기억과 감정’은 곧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무게이자 반복되는 인간사의 상처를 은유한다. 이를 토대로 세대와 민족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전통 예술 형식이 가진 깊은 울림을 무대에서 재구성한다. 

이번 무대는 독일 작곡가 세바스티안 클라렌(Sebastian Claren)이 새롭게 작곡한 신작 ‘Trunk’(2025)로 막을 연다. 이 작품은 한국과 일본의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공동창작 형태로, 기억과 상처의 서사를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이어서 한국의 전통 기악 레퍼토리인 ‘향당교주’, ‘세령산’, ‘삼현도드리’, ‘염불도드리’, ‘반염불’, ‘웃도드리’가 연주되며, 정악의 깊은 울림과 고유한 미학을 무대에 올린다. 

일본 측은 전통 연행과 현대 감각을 결합한 ‘산바소(三番叟)’와 ‘North to Nowhere’를 선보여 또 다른 시공간적 울림을 전한다. 또한 공연의 흐름 속에는 한국과 일본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창작한 특별한 작품이 배치돼, 두 문화가 서로를 비추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순간을 완성한다.

‘처용, 바다를 건너다’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개최되는 공연으로, 한국 초연은 2025년 10월 2일 남산국악당에서 진행되며, 일본 공연은 2026년 4월 도쿄 호쿠토피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연 예매는 인터파크 NOL 티켓에서 가능하며, 전석 3만원으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 아우프윈드(02-572-5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