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하며 홍익정신을 문화예술로 전한다
2019경주세계문화엑스포 천신무예예술단 인터뷰
지난 2일과 3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백결공연장에서는 천신무예예술단의 ‘화랑찬가’공연이 4차례 무대에 올랐다. 강인하고 용맹한 화랑정신과 함께 청소년 교육의 미래를 조명한 공연은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에서 주인공 함 화랑을 맡은 함대건(39세, 수석트레이너) 씨는 “경주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신라시대 화랑을 모티브로 해서 홍익정신을 표현했다.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정신은 화랑도, 풍류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이어졌다. 화랑도 홍익정신을 전하는 집단이었기에 용맹한 화랑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 공연은 고정된 틀에 매이지 않고 장소와 환경에 맞게 노래와 춤, 무예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홍익정신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정신적 유산인 홍익정신을 문화와 예술을 통해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전하는 게 천신무예예술단의 목표”라며 “학교 문제 뿐 아니라 현재 인류가 겪는 갈등과 대립, 분열의 문제를 전환해 상생과 화합으로 하나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대중과 소통하려 한다. 많은 사람을 깨우고자 퍼포먼스로 다양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예술단 내에서 단원들에게 무예 기공과 군무 등 마샬아트 부문을 지도하는 함대건 씨는 “트레이닝을 할 때 ‘몸은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동작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철학과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무술을 뛰어넘는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고 했다.
그는 “천신무예예술단은 자유학년제 벤자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성인으로 구성되어 현재 22명이다. 오디션을 통해 더 많은 단원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연에서 화랑과 학생 역을 맡아 열연한 김윤성(20세) 군은 국내 최초 고교자유학년제 벤자민학교 3기 졸업했다고 한다. “17살 때 자유학년제를 선택해 학교라는 틀에서 해보지 못했던 많은 체험을 했다. 자전거 종주와 직업체험,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댁까지 트래킹도 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찾다가 벤자민학교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강연 및 예술공연팀 ‘앙코르’에서 활동하면서 제 길을 찾았다. 청년들이 시나리오를 짜고 대관하고 준비해서 무대에 올린 창작뮤지컬 ‘한울’에서 고조선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을 맡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고향 안동을 떠나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도움 없이 자립하고 싶어서 경기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래 레슨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요즘 학생들이 처한 학교폭력, 자살 등 문제를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공연 연습을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기공이었다. 동작이나 동선, 보법(步法) 등이 낯설어 어려웠는데, 트레이너들께서 친절하게 알려주고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어 성장할 수 있었다. 전에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감기가 잘 걸리는 체질이었는데, 천신무예 기공을 하면서 몸 상태를 금방 점검할 수 있게 되고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화랑과 어우동, 학생 역을 맡은 이보라(24세) 단원은 예술대학교 뮤지컬과를 다니다 천신무예예술단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교에서 원하는 예술을 할 수 없었다. 공연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하고 영혼의 떨림이 있기를 바랐는데, 어느새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과 경쟁의식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럴수록 진짜 내 목소리, 진짜 하고 싶은 몸짓도 하지 못하고 피폐해졌다.”며 “천신무예예술단에서는 홍익정신을 전하기 위해 공연을 한다. 공연이 목적이 아니고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을지 집중하면서 표정도 밝아지고, 에너지도 더욱 더 나오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보라 씨는 “예전에는 무대가 스트레스였다면 지금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고 그 속에서 행복하다.”며 “앞으로 뉴질랜드 마오리족이나 하와이 원주민 청년들과 그들의 평화정신, 우리의 홍익정신으로 어우러지는 공연을 하는 게 목표이다.”라고 했다.
그는 “공연 중 학생들의 문제를 다뤘다. 나도 예술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늘 등수로 비교당하는 게 익숙했다.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내 친구나 학생들을 보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공부하고,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경쟁한다. 본인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그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라 씨는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하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사회에서도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며 “온 사람들이 함께 청소년을 키웠으면 한다. 부모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이 아이가 지구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인재’라는 시선으로 어떻게 하면 잘 성장할지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천신무예예술단은 오는 11월 23일과 24일 열리는 국제국학기공대회의 개막공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