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 중견 작가의 색다른 제주 자연 표현, 제2회 초록동색展 《똑같은 초록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서 7월 19일 ~ 24일 개최

2025-07-17     정유철 기자
강부언, 삼무일기-하모니2, 2025, 캔버스 위에 수묵, 혼합 기법, 50X120cm. 이미지 초록동색

제주에서 활동하는 중견 작가 다섯 명이 다섯 개의 ‘제주 자연’을 그려냈다. 초록동색 회원 강부언, 김용주, 박성진, 백성원, 현민자 작가가 그들이다.

草綠同色은 草色(풀빛)과 綠色(녹색)은 같은 색이라는 뜻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모인 단체. 이들은 해마다 1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할 만큼 열정적이다. 단체명이 초록동색이지만 이들 작품 세계에서의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풀색은 풀색이고 녹색은 녹색일 뿐이다. 작가마다 주제를 선택하고 자연을 재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는 7월 19일(토)부터 7월 24일(목)까지 제2회 초록동색展 《똑같은 초록은 없다》를 개최한다.

강부언, 삼무일기-하모니3, 2025, 캔버스 위에 수묵, 혼합기법, 70x160cm. 이미지 초록동색

이번 전시에서 강부언 작가의 三無日記, 김용주 작가의 예감, 박성진 작가의 숲, 백성원 작가의 소나무가 보이는 풍경, 현민자 작가의 Forest 등 제주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강부언 작가는 제주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그날의 상을 그림에 반영한다는 뜻의 삼무일기를 담담하게 표현한다.

“제주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그날의 상을 그림에 반영한다는 뜻의 삼무일기를 매일 새벽에 작업한다.
어느 날 건강 회복차 새벽 3시에 삼양 검은 모래 해변에서 어싱(earthing)을 하며 매일 보는 것이 저 멀리 바다 집어등 불빛이다.

저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바로 여기에서 삶의 조화로움을 느낀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버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나의 삶의 태도에 따라서 세상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강부언 ‘작가 노트’)

김용주, 어디로 가지,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130.3x162.2cm. 이미지 초록동색

김용주 작가는 바다와 새,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고요한 감정의 결을 담아낸 회화 작업으로 구성된다. 화면 위에 등장하는 새들은 단순한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존재로 자리잡는다.

“나는 늘 바다를 그려왔다.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위에 새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형체들이 바위에 앉고, 물 위를 가르고, 서로를 향하거나 등지며 움직이는 그 장면들.
그것은 풍경이라기보다 감정의 지도에 가까웠다.
함께 있지만 외롭고, 혼자지만 안심되는 그런 마음의 결을 닮아 있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새들을 단순히 그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고, 그들도 내게 말을 건넸다.
"너희들 무사하구나.", "어디로 가지?", "오늘 우리 뭐할까?"
그림 속 새들은 내 마음 안에서 나와 대화하는 또 다른 나였고,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문장이 되었다.

김용주, 예감, 2025, 캔버스에 아크릴, 130.3x193.9cm. 이미지 초록동색

제목을 붙이는 과정은 마치 그 대화에 이름을 주는 일 같았다.
〈예감〉이라는 한 장면에서는 다가올 바람을 직감했고,
〈어디로 가지?〉,〈난 괜찮아, 오늘 좋아〉에서는 혼자인 채로도 평온할 수 있는 시간들을,〈이런 날도 좋더라〉에서는 어두워지는 시간 속 작은 평화를,
〈오늘 우리 뭐할까?〉에서는 무심한 말 속에 담긴 일상의 기쁨을 떠올렸다.

그림을 그리고, 제목을 붙이고, 그 감정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나는 다시 내 그림을 읽었다.
이번 작업은 조용한 대화의 결과물이다.
나와 그림,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존재들 사이의 느린 응답들.
그 응답이 이 전시를 찾아온 이들에게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란다.”(김용주 ‘작가 노트’)

박성진, 숲1 2025, 2025, Acrylic on Canvas, 80.3x116.7cm. 이미지 초록동색

박성진 작가가 그리는 숲의 세계는 그 나름의 질서와 존재의 생존방식을 가지고 공생한다. 이러한 복잡하고 난해한 숲을 청색, 녹색 등의 단색을 주조색으로 숲의 공간과 깊이를 창출하여 이미지의 통일을 구축한다.

“숲의 세계는 그 나름의 질서와 존재의 생존방식을 가지고 공생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난해한 숲을 청색, 녹색 등의 단색을 주조색으로 숲의 공간과 깊이를 창출하여 이미지의 통일을 구축하였다. 또한, 아크릴 컬러의 투명과 불투명의 효과를 적절히 사용하여 화면의 담백함을 표현하였다.

아침 햇살이 숲속의 깊이와 공간 사이로 스며들어 안식과 힐링의 숲의 바다를 유영한다.
나의 화두에서 숲은 생명이며 상생의 안식처이다.
긴 호흡으로 숲의 향기를 들어 마신다....
생명의 숲으로서 자연치유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박성진 ‘작가 노트’)

박성진,숲2 2025, 2025, Acrylic on Canvas, 53x72.7cm. 이미지 초록동색

백성원 작가는 제주 자연 이미지에서 형상과 색채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의 기운을 웅장한 교향곡의 선율로 작곡하듯 화면을 지휘하고 연주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린다.

“자연의 원초적인 순수함과 풍요로운 생명력을 회화로 시각화해서 자본화, 파편화되어 가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현대사회에서 존재가치를 위협받고 있는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감동과 평안, 힐링의 감정을 전달하려고 한다. 제주 자연 이미지에서 형상과 색채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의 기운을 웅장한 교향곡의 선율로 작곡하듯 화면을 지휘하고 연주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다.

백성원, 닭머르 해변, 2025, Oil, Acrylic on canvas, 65.1x90.9cm. 이미지 초록동색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인상을 포착함과 동시에 연속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 본연의 생명력을 점묘법의 터치로 수많은 물감의 적층과 붓질의 중첩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화면에 물감을 쌓고 흩트리고 또 쌓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신비롭고 근원적인 것들을 회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백성원 ‘작가 노트’)

백성원, 소나무가 보이는 풍경, 2025, Oil, Acrylic on Canvas, 112.1x193.9cm. 이미지 초록동색

현민자 작가는 단단한 형상보다는 흐르는 결을, 분명한 윤곽보다는 스며드는 감각을 따라 그린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생명의 인연을 어루만지며 피어난 ‘숲’을 그린다.

현민자, Forest-01, 2025, 캔버스에 아크릴, 73x91cm. 이미지 초록동색

“나라는 존재는
수천 겹의 관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이야기이다.
내 안에는 내가 아닌 모든 것들이 있다.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지 않지만
나를 지탱해 주는 시간들, 사람들, 기억들,
바람과 햇살과 별빛까지
나는 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모든 숨결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흐르고
하나의 호흡엔 온 우주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단단한 형상보다는 흐르는 결을
분명한 윤곽보다는 스며드는 감각을
따라 그린다.
내 작품 속 숲은 실경이 아니다.
그것은 뿌리처럼 얽히고, 안개처럼 겹쳐진
인연의 맥락이며, 사라지듯 남겨진
존재의 흔적들이다.
나의 붓끝은
보이지 않는 생명의 인연을 어루만지며
피어난 '숲'을 그리고 있다.”(현민자 ‘작가 노트’)

현민자, Forest-02, 2025, 캔버스에 아크릴, 65x91cm. 이미지 초록동색

제2회 초록동색展 《똑같은 초록은 없다》는 7월 19일 오후 3시에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