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조기 진단이 결정짓는다… 무증상일 때부터 관리 필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자리 잡았다. 기억력 저하부터 시작해 판단력, 언어 능력,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치매는 환자 본인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주변 가족에게도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안긴다.
흔히 치매를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병’쯤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본격적인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치료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한 번 악화되기 시작한 인지 기능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는 조기 진단과 예방이 핵심이다.
치매는 특정 질환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판단력,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 전반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이 질환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며 서서히 진행되는데, 초기에는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이후 방향 감각이 흐려지고, 더 진행되면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식사·옷 입기 같은 일상생활마저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런 뇌 속 변화가 실제 증상이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뇌 안에서는 서서히 기능이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 결국 치매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증상이 나타난 후’가 아니라 ‘전혀 없을 때’부터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대응하는 데 있다.
치매 검사는 단순한 기억력 체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지 기능 저하가 반드시 알츠하이머병 때문만은 아니며,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특정 약물의 영향처럼 비교적 쉽게 회복 가능한 원인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를 통해 뇌 기능을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신경과에서는 초기 면담과 신체검사를 시작으로, 기억력·주의력·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 전반을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한다. 뇌 구조를 확인하는 영상 검사, 필요 시 혈액 검사와 특수 인지 평가 등을 통해 단순한 노화인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감별한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선별검사도 도입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도 상태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검진 시스템은 단순한 진단을 넘어, 향후 질환의 진행 속도를 가늠하고 맞춤형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번의 검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어떤 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할지, 약물이 필요한지, 가족력이 있다면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까지 전문가의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치매 검진은 단순히 증상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게 아니라, 향후 인지 기능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과정이다. 특히 65세 이상, 가족력이나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방향을 잡아야 한다.
글: 미사 연세나은신경과 이현정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