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천왕궁의 아베 스에마사 궁내청 악장보(왼쪽)와 홍윤기 교수(오른쪽)

일본 천황가의 제례의식 속에 남은 한국 천손 문화 일본 왕실은 도쿄 황거의 궁중 삼전에서 해마다 11월23일 초저녁에 왕실의 가라카미(韓神, 한신)라는 신 모시기 제사인 ‘니나메사이’(新嘗祭, 鎭魂の儀)를 거행하고 있다. 교토대학 사학과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 교수는 “일본 왕실 궁중 제사에서 모시는 한신(韓神)은 ‘백제신(百濟神)’”이라고 밝혔다.

이 한신은 일찌감치 5세기경에 일본왕실로 건너왔다고 고대 일본 역사 문헌인 <이요풍토기>(伊豫風土記, 8세기 전후 성립) 일문(逸文)에 다음처럼 전하고 있다. “미시마(御嶋, 三島, 함께 쓰는 섬이름, 필자주)에 계신 신의 어명(御名)은 오야마쓰미노카미이다. 일명 와다시대신(和多志大神)이시다. 이 신은 나니와(難波, 지금의 오사카, 필자주)의 닌토쿠(仁德)천황이 다카쓰노미야(高津宮) 왕궁에 계시던 어세(御世)에 왕실로 건너오셨다. 이 신께서는 구다라국(百濟國, 백제국)으로부터 건너오셔서 나니와쓰(難波津)의 미시마에 계시게 되었다.”

일본 고대왕실에서는 그 이후부터 백제신께 농사가 풍년들게 해준 것을 감사드리는 제사로서 ‘니나메사이’(新嘗祭, 鎭魂の儀)를 거행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필자가 지난 2002년 7월11일, 일본 도쿄의 황거(천황궁) 안의 제사 카구라당(祭祀神樂堂)에서 천황과 함께 진행하는 제관(祭官)인 아베 스에마사(安倍季昌) 궁내청 악장보로부터 직접 확인했다. 이 제사에서는 “축문인 ‘한신(韓神)’을 낭창하면서 제사 춤인 ‘한신 인장무(韓神 人長舞)’를 춘다.”고 했다. 이 축문에는 “오게 아지매 오오오오 오게(於介 阿知女 於於於於 於介)”하는 한국 고대어가 나오고 있다. 이 축문을 한국 현대어로 번역하자면 “오세요, 아주머니 여신이여, 오오오오 오세요.”가 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기자는 필자의 ‘일본 천황가 백제신 신상제 제사 연구’에 대해 취재하여 인터뷰 기사(2002. 3. 18. 영문판 및 한국어판, 2002. 3. 20. 일어판)를 실으면서 “일본왕실의 한신 제사에는 한국어 축문이 등장한다.”는 것도 밝혔다.

일본 왕실에서 편찬한 왕실 고문서에는 일본 왕실의 백제신 제사 뿐 아니라 신라신 제사도 밝혀져 있다. 서기 927년에 나온 왕실 법도책인 <연희식>(延喜式 총 50권)의 제1권 첫 대목은 사시제사(四時祭祀) 등을 다룬 [신기(神祇)] 편이다. 이 [신기]편에는 일본 왕실인 ‘궁내성에 모시는 신주(神主) 세분(宮內省坐神三座)’이 누구인가를 첫머리에 쓰고 있다. 여기에 보면 백제신 신주 두 분인 ‘한신 이좌(韓神 二座)’와 신라신 신주인 ‘원신 일좌(園神 一座)’가 밝혀져 있다.

일본 신화인 ‘3종의 신기(神器) ’는 한국 신화속 천부삼인을 본 뜬 것

‘한신’축문 연구의 권위자인 우스다 징고로(臼田甚五郞) 교수는 그의 저서 <카구라우타>에서 “한신 축문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오는 천황들에 대해 제사를 지내는 내용”이라고 하여 일본 천황들이 고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임을 축문 연구로써 밝혔다.

도쿄대학 사학과 이노우에 미쓰사다(井上光貞) 교수는 “백제 사신으로부터 칠지도(七支刀)를 전해 받은 왜왕 오진(應神)천황은 백제 왕족이며, 천황씨(天皇氏) 자체가 조선으로부터 건너온 일본 이주자였다.”고 했다. 와세다대학 사학과 미즈노 유(水野 祐) 교수도 “오진천황과 그의 아들 닌토쿠(仁德)천황은 백제국 왕가로부터 건너와 일본 정복왕조를 이루었다.”고 단정했다. 앞의 일본 고문서 <이요풍토기>의 내용을 일본의 현대 사학자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서기>(720년)에서도 보면 “신라의 천일창(天日槍) 왕자가 ‘곰신단(熊の神籬)’이며 옥과 칼, 양날 창, 청동거울 등 일곱 가지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모름지기 ‘곰신단’은 단군의 모친 웅녀신을 제사 모시는 신단(神壇)으로 보련다. 바로 이 곰신단은 일본 고대역사에서 나라땅 미와산(三輪山)의 대국주신(大國主神)의 사당(神宮)터전이 되었다. 일본의 저명한 사학자 이시와타리 신이치로(石渡信一郞) 는 “고대 일본의 개국신(開國神)의 하나인 대국주신은 백제신이다.”라고 하므로 우리 단군 국조의 개국 신화가 고대 일본으로 건너간 것임을 살피게 해주는 발자취다.

다수의 민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오랜 신화며 설화도 함께 옮겨간다. 그러기에 “고대 한국 신화가 고대 일본신화로 각색되었다.”는 일본 신화학자는 한둘이 아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대표적 민족학자 오카 마사오(岡正雄) 교수의 다음 같은 연구이다. “단군 신화를 보면 천신인 환인(桓因)이 아들 환웅(桓雄)에게 ‘3종의 보기’(寶器)를 주어 신단수 아래로 내려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게 했는데 한국 신화를 본 뜬 것이 일본 신화의 ‘3종의 신기’(神器)다.”라고 단정했다.

홍윤기 | 한국외대 (일본사회와 문화) 담당교수 현, 일본센슈대학 대학원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