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의 삶에서 세계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깊게 사유한 존재의 의미

송희수 시집 “밤마다 솔숲에 가는 이유”(등대지기 간)

2025-06-25     정유철 기자
송희수 시인

2021년 등단한 송희수 시인이 2022년 첫 시집 《갈대는 울 아부지다》를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시집《밤마다 솔숲에 가는 이유》(등대지기, 2025)를 냈다. 등단 4년 만에 두 권의 시집을 낼 만큼 작품을 많이 썼다.

송 시인은 이렇게 부지런히 시를 쓰는 이유를 “시인의 말”에서 털어놓았다. 학창 시절 문학도를 꿈꾸었으나 극심한 가난으로 좋아하던 길을 벗어나야 했던 시인은 지금은 “절대적인 빈곤으로부터 웬만큼 탈피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배고프고 목말라 한다.” 그래서 시인은 “자정 이후나 새벽녘까지 버려진 묵정밭이나 사막을 헤매다가 책상 앞에 앉아 턱을 괴거나 자판을 두들기며 뒤늦게 시를 쓰는 버릇이 몸에 뱄고 그런 내 모습이 좋아 살아가면서 겪고 느낀 시적 대상에 대한 숱한 상념들을 지면에 옮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이 새벽에도 다짐해본다.” 이렇게 시인은 세 번째, 네 번째... 시집을 엮고 있다.

시인은 유년시절부터 60년이 지난 현재의 삶까지 다양하게 시를 통해 우리를 끌어들인다. 시인의 초대에 우리는 전남 여수와 고흥 사이의 여자만으로, 도초섬으로 모란장으로, 서해안으로 남한산성으로 그리고 멀리 튀르키예로 여정을 함께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시인과 함께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엄마, 동지섣달 그믐에 결혼한 하나밖에 없는 누이, 천일염을 생산하는 일에 바빴던 아버지, “손바닥만 한 집터와 몇 평 되지 않은 밭뙈기라도 있으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거라 울부짖던 아버지”, 그리고...나이 서른을 갓 념겨 결혼한 딸, 딸 아이의 아이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이렇듯 시인은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삶을 시로 하나하나 엮어놓는다. 그러나 지난했던 유년시절을 한탄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또한 그 시절을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나로 돌아온다. 또한 자신에게만 함몰되지 않는다. 그래서 허형만 시인(목포대 명예교수)가 해설문 “존재에 대한 깊은 사색과 본질적인 시 쓰기”에서 “송희수 시인은 어릴 적 기억을 통해 오늘의 삶을 들여다보고 세계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깊은 사유의 폭으로 존재의 의미를 살펴본다”라며 “송희수 시인의 사색은 자아실현의 획득을 위한 본질적인 시 쓰기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라고 한 것이다.

송희수 시집 "밤마다 솔숲에 가는 이유"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허형만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시 쓰기 작업”이라고 송희수 시인의 시 쓰기라고 이름지었다.

송희수 시인의 자아와 세계, 자아와 우주와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시 쓰기 작업은 “뻘 속에 빠져 어찌할 수도 없는/ 이 세상 곤욕스러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뻘 속에 빠져」)하는 심리적 자각과 “몇 날 며칠째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르는/ 깜깜한 밤에도 떠오른 생각들로 인해/집에 돌아와 싸다만 짐꾸러미에/ 목적지를 적고/ 망설이고만 있는 나”((「지금은 이별 연습 중」), 그리고 “방파제에 걸터앉아/ 지나치는 생각들이나 꺼내놓고/ 날이면 날마다 꿰맞춰 보고”(「방파제에 걸터앉아」) 있는 내면 의식에서 잘 드러난다.(허형만 시인 “해설문” 중)

송희수 시인의 시들은 유년 시절의 기억, 주변에 있는 것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소재로 하지만,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육십사 년의 삶이 농축된 시들은 완숙하고 융숭하다. 이는 시인이 “깊은 사유의 폭으로 존재의 의미를 살펴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숨에 읽고 덮어둘 시집이 아니다. 강렬한 힘이 우리를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가볍고 언어의 유희같은 글이 넘치는 때인지라 송희수 시인의 시들이 더욱 다르게 보인다.

송희수 시인은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였다. 개인택시 조합과 연합회 공제조합에서 33년을 재직하였다. 가천대학교 시 창작반과 율동시회 시 창작 과정에서 6년째 수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