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청자 기름병‧숫돌, 평범해서 소외되었던 해양유물 다시 조명
내년 6월 5일까지 태안해양유물전시관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 전(展)
서해안 태안 앞바다가 ‘바다의 경주’로 불리게 된 건 2007년 푸른 청자 접시를 안고 올라온 주꾸미로부터 시작되었다. 깊은 바다 아래 잠자던 고려의 선박이 인양되면서 청자 매병, 두꺼비 벼루, 사자 향로 등 뛰어난 유물들이 조명받았다.
크고 화려한 유물들이 조명받는 사이 작은 청자 기름병, 무늬 없는 접시, 숫돌처럼 작고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도 매력 있는 유물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1월 5일부터 내년 6월 5일까지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기획테마전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를 열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유물 60여 점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총 5개 공간으로 나뉜다. 첫 공간은 주요 유물 위주로 이뤄졌던 기존 전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진열대의 높낮이 등을 통해 보물과 파편 유물의 대비를 극대화해 기존 전시에서 파편 유물이 소비된 방식을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재질’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공간은 소장 유물 35,000여 점 중 85%를 차지하는 도자기류 2만여 점을 제외한 여러 재질 중 돌과 금속, 골각(뼈) 3가지 재질을 선정해 전시했다. 마도 4호선에서 나온 숫돌을 비롯해 각 재질별 대표 유물을 통해 서해중부해역에서 수중 발굴된 유물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평범’을 주제로 한 세 번째 공간은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유물들을 집중해 살펴봄으로써 평범함의 소중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공간이다.
‘형태’를 주제로 한 네 번째 공간은 형태가 온전하지 않아도 모든 유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청자상감유로문대점’ 등 도자기 파편 속에 잠들어있는 문양을 영상 그래픽으로 구현하고, ‘청자상감초문매병편’ 등 관람객이 파편을 통해 그 원형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관점’을 주제로 한 마지막 공간은 다양한 전시에서 선보인 보물들을 새로운 전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일례로 ‘청자 사자모양 뚜껑 향로’의 뒷면에서 그동안 볼 수 없던 유물의 새로운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유물 뒤에 숨겨져 있던 제작 과정의 흔적이나 유물을 관리하는 전시관 사람들의 노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한편, 전시실 곳곳에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자기 존중의 메시지를 작성하거나 유물 엽서에 나만의 유물 이름을 지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남들과 조금 달라도, 혹은 평범해도 괜찮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