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늘 피곤한 아빠, TV드라마에 모든 감정을 이입하며 드라마와 하나 되는 엄마, 인터넷과 게임으로 점점 혼자가 되는 아이. 오늘날 한국 가정에서 쉽게 펼쳐지는 장면이다.

#1 게임중독 아이 - 인터넷 게임중독자와 마약중독자의 뇌구조는 비슷

지난 12월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팀은 “인터넷 게임중독자와 마약중독자가 유사한 뇌구조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상은 교수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법을 이용해, 인터넷 게임 중독 척도에 따른 성인 인터넷게임 정상사용자 9명과 과다사용자 11명의 안정 상태의 대뇌 포도당 대사 및 충동성을 비교 측정했는데, 인터넷 게임 과다사용자는 정상사용자보다 높은 충동성을 나타내 보였으며, 인터넷 게임 과다사용자는 정상 사용자에 비해 오른쪽 안와 전두피질과 왼쪽 미상핵, 그리고 오른쪽 도회에서 높은 대뇌 활동성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김상은 교수는 “높은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안와전두피질은 마약, 즉 코카인 중독자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인터넷 게임 과다사용자와 코카인 중독자는 유사한 대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대부분은 접속하지 않을 때 심리적으로 매우 초조함을 느끼는 등 약물 중독과 유사한 의존, 금단, 폭력, 내성 증상이 나타낸다.

#2 드라마에 빠진 엄마와 늘 피곤한 아빠 - 미러뉴런(Mirror Neuron)의 메카니즘

엄마는 TV드라마 속 배우들을 보며 울고, 웃으며 감정이 요동친다. 연인이 헤어지는 장면을 보며 마치 자신이 헤어진 듯이 힘들어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아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피곤함에 몸을 뒤척인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지아코모 리촐라티 교수 연구팀은 원숭이의 행동에 따른 뉴런의 반응을 관찰하던 중 투명 칸막이로 가로막힌 원숭이가 먹이를 집을 수 없었는데도 연구원이 먹이를 집어 들자 직접 먹이를 잡아챌 때 반응했던 뉴런이 똑같은 반응을 보임을 관찰했다.

미러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나의 뇌 속에 그 행동과 관련된 부분들을 활성화 시킨다. 즉 실제로 행동 하지 않아도 뇌 속에서는 그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최근 뇌과학계에서 주목받는 ‘미러뉴런(mirro neuron)'의 발견이다. 감정이입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 이 미러뉴런으로 인해 엄마를 TV드라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하품을 하며 축 처져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괜스레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는 이유이기도 하다.

#3 서구의 ‘미러뉴런’, 선조들의 ‘심기혈정’의 원리를 활용한 ‘활공’

중요한 것은 서구과학이 밝혀낸 이 ‘미러뉴런’을 잘 활용하면 소통의 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미러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이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다. 즉, 감정이입과 ‘공감’의 매커니즘을 이끌어내는 작용을 한다. 상대방이 밝은 미소를 짓거나 활기찬 모습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본인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는 것도 ‘미러뉴런’의 효능이다. 자신의 모습이 곧바로 가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서구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가족간 소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나의 상태가 곧 가족의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뇌의 새로운 자각, 그것이 시작이다.

그럼, 좀 더 직접적인 소통의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을 선조들의 지혜 속에서 살펴보자.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선도에는 ‘심기혈정(心氣血精)’이란 원리가 있는데 바로 ‘마음이 있는 곳에 기가 있고 기가 있는 곳에 피가 흐르고 피가 있는 곳에 정이 있다’는 뜻이다. 즉, 정신과 육체 사이에 있는 ‘에너지’의 개념과 그 가치를 얘기하고 있다. 서구의학이 인체의 에너지 순환시스템을 ‘혈액순환’이라 표현하지만, 우리는 ‘기혈순환’이란 용어를 즐겨 쓰는 것도 동서양의 에너지 개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서구는 에너지를 물질적 개념으로 활용했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이를 하늘, 땅, 사람 사이에 소통하고 교류하는 차원에서 활용해 왔다. 이제는 이러한 선조들의 지혜를 생활 속에서 쓸 때이다.

이를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활공’이다. 마음을 내어 지친 아빠의 어깨를 두드리고, 주물러 보는 것은 어떨까. 몸을 두드리는 이 단순한 동작 속에 서구과학이 밝힌 뇌 속 ‘미러뉴런’과 선조들의 ‘심기혈정’의 원리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정신과 육체가 둘이 아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양의 지혜가 시간이 갈수록 보편화되어가는 시점이다. ‘소외’와 ‘소통’은 단어 하나의 차이이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천리길 보다 먼 거리이다. 마음이 어려우면 무턱대고 어깨라도 주물러 보면 어떨까. 몸이 움직이면 에너지가 따르고, 결국 마음도 변화한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믿고서 말이다.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