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가 쓴 <도깨비와 오니의 재미있는 이야기> 내용.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 이영희 교수는 지난 24일 국학신문과의 인터뷰 중 고대 한국 제철문화의 일본 전파와 깊은 관련이 있는 한국 도깨비와 일본 오니(일본 도깨비)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어린이용 책을 국학신문사에 기증했다. <도깨비와 오니의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작은 책자는 동화작가로도 유명한 이영희 교수, 삽화가 김두현 선생이 글과 그림을 맡았고 포항제철과 일본 신일본제철의 공동후원으로 제작한 책이다.  

동화책 <도깨비와 오니의 재미있는 이야기>의 표지

 

이 책은 “아주 멀고 먼 옛날, 한국에는 씨름선수처럼 크고 힘이 센데다 머리에는 뿔이 하나 돋아 있는 무서운 도깨비가 많이 살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복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복방망이를 부지런히 두드려 도끼랑 낫이랑 괭이를 만들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크게 좋아해서 도깨비가 좋아하는 동동주나 말려두었던 생선을 마구 내와 대접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영희 교수는 “이들 도깨비는 우리 옛말로 ‘돗가비’ 즉, 돋우어 쳐다보일 만큼 키가 크다는 뜻이다. 원래 제철 일을 하던 장정들이 크고 힘이 셋 던 데다 매우 키가 작았던 고대 일본 선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괴물처럼 우러러 보였을 것이다. 뿔은 예부터 한국 남자들이 긴 머리카락을 위로 빗어 머리꼭지에서 묶은 상투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사철을 넣고 불을 때는 작업을 할 때 붉고 푸른 불길 너머의 기술자들은 흡사 붉고 푸른 도깨비로 보이고, 숯을 날라 온몸에 숯가루로 범벅이 되면 껌정 도깨비라고 여겨졌을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술을 좋아하고 음악과 춤과, 놀이를 즐기던 도깨비들. 무쇠를 만들던 망치(복방방이)를 던져놓고 놀고 있다.

고대 한국에는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가 이웃하여 있으면서 무쇠 만드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었다. 이 무쇠로 잘 드는 낫이나 칼, 화살촉 등을 만들어 논밭을 넓히고, 쳐들어오는 적도 무찔러 나라 땅도 잇따라 넓혀 갔다. 그래서 이 선진 제철기술자들이 망치를 휘둘러 도구를 만들면 당시 가장 값진 귀중품이어서 이것만 있으면 농사도 잘 지을 수 있고 음식이건 옷이건 뭐든 다 살 수 있어 ‘복 방망이’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고대 한국의 철기가 처음 일본에 전해진 것은 서기 전 3, 4세기경, 즉 다시말해 지금부터 2,300~2,400년 전의 일이다. 본격적인 제철기술은 4세기에서 6세기 초에 역시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일본에 전해졌다.

 

포스코 미래창조 아카데미 안의 대장장이 아버지와 아들상. 머리 위 상투가 낯선 일본 선주민에게 뿔로 보였을 수 있겠다.

 <도깨비와 오니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한 책 안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으며 재미있는 설화를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풀어내 매우 흥미 있는 책이다. 특히 머리글에서 “세계 으뜸의 무쇠 생산국인 한국과 일본이 더욱 발전하고 이웃끼리 더욱 더 친한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발간취지를 밝혔다. 

이영희 교수는 1931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귀국, 포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이화여고,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한국일보에 21년 근무하며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11대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시인과 어린이 동화작가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고대어와 이두, 일본식 이두를 연구하는 등 고대 한일 관계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 1989년 <또하나의 만엽집>을 출간,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서 속에서 모순된 기록들 너머에 있는 역사 진실을 찾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