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청자 기름병‧숫돌, 평범해서 소외되었던 해양유물 다시 조명

내년 6월 5일까지 태안해양유물전시관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 전(展)

2024-11-05     강나리 기자
태안 앞바다에서 출수한 해양유물 중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매력있는 유물들을 전시하는 특별전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 전시가 11월 5일부터 내년 6월 5일까지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린다. 사진 국가유산청.

서해안 태안 앞바다가 ‘바다의 경주’로 불리게 된 건 2007년 푸른 청자 접시를 안고 올라온 주꾸미로부터 시작되었다. 깊은 바다 아래 잠자던 고려의 선박이 인양되면서 청자 매병, 두꺼비 벼루, 사자 향로 등 뛰어난 유물들이 조명받았다.

크고 화려한 유물들이 조명받는 사이 작은 청자 기름병, 무늬 없는 접시, 숫돌처럼 작고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도 매력 있는 유물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1월 5일부터 내년 6월 5일까지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기획테마전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를 열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유물 60여 점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총 5개 공간으로 나뉜다. 첫 공간은 주요 유물 위주로 이뤄졌던 기존 전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진열대의 높낮이 등을 통해 보물과 파편 유물의 대비를 극대화해 기존 전시에서 파편 유물이 소비된 방식을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마도 4호선에서 출수한 숫돌들. 사진 국가유산청.

‘재질’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공간은 소장 유물 35,000여 점 중 85%를 차지하는 도자기류 2만여 점을 제외한 여러 재질 중 돌과 금속, 골각(뼈) 3가지 재질을 선정해 전시했다. 마도 4호선에서 나온 숫돌을 비롯해 각 재질별 대표 유물을 통해 서해중부해역에서 수중 발굴된 유물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 두 번째 공간에서 전시되는 통일신라시대 철제 솥과 고려시대 묵서명 장기돌. 사진 국가유산청 리플렛 갈무리.

‘평범’을 주제로 한 세 번째 공간은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유물들을 집중해 살펴봄으로써 평범함의 소중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공간이다.

‘형태’를 주제로 한 네 번째 공간은 형태가 온전하지 않아도 모든 유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청자상감유로문대점’ 등 도자기 파편 속에 잠들어있는 문양을 영상 그래픽으로 구현하고, ‘청자상감초문매병편’ 등 관람객이 파편을 통해 그 원형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청자 사자형 뚜껑향로의 앞(왼쪽)과 뒤(오른쪽). 관람객의 관점을 새롭게 하는 전시가 다섯 번째 공간에서 펼쳐진다. 사진 국가유산청.

‘관점’을 주제로 한 마지막 공간은 다양한 전시에서 선보인 보물들을 새로운 전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일례로 ‘청자 사자모양 뚜껑 향로’의 뒷면에서 그동안 볼 수 없던 유물의 새로운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유물 뒤에 숨겨져 있던 제작 과정의 흔적이나 유물을 관리하는 전시관 사람들의 노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한편, 전시실 곳곳에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자기 존중의 메시지를 작성하거나 유물 엽서에 나만의 유물 이름을 지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남들과 조금 달라도, 혹은 평범해도 괜찮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