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단 리뷰] 무너지지 않는 리더의 조건, ‘리더는 왜 무너지는가’
말문을 여는 리더의 질문은 특별하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너무 멋진 말, 정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팀을 더 조용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묻느냐보다 어떻게 묻고 어떤 태도로 기다리는가에 있다.
어떤 말이 침묵을 깨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말이 팀에게
‘지금 말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왜 무너지는가』中
말문을 여는 리더의 질문은 특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질문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떻게 던져지는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것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팀은 입을 닫는다.
신간『리더는 왜 무너지는가』의 이 문장은 오늘날 리더십의 핵심을 꿰뚫는다. 조직의 실패는 단지 전략의 오류 때문만은 아니다. 리더가 만든 ‘말해도 괜찮은 분위기’의 부재가 조직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진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리더십은 기술이자 분위기이고, 그 중심에는 ‘묻고 기다릴 줄 아는 리더’가 있다.
책은 단순히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묻는 내용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리더는 무너지는가?” 성공 이전에 존재하는 실패의 조건들, 그리고 그것을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는 리더십의 구조를 이 책은 해부하듯 제시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조직 내 리더십 붕괴 사건 이후, 우리는 성공의 기술보다 ‘실패하지 않는 리더십’의 조건을 먼저 짚어야 할 필요성 앞에 서 있다. 겉보기에 성과가 유지되는 조직도 그 내부에선 천천히 균열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저자 서장원은 이 점을 간파하며, 리더십의 붕괴를 예고하는 ‘6가지 리스크’를 제시한다.
책을 아우르는 주제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인적 신뢰, 의사결정, 평판, 전략 실행, 윤리 감각이라는 여섯 개의 리더십 리스크다. 각 장마다 실제 리더들이 경험한 실패 사례와 구체적 진단 질문, 실천 가능한 행동 지침들이 수록되어 있다. 말로는 누구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 책은 리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팀이 말하기 시작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부록에 실린 ‘팀 코칭 가이드’는 리더 개인을 넘어, 팀 차원에서 이 리스크들을 점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현장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췄다.
『리더는 왜 무너지는가』는 성공의 전략보다 ‘붕괴를 피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것은 기존 리더십 서적과 다른 점이며, 동시에 이 책이 단단한 울림을 가지는 이유다. 오늘날의 리더는 단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구조를 세심히 보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십의 역할은 ‘끌고 나가는 힘’보다도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힘’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이 책은 리더에게 실패를 막는 전략서이자 리더십 회복 매뉴얼로 기능한다.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 책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우리는 이미 ‘카리스마 리더십’의 시대를 지나왔다. 권위적이고 일방향적인 리더십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신 ‘묻고 듣는 태도’, ‘함께 결정하는 자세’, ‘윤리적 일관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러한 이상적인 태도조차, 준비 없이 시도되면 곧장 실패로 이어진다. 바로 그 준비의 구체적 방법을 『리더는 왜 무너지는가』는 제시한다. 이 책은 리더 개인의 변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 사회 조직 문화 전반의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한 권의 텍스트다. 성공을 말하기 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한 리더의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할 때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첫 장을 여는 데 충분한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