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0년, 일본이 우리나라에 침략 기지를 세우면서 한국은 모든 방면에서 달라졌다. 일본인들은 강제로 대한국인의 생각까지도 바꾸었다. 이때 일본인들은 대한제국의 역사를 조작하여 대한제국사람들을 아주 피동적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대한국인의 역사적 활동범위를 한반도 구석으로 좁혀 놓고 말았다. 100년 전에 일본인들이 조작한 대한민국사로 100년 동안 만주지역의 역사는 ‘역사적 주인’이 없는 땅이 되었다.

중국은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만주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모든 역사를 중국역사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동북공정을 통해서 중국은 만주지역에 있었던 옛 한민족의 유적들을 자기들 멋대로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있다. 그 유적들이 누구에 의해서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는 따져보지도 않고 말이다.

중국은 나름대로 문화재 보호 정책을 펴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만주지역 역사유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제 개발논리를 앞세우며 귀중한 문화재들을 파괴하고 없애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곳이 환인과 집안 지역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그 많았던 유적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남아 있는 것도 일명 ‘보호 조치’라는 것을 했지만 역사적 고증 없이 변형시켜서 축조 당시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도 많이 있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우리 역사와 관련된 유적들은 모두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애가 탄다.

우리가 지키지 않는 역사와 문화는 그 누구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한 가지 희망을 발견하였다. 그 지역 역사의 주인인 우리가 자주 가서 돌보고 지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담은 되겠지만 대신에 찬란한 우리 역사를 지키고 또한 가슴에 담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자국에 이익이 되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유적지들을 보호한다. 즉 중국 역사이므로 보호하고 한국 역사이므로 배척하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보호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이다. 한 예로 우리에게 고구려고분과 빼다 닮은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일본의 다카마쓰고분이다. 현장에 가보면 참 허망할 정도이다. 그저 작은 옛 무덤이다. 무덤 안을 들여다보려면 일본이 문화재 보호라는 명목으로 뚫어 놓은 아주 작은 구멍으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기 때문에 완전히 폐쇄하지 않고 잘 보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자주 가서 보는 것이다. 우리가 매년 성묘를 가는 것처럼, 혹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하는 것처럼, 우리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유물·유적과 공명하고 대화하면 좋겠다. 분명히 현재와 미래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것이다.

어느 민족이든 역사의식이 희미해질 때 그 민족의 모든 것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100년 전 일본이 이 땅에 침략 기지를 세웠을 때, 당시 대한제국 사람들은 그동안 잊었던 우리 역사를 되찾음으로써 침략자와 싸웠다. 조선 500년 동안 중국의 압력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라질 뻔했던 우리의 혼과 민족적 기개를 일깨워서, 안으로는 단결하고 밖으로는 일본을 물리칠 이유를 찾았다.

우리는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우리에게 혼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다. 그 깨어난 혼으로 침략자와 싸워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지금 2010년이 100년 전과 같은 상황이 된 것 같다. 100년 전 사람들이 찾은 해답은 ‘한국의 혼’과 ‘한국의 기개’를 살리는 것이었다. 100년 후인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지키지 않는 역사·문화는 그 어느 누구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는 핑계를 대는 사이에 중국은 한국의 ‘농악’을 중국 소수민족의 민속 예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다. 우리의 풍물놀이가 일본에 의해 농악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되더니, 이제는 또 다시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이 참담한 결과에 대하여 누구 하나 말을 못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복기대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