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극사의 주요 작품을 한국 연출과 배우의 낭독극으로 만나다

국립극단, 한중연극교류협회 공동기획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2025-08-24     정유철 기자
'광인일기' 중국 공연 사진. 출처 리젠쥔(李建軍). 제공 국립극단

오는 9월 관객을 매료할 중국의 이야기들이 한국에 상륙한다.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과 한중연극교류협회(회장 홍영림)는 공동주최로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9월 3일부터 7일까지 중국 현대예술사와 연극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광인일기 狂人日記>, <현실동화 人間童話>, <날개 달린 두약 長翅膀的杜若>  3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중연극교류협회는 동아시아권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2018년부터 한국의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진행해 왔으며 2021년부터는 국립극단과 공동기획해왔다.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첫 막을 여는 작품은 <광인일기 狂人日記>(원작 루쉰, 각색 좡자윈, 번역 장희재, 연출 강훈구)다. 9월 3일과 4일 이틀간에 걸쳐 선보이는 작품은 중국 대문호 루쉰(魯迅)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 『광인일기』는 중국 신문학혁명을 태동한 주역 중 하나이자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다. 중국 현대 연극의 독창성을 더하고 실험적 시도를 시도하여 국제연극제 등지에서 주목받는 좡자윈(莊稼昀)이 각색했다.

피해망상증 환자 ‘광인’은 경전 속에서 “식인”이라는 두 글자를 발견하고 자기 형제가 식인의 무리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사람을 먹는 형제와 식인 무리를 저지해 보려고 하지만 결국 자신 또한 식인 행위에 동참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광인일기>의 원작 소설이 피해망상증 환자의 이야기로 중국의 봉건제도와 구습을 비판한다면, 소설 출간 후 백여 년이 흐른 지금 연극은 다시 무대로 광인을 소환하여 동시대가 가진 사회적 제약들에 또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 현실동화' 중국 공연 사진. 출처 하이뎬란웨이(海淀闌尾) 제공 국립극단

<광인일기>에 이어 <현실동화 人間童話>(작 양샤오쉐, 번역 김이삭·김우석, 연출 심지후)가 중국 우수 희곡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9월 5일부터 6일까지 2회차 진행하는 공연은 결혼을 앞둔 연인이 보석 가게에서 겪은 다툼을 계기로 내면세계를 항해하는 환상 경험을 주제로 한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침잠한 우화적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사적 상상력과 극작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현실동화>의 극작가 양샤오쉐(楊小雪)는 중국 난징대학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면서 서구 현대극의 자율성과 실험정신을 중국 연극계에 더하고 예술의 폐쇄성을 타파하는 인물이다. <현실동화>는 2016년 베이징인민예술극단이 초연했다. 한국 낭독공연에서는 심지후가 <현실동화>의 연출을 맡는다.

중국 현지에서 2023년 초연한 따끈한 신작이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날개 달린 두약 長翅膀的杜若>(작 구레이, 번역 김우석, 연출 김수희)은 9월 6일과 7일에 두 차례 만나볼 수 있다. 극작가 구레이(顧雷)가 집필한 <물이 흘러내린다 水流下來>의 연작으로 <물이 흘러내린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면 <날개 달린 두약>은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다. 지난 작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사나운 맹수처럼 서로를 물어뜯었듯이 모친과 아들의 사이도 만만치 않다. 상대방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공격하고 가혹하게 후벼 판다.

다만 <날개 달린 두약>에서는 전작과 달리 작품의 초점을 인물 관계나 갈등 구조에 두지 않는다. 어머니 ‘방두약’이라는 인물 자체를 중심에 둠으로써 중국뿐만 아니라 보편적 사회 구조가 가진 여성으로서의 고정된 역할론을 조명한다.

각 공연의 첫 회차 종료 후에는 공연의 연출가와 번역가, 배우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모든 공연은 전석 1만 원.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