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SEOUL 2025,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 Reverse Cabinet》 개최
한국 윤율리·일본 이와타 토모야, 동시대 주목받는 큐레이터의 문화적 교감 한·일 동시대 작가 6인이 풀어내는 ‘수집과 진열’의 해석
오는 9월 3일(수) 개막하는 Kiaf SEOUL 2025에서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이 진행된다. 한·일 양국의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시점에 한자리에 모여, ‘수집’과 ‘진열’이라는 예술의 근본적인 형식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Kiaf SEOUL은 현대미술의 가치 체계와 자본 체계가 충돌하고 얽히는 역동적인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미술은 관조나 감상의 대상일 뿐 아니라 창작과 소유, 해석과 유통을 망라한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평가받고 재구성된다. 이러한 아트페어의 특수성을 반영한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은 예술의 방법론이자 형식으로서의 ‘수집’과 ‘진열’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주요 담론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해 온 한국의 윤율리 큐레이터(일민미술관 학예실장)와 전시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일본의 이와타 토모야(Tomoya Iwata) 큐레이터(The 5th Floor 디렉터)가 공동 기획했다. 참여 작가는 한국의 돈선필, 정금형, 염지혜, 오가영과 일본의 다케무라 케이(Kei Takemura), 다카하시 센(Sen Takahashi) 총 6인이다.
윤율리 큐레이터는 “미술사는 수집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고, 전시는 그것을 진열하는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수집과 진열은 미술의 가장 근본적인 성질과 맞닿아 있다”라며 “Kiaf SEOUL은 다양한 미술계 참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기 다른 관점으로 미술의 가치를 형성해 나가는 매력이 있다. 이 안에서 모두가 일종의 공모자이자 협력자로 기능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컬렉터-관객’이라는 전통적인 삼각 구도를 새롭게 재구성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타 토모야 큐레이터는 “한국과 일본은 얼핏 보면 아주 다른 듯하지만 일정 부분 공유하는 문화적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작가는 통상적인 아트페어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가들로, ‘수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각자의 세계관을 드러낸다는 점이 주요 선정 기준이었다. 이들이 ‘수집과 진열’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바탕으로 각자의 문화적 맥락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 주목해 주기 바라며, 이를 통해 동시대 예술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한국 작가 돈선필은 피규어, 굿즈 등을 수집하고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의 긴밀한 관계성을 탐구해 왔다. 〈포트레이트 피스트 Portrait Fist〉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발견되는 ‘얼굴’ 이미지, 극도로 도식화된 캐릭터(Kyara)의 얼굴에 주목해 그것이 개인의 정체성이나 성격을 어떻게 압축적으로 전달하는지를 살핀다.
정금형은 기계, 인형, 일상적 사물을 자신의 신체와 결합하여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해 왔다. 〈컨디션 체크 Condition Check〉와 같은 전작은 미술관 수장고를 주제로 사물이 보존 및 관리되는 방식, 제도적으로 일반화된 유통-소유의 메커니즘을 탐구했다.
염지혜는 신화와 과학 같은 ‘거대한 서사’로부터 영감을 얻고 파편을 추출해 비디오와 영상 설치로 풀어내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분홍돌고래와의 하룻밤 A Night with a Pink Dolphin〉은 아마존에서 마주한 분홍돌고래를 계기로, 돌고래에 얽힌 전설과 식민의 역사, 생명 종의 소비 방식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오가영은 디지털 이미지를 수집해 사진-조각 형태로 전환하며, 이미지가 신체 감각에 개입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 재구성한 〈해프 스티키 Half Sticky〉 연작은 도시에서 수집한 자연의 파편을 전시 공간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사진은 임시 구조물과 결합해 입체적 설치로 확장된다.
일본의 두 작가 다케무라 케이와 다카하시 센은 수집과 진열의 근본적 의미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탐구한다. 다케무라 케이는 파손된 일상 사물과 조각을 수집해 비단실로 꿰매고 감싸며, 사물의 기억과 흔적을 섬세하게 보존해 왔다. 그의 진열장은 기능이나 형태보다 망각의 경계를 넘는 촉각적 감각을 환기한다. 청동 조각 보존·수복 전문가였던 다카하시 센은 사물의 소멸을 개념적으로 수집·진열하며, 시간에 따라 부패·소멸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부패하는 컬렉션’은 진열장이 품은 영원의 환상을 되묻는다.
관객은 작가들이 저마다 구축한 ‘뒤집힌’ 컬렉션 사이를 거닐며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경험하고 나아가 그것을 또 다른 수집과 진열로 확장해 볼 수 있을 것이다. Kiaf SEOUL 2025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은 9월 3일(수)부터 7일(일)까지 페어 기간 코엑스 A, B홀과 그랜드볼룸까지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